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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 무관심 Jan 03. 2023

아빠의 육아일기 - 첫만남

첫 만남

- 아이는 지금껏 내가 봐온 모든 사람 중에 가장 작은 사람이었다. 3㎏을 겨우 넘는 작은 몸 안에 생명이 깃들어있다는 것이 도무지 실감이 나질 않아 나는 한동안 멍해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갓 태어난 30여 년 전의 나를 환하게 웃는 표정으로 맞이하는 ‘아빠’의 젊은 모습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것은 마치 기억이 이식되는 듯한 느낌이었는데, 나는 한 번도 부모님에게서 그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순간은 내가 처음으로 ‘아빠’의 마음을 이해하는 시간이었다.      


- 간호사가 아이를 내게 건네주기 전, 아이의 상태에 대해 하나하나 세심히 설명해 주었다. 손가락 10개, 발가락 10개 다 정상이구요, 울음소리도 좋고 눈 코 입도 이상이 없어 보이네요. 아이를 꺼낼 때 이마에 작은 상처가 났는데, 이런 건 흔히 발생하는 일이에요. 그렇게 아이의 상태와 아이를 만나볼 수 있는 시간 등 숙달된 간호사의 설명을 겨우겨우 따라가며 듣고 있던 중, 이번에는 마침 고양이를 처음 분양받을 때가 떠올랐다. 500g이 되지 않는 새끼 고양이의 몸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설명하는 직원의 말문 역시 막힘이 없었다.   

    

손님 저희가 지금 드리는 고양이는 전혀 이상이 없구요, 이 시점 이후부터는 손님 책임이 될 거예요, 손님 책임이 아닌 이유로 고양이에게 이상 징후가 발생할 경우 14일 이내 환불 및 교환 가능하세요. 다 이해되셨으면 여기에 사인하시고 결제하시면 돼요. 결제는 할부로 해드릴까요? 일시불로 해드릴까요?

     

감격이랄지, 놀람이랄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이 감정을 추스를 틈도 없이, 누군가에겐 수없이 반복되었을 일상의 업무들이 내게로 밀려 들어왔다. 다들 그렇게 아버지가 되어가는 걸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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