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같다는 말이 듣기 좋았다. 그렇게 살고도 싶었다. 한결같지 않은 사람들을 보면 이랬다저랬다 한다고 못마땅해했다. 나 아닌 타인에게조차 한결같음을 요구했다. 한결같지 않다고 생각되면 스스로 그들에게서 멀어졌다.
그러나 한결같다는 말엔 얼마간의 평가가 들어 있다. 순전한 자기 감상을 상대가 듣기 좋으라고 품평처럼 하는 말이랄까.
너 참 한결같구나.
언제부터일까. 이 말이 듣기 싫어졌다. 살아 숨쉬는 모든 존재는 한결같을 수 없는 거였다. 매순간, 다른 필드에서 때에 맞는 사회적 가면을 쓸 수밖에 없는 거였다.
이제는 결이 다르다는 말이 좋다.
"나는 다른 결로 생각해.", "약간 결이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선생님께선 제 의견과 결이 다르게 말씀하신 것 같습니다."와 같이 쓰인다. 이 말들에는 타인과 같지 않지만 타인을 무찌르지 않는 부드러운 소신이 살랑살랑 넘실거린다.
그래서 '결이 다른'의 머리 명사에는 방향성이 있는 말이 주로 온다.
결이 다른 가치관, 생각, 신념, 성질, 성향, 이야기, 발언, 상상력, 카리스마, 반응, 입장, 태도, 감정, 가치, 결단, 진단, 대안, 행보, 시선, 보도, 경험, 해석, 해법, 작품….
'결이 다르다'는 2001년 12월 5일 동아일보에서 '약간 결이 다른 이야기'로 태어나 어느덧 스무 살 청년으로 성장했다. 아직 국내의 어느 국어사전에도 실려 있지 않지만, 네이버 뉴스 검색을 하면 4000건이 넘게 나오는 꽤 핫한 관용 표현이다. 참으로 귀추가 주목된다.
'비교 대상과 급이 다르다'는 의미 외에 '다양성을 존중하다'의 맥락에서 두루 쓰이고 있다.
한결로 같아서 느껴지는 일관되고 정적인 아름다움도 물론 훌륭하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다른 결에서 느껴지는 다채롭고 동적인 아름다움에 좀 더 눈이 가는 요즘이다.
나와 결이 다른 사람, 요기 요기 붙어라~
나와 결이 같은 사람도 요기 요기 붙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