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의 기술 1: 움직여야 산다.

침대에서 일어나는 용기

by 라온재

병원에 입원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갑작스런 사고로 뼈가 부러졌을 수도 있고, 수술을 받았거나, 암이나 지병의 치료 중일 수도 있다. 어떤 경우든 회복은 단지 시간이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병원에서 쉬면 낫는다”고 생각하지만, 노년기 회복의 핵심은 ‘움직임’에 있다. 바로 침대에서 일어나는 용기 말이다.


나는 병원에서 일하면서 수많은 환자들을 지켜봐 왔다. 똑같은 질환, 비슷한 수술을 겪었는데도 어떤 사람은 놀랄 만큼 빨리 회복하고, 어떤 사람은 오히려 상태가 나빠지기도 한다. 그 차이를 만들어내는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무엇일까? 정답은 매우 단순하다. 빨리 움직이기 시작한 사람일수록 회복 속도가 빠르다.


특히 60세가 넘은 나이에는 근육의 손실이 눈에 띄게 빨라진다. 침대에 하루만 누워 있어도 하체 근육은 빠르게 줄어든다. 나이가 들수록 우리 몸은 근육을 ‘저축’하기보다는 ‘소모’하는 데 익숙해지기 때문이다. 병원에 입원해 침대에서만 지내는 동안 우리는 근육을 조금씩 잃는다. 그리고 근육을 잃는다는 것은 곧 이동 능력, 배변 조절력, 균형 감각, 심지어 자존감까지 잃게 되는 일이다.


물론 수술 직후나 심한 통증이 있을 때는 움직이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응급 상황이 지나고 기초적인 상태가 안정되면, 그 순간부터는 누군가가 “움직여도 괜찮습니다”라고 말해주기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 오히려 스스로 “내가 이제 움직여야 한다”고 판단하고 의지를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 첫걸음은 작아도 괜찮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보는 것, 몇 걸음 화장실까지 걸어가는 것, 복도 한 바퀴를 천천히 도는 것. 이 모든 것이 ‘회복’이라는 여정의 출발점이다.


나는 병실에서 혼자 화장실을 다녀오는 것을 연습하던 80대 어르신을 기억한다. 그분은 무릎 수술을 받은 후에도 계속해서 일어서려 애썼다. 처음에는 간호사의 부축이 필요했지만, 며칠 후에는 보행기를 사용해 병실 안을 스스로 걸었다. 병원 전체를 한 바퀴 도는 것을 목표로 삼았고, 실제로 퇴원 전에 몇 번이나 병동 복도를 돌아다녔다. 그렇게 일주일 만에 퇴원한 그 어르신은, 회복 후에도 일상으로의 복귀가 매우 빨랐다. 반면, 비슷한 시기에 같은 수술을 받은 또 다른 환자는 침대에 눕는 시간이 길었고, 결국 퇴원 후에도 재활 병동을 거쳐야 했다.


움직이는 것이 두려울 수 있다. 통증도 있고, 넘어질까 봐 걱정되기도 한다. 하지만 가만히 있는 것이 더 위험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움직이지 않으면 폐기능도 떨어지고, 장운동도 느려지고, 면역력까지 낮아진다. 무엇보다도 ‘나는 환자다’라는 자기 인식이 고착되어버리면, 다시 건강한 삶으로 돌아가기가 훨씬 더 어려워진다.


환자가 스스로 움직이겠다는 의지를 가지는 순간부터, 회복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간호사나 의사의 도움도 중요하지만, 환자 본인의 결심과 실천이 회복의 핵심이다. 의료진은 도와줄 수 있을 뿐, 대신 일어나줄 수는 없다.


병상에서 시작하는 하루, 그 첫 순간에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보면 어떨까.

“나는 나아질 수 있다. 그리고 오늘, 나는 내 몸을 다시 움직인다.”

그 작고도 단호한 다짐 하나가 회복의 방향을 바꿔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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