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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티너리 Jul 05. 2022

미국 독립 선언문 vs. 남미 독립 선언문


화려한 불꽃놀이를 볼 수 있는 미국 독립 기념일은 7월 4일입니다. 1776년, 미국은 토마스 제퍼슨, 벤자민 프랭클린 같은 ‘건국의 아버지들’이 모여 독립 선언문에 서명한 날인데요. 공교롭게도 바로 다음날인 7월 5일은 베네수엘라의 독립 기념일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남미 최초의 독립 선언문'이 탄생했던 당시 베네수엘라 상황을 살펴보고, 미국의 선언문 내용과 비교해보고자 합니다.


우선 베네수엘라는 스페인으로부터의 독립 의지가 강했던 지역 중 하나였습니다. 남미의 독립 아버지인 시몬 볼리바르, 프란시스코 미란다 모두 베네수엘라 (그란 콜롬비아) 지역에서 활발히 활동했는데요. 베네수엘라에서 독립 선언이 발표된 이후 페루, 에콰도르 같은 곳에서도 도미노처럼 독립운동이 시작됐습니다. 베네수엘라의 독립 소식이 남미 대륙 전체로 퍼지며, 독립 열기가 확산되는데 불을 지핀 것이었습니다. 다만 독립 선언은 말 그대로 ‘선언’에 불과했고, 1821년까지 긴 싸움과 투쟁을 이어나간 끝에 진정한 독립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베네수엘라 독립 선언문에 서명하는 모습 (사진 자료: 위키피디아)


미국 독립 선언문과 비교했을 때, 베네수엘라 독립 선언문은 흡사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먼저 미국 각 주를 대표하는 의원들이 필라델피아에 모여 서명했던 것처럼, 베네수엘라도 각 약 40명의 주 의원들이 카라카스에 모여 독립 선언문에 서명했습니다. 또 처음 선언문에서 미국 13개 주 중 9개 주만 독립에 찬성했는데, 베네수엘라도 10개 주 중에서 7개 주만 독립에 찬성했습니다. 사실 미국, 베네수엘라 모두 ‘국가’ 개념보다는 ‘주’가 자치성을 가진 특색이 강했기 때문에,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독립 의지가 달랐던 걸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한편 베네수엘라의 독립 내용을 살펴보면 30년 전 쓰였던 미국 선언문 내용과 상당히 비슷하단 걸 알 수 있습니다. 미국은 1776년 발표된 독립 선언문에서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창조되었고, 창조주는 몇 개의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부여했으며, 그 권리 중에는 생명과 자유와 행복의 추구가 있다.”


라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이와 비슷하게 1811년 베네수엘라의 독립 선언문도


“군주제를 영원히 폐지하고, 개인의 평등과 표현의 자유를 전제로 한 새 나라를 세우고자 한다”


라고 밝혔습니다. 두 선언문 모두 유럽 계몽사상의 영향을 받아 자유와 평등 사상을 추구했다는 걸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다만, 두 독립 선언문 모두 “진정으로 모두에게 자유와 평등을 준 독립이었는가?”라는 측면에서는 한계점을 드러냈습니다. 미국에선 “흑인들이 독립의 자유를 누린 건 1776년이 아니었다."라고 보는 비판적 시각이 있는데요. 남미에서도 똑같이 지배 계층인 백인 크리오요 (Criollo)들만 자유를 누리고 흑인과 원주민들은 소외됐던 점을 비판적으로 바라봅니다. 실제로 베네수엘라에서는 독립을 이룬 뒤에도 식민 시대 때와 마찬가지로 노예 제도가 계속됐고, 1854년에 이르러서야 법적으로 공식 폐지가 됐습니다.






"하루 5분 중남미 역사상식 매거진에서는 그날 벌어졌던 역사를 다룹니다. 매일 알쓸신잡st 글을 통해 중남미의 시시콜콜한 역사이야기를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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