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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ie Oct 07. 2024

발리의 전형적인 힐링 코스, 요가하고 마사지 받기

발리 신혼여행 둘째 날, Canggu

시간이 긴 것 같은데 그러면서도 또 빠르게 지나간다.


일기를 쓰는 시점으로 벌써 셋째 날이다. 발리 본섬에서 Gili Air로 가는 배 안이다. 배 안에서 글을 쓰다니! 멀미약의 효과가 대단하다. 배 타러 오는 택시 안에서도 자고, 배에 타서도 한 차례 자고 나니 잠은 다 잤고, 아직 꾸벅꾸벅하는 남편 옆에서 심심해져 노트를 펼쳤다. 약효 덕에 내 속은 괜찮은데 글씨가 괜찮지 않기는 하다. 그렇다고 다른 할 만한 것은 다 짐칸에 있어, 하는 수 없다.




어제 Canggu에서의 둘째 날은 그야말로 힐링의 날이었다. 시내 구경은 어쩌다 보니 첫째 날 다 해버린 덕에 말이다. 발리에서 힐링을 하고자 한다면 대체로 코스는 정해져 있다. 요가를 하고, 마사지를 받으면 된다.


주변 요가원에서 할 만한 요가가 10:15에 있었다. 6:30부터 눈이 떠졌지만 다시 남편 품으로 들어가 8시까지 더 눈을 붙인 후, 요가복을 입고 빌라를 나섰다. 공용 수영장 옆 식당에서 조식을 먹었다. 남편은 나시고랭, 나는 스무디볼을 골라 먹었다.


발리의 열대과일은 듣던 대로 맛이 없고, 따라서 맛있는 과일로 만든 과일주스도 맛이 없다. 주스를 먼저 한 모금 마신다면 물 탄 주스인가 싶지만, 과일 한 조각을 먹어보고는 원래 과일이 물맛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식 나시고랭, 스무디볼, 항상 기본으로 나오는 맛없는 발리 과일


아침을 먹고 가장 가까운 요가원으로 찾아갔다. 어제 봤을 때 37석인가 남아 있길래 따로 예약은 하지 않고 갔는데 사람이 엄청 많았다. 적어도 30명은 족히 넘었으며 95%가 서양인들이었다. 요가 선생님도... (선생님은 현지인일 줄 알았다.)


요가 선생님은 동작 설명뿐 아니라 계속해서 마음을 비워라, 미래를 생각하지 말고 지금에 집중해라, 따위의 말들을 했다. 문명 발전의 온갖 혜택을 다 누리고 사는 이들이 이제 와서 그런 동양의 전통 사상에 심취하는 것이 이해되기도 하면서 재미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열심히 동작을 따라 하는데 땀이 줄줄 흘렀다. 옆에서 끙끙대던 남편은 한 번 해보면 다시는 안 한다고 하려나, 했는데 좋았다며 근육이 잘 풀렸다며 또 하고 싶다고 했다.


Canggu의 요가원


요가까지 한 우리는 점심 먹을 곳을 찾아갔다. 이제껏 서양음식만 먹은 것 같아 현지 식당을 가보려 했는데 어쩐지 지도에 있는 현지 식당들은 다 문을 닫았다. 닫은 식당만 2군데를 확인하고 그냥 다시 숙소를 향해 걷다가 보인 열려 있는 식당에 들어가기로 했다. 안 그래도 남편이 아까 오면서 보고 가고 싶었던 곳이었나 보다. 그렇게 우연히 들어간 식당은 최고의 새우 요리를 제공했다.


우연히 들어간 지중해식 식당, 최고의 새우 요리


아침을 먹고 요가를 했다면, 점심을 먹고는 마사지를 받을 차례였다. 우리는 에어비앤비에서 출장 마사지를 불렀다.


예약한 마사지를 기다리며 수영을 하며 놀다가 각자의 시간을 보냈다. 나는 그네에서 책을 읽다, 낮잠을 자다, 책을 읽다, 전 날 못 쓴 일기를 쓰고 있고 신랑은 주식과 개발 관련된 기사도 읽고 유튜브도 보고 한다. 어제 카페에서 내가 화장실에 간 사이에도 무슨 자료를 보고 있었는데 내가 돌아오니 바로 끄는 것이었다. 하루종일 붙어있다는 것이,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고 할지라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아무리 말이 잘 통한다고 할지라도 몇십 시간을 내내 이야기할 수는 없다.


테라스에 있는데 빗방울이 떨어져 방으로 들어왔다. 마사지 전에 씻어놓아야겠다.


휴식


두 명의 마사지사가 시간에 맞춰 우리의 빌라에 왔다. 침대에 누워 한 시간 동안 마시지를 받았다. 어려 보이는 마사지사가 내 몸을 열심히 문질러주었다. 마사지받는 동안의 고요함에 우리의 빌라가 유독 쾌적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마사지를 받고는 피로가 풀리기보다는 한층 더 나른해졌다.


저녁으로는 어제 먹어보려다 먹지 못한 사테를 배달시켜 보았다. Gojek으로 주문을 해놓고 내일 새벽 출발을 위해 짐을 쌌다. 숙소 미니바에 있던 Bintang 맥주도 꺼내어 같이 먹었는데, 기대만큼은 아니었다. 이국적인 음식에 대한 감각이 확실히 더 어릴 때와는 다르게 받아들여졌다. 곁들여 시킨 카레를 바닥에 쏟는 대참사를 벌이기도 했으나, 그 카레가 가장 맛있었다. 나는 차라리 카레에 밥을 말아 열심히 먹었다.


실패한 초이스, 사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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