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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아기 조카와 산책

반백상 싱글언니 시간 여행 (2)

아기와 아기 엄마 그리고 나, 이렇게 여자 셋이서 비행기를 타고 14시간 만에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10시간이던 비행시간이 14시간으로 늘었다. 기내에서 잠을 안 자고 방실방실 웃으면서 놀려고만 하는 아기 조카 때문에 나와 아기 엄마는 파김치가 되어 프랑크푸르트 동생네 드디어 도착했다. 도착해서 바로 잠들었지만 시차 때문에 새벽 2시에 아기의 배꼽시계 때문에 모든 식구가 다 깨어서 아기한테 우유를 주면서 아기의 재롱잔치에 장단을 맞추어줬다. 아이가 없는 싱글언니인 나는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피곤해 죽겠는데 꼭두새벽에 뭐 하는 것인지... 


아이 엄마 아빠가 딱 며칠만 아기를 봐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동생네 집에 며칠 와서 아기를 돌봐주기로 했지만 걱정이 태산이다. 아기 엄마 아빠는 내가 이 아이를 굶길까 봐 걱정이고 나는 아이 기저귀랑 밥 챙기는 못하는데 어떤 헤야 할지 막막하고. 아기하고 노는 것은 잘하지만 챙기는 것은 나 자신 챙기는 것도 잘 못하기에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아이 엄마, 아빠, 언니가 없는 상태에서 아기와 단 둘이 보낼 시간이 진짜 앞이 콱 막혔다. 


새벽에 깨어 놀고 있는 아기 덕분에 아침 일찍 코로나 이후 몇 년 만에 와보는 프랑크푸르트 공원을 아기와 나와 단 둘이 산책을 해보기로 했다. 처음 끌어보는 유모차. 아기와 나. 처음 이렇게 어설프게 여행을 프랑크푸르트 공원에서 여행을 시작했다. 

조카아기와 처음으로 해보는 프랑크푸르트 공원 인생여행

늦가을의 프랑크푸르트 공원. 내 마음처럼 낙엽이 쓸려 날아가고 있었다. 유모차에서 새들과 뛰어 나니는 강아지를 보면서 아기는 흥얼거리다 잠이 들었다. 드디어 모처럼 나만의 자유시간이 찾아왔다. 휴대폰으로 사진을 여기저기 찍으려고 했지만 유모차 때문에 팔이 자유롭지 않아 포기했다. 그냥 멍하게 벤치 옆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그러다가 내 앞에 까마귀가 길바닥에 있는 빵포장지를 가지고 씨름을 하고 있는 모습이 재미있어 휴대폰에 담았다. 그리고 그것을 인스타와 틱톡에 올려 지금 나 자신이 독일에 있다는 것을 사람들한테 알렸다. 그리고 잠든 아기를 보고 주변을 서서히 돌아보았다. 가을이지만 예쁘다는 감정 대신에 막막함이 몰려왔다. 그러다 인스타와 틱톡에 들어가는데 뭔가 심상치 않았다. 조금 전에 올렸던 까마귀가 빵포장지와 씨름하는 영상이 조회수가 빵 터지기 시작한 것이다. 조화수가 3만 명이 넘었다. 아기가 꿈나라로 여행 가면서 힘들어하는 고모에게 주는 선물이었다. 


1년 후 오늘 나는 밀렸던 일을 정리하고 강의를 준비하기 위해 도서관으로 여행을 왔다. 나와 함께 여행을 시작하는 나의 학생들을 위해 새로운 여행 로드맵이 세워야만 했다. 나를 믿고 따라오는 왕초보 선생님들이 내가 처음에 방황했던 것을 맛 보여 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이들이 첫 단추를 잘 낄 수 있도록 숙제를 주었다. 다들 직장맘이고 공부할 시간이 없었지만 숙제를 하기 위해 새벽 4시까지 공부하고 공부한 인증샷을 보내주었다. 나도 싫어하는 글쓰기 연습, 이들도 처음인데 얼마나 싫을지 알지만 그래도 숙제로 나에 대한 스토리와 상세페이지 작성 하라고 시켰다. 아직 나도 그들도 어설프지만 점을 하나씩 하나씩 만들어 가고 있다. 오늘 나의 점은 나의 학생들이 처음으로 찍은 점을 선으로 이을 수 있도록 정리해 주고 보완해 주는 것이다.

1년 후 오늘 도서관 여행 보개 도서관에서

1년 전 오늘 나는 아기조카와 첫 여행을 시작했지만 1년 후 오늘 나는 나의 학생들과 점을 찍으면서 새로운 온라인 강의 시장으로 여행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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