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의 이중 엔진
병상에 누워 있는 동안, 사람은 기력을 잃는다. 기력의 상실은 단순히 무기력해지는 것을 넘어, 몸 전체 시스템의 저하로 이어진다. 근육이 빠지고, 입맛이 사라지고, 장기 기능이 떨어지며, 결국 ‘살고 싶은 의지’마저 약해지는 순간이 온다. 그런데 이 모든 악순환을 끊어주는 회복의 동력이 있다. 바로 근육과 식욕이다. 이 두 가지는 노년기 회복에서 반드시 동시에 관리해야 할 ‘쌍두마차’다.
입원 중인 환자들의 회복 과정을 관찰해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먼저, 잘 먹는 사람은 잘 회복한다. 그리고 조금씩이라도 움직이며 근육을 유지하려는 사람일수록 퇴원이 빠르다. 반대로 식욕이 없고, 자꾸 눕고만 있으려는 사람은 회복 속도가 느릴 뿐만 아니라 합병증 발생 위험도 크다. 음식과 근육. 이 두 가지는 병을 이기는 데 있어 ‘약’만큼이나 중요한 회복 자원이다.
먼저 근육 이야기부터 해보자. 나이가 들수록 근육은 우리 몸의 마지막 자산이 된다. 60대 이후부터는 매년 근육량이 줄어드는 것이 자연스러운 노화 과정이다. 그런데 여기에 입원이라는 비상사태가 더해지면, 이 속도는 급격히 빨라진다. 침대에 누워 있는 하루하루 동안 하체 근육은 눈에 띄게 약해지고, 허벅지나 종아리 근육이 빠지기 시작하면 걷기 자체가 어려워진다. 단순히 운동 부족 때문이 아니라, 몸이 에너지 절약 모드로 들어가면서 ‘필요 없는 조직’으로 판단해 근육을 분해해버리는 것이다.
따라서 회복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침대에서도 할 수 있는 가벼운 근육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 예를 들어, 누운 상태에서 발끝을 움직이거나, 무릎을 구부렸다 펴기,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서 다리 들기, 탄력 밴드를 이용한 저항 운동 등은 매우 효과적이다. 이 작은 운동들이 근육의 붕괴를 막고, 혈액순환을 유지해준다.
운동만큼 중요한 것이 식사다. 수술 후든, 항암 치료 중이든, 입원 환자의 절반 이상은 식욕을 잃는다. 입맛이 없어서 밥을 남기는 일이 반복되면 단백질과 열량이 부족해지고, 몸은 점점 더 힘을 잃게 된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식욕이 돌아오는 순간, 회복도 가속화된다는 점이다. 의사나 간호사가 “식사량이 좋아졌네요”라고 말할 때는 단순히 ‘밥을 먹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몸이 다시 에너지를 흡수하고 회복할 준비가 되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그래서 환자 본인도 식사를 단순히 의무가 아니라 회복의 전략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특히 단백질 섭취는 매우 중요하다. 병원식이 부족하게 느껴질 경우, 가족이 가져다주는 두유, 삶은 달걀, 치즈, 견과류, 단백질 보충 음료 등을 통해 보충하는 것이 좋다. 식사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일이 아니라, 세포를 재생시키고 상처를 치유하고 면역력을 회복시키는 에너지 공급 과정이다. 먹는 만큼 회복한다는 말은 단순한 표현이 아니다.
또한 수분 섭취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입맛이 없다고 물을 적게 마시면 장운동이 느려지고 변비가 생기며, 이로 인해 식욕이 더 떨어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하루 1리터 이상은 꼭 마셔야 하며, 탈수 방지를 위한 전해질 음료도 도움이 된다. 단, 신장 질환이나 심부전이 있는 경우엔 담당 의사와 상의가 필요하다.
나는 병원에서, 기력이 다 빠져 있던 한 환자가 식사를 조금씩 늘리고, 간단한 다리 운동을 반복하며 눈에 띄게 회복하는 모습을 여러 번 목격했다. 그 환자는 매일 아침 가족이 가져다주는 바나나 반 개, 삶은 계란 하나로 시작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웃고 말하는 횟수가 늘어났다. 결국 다른 환자들보다 훨씬 먼저 퇴원할 수 있었다.
회복은 누가 대신해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약물치료가 끝났다고 회복이 끝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때부터가 본격적인 회복의 시작이다. 먹고, 움직이고, 버티는 힘. 이 세 가지를 키우는 데 있어, 근육과 식욕은 가장 확실한 무기다.
몸이 약해질수록 더 많이 누워 있고 싶고,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앞선다.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일부러라도 조금씩 몸을 움직이고, 한입이라도 음식을 넘기는 시도가 중요하다.
작은 근육 하나, 한 숟가락의 밥 한 그릇이 당신을 다시 일으킬 수 있다.
회복은 그렇게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