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생전 처음으로
인턴 팀 미션으로 인해 일주일 정도는 살짝 머리가 공중에 뜬 채로 살았다.
바쁜 일은 6전공과 대외활동 2개를 동시에 달렸던 졸업 학기로 끝날 줄 알았던 내가 멍청이지.
(한국어 시험은 언제 공부하니)
인턴과 교지 편집장을 병행할 때부터 빡셀 거리고 생각했지만, 학기 중보다도 바쁠 줄이야.
다행히 항상 사람 복은 있어서 다행이야.
일이 많아서 힘든 건 그나마 괜찮지만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 받으면 답이 없지.
태어나서 처음으로 애매해진 느낌이다.
초중고도 쉬어간 적이 없었고 재수도 안 하고 대학에 와서도 남들처럼 평범하게 한 두 학기 휴학도 해서 안 그럴 줄 알았다. 살면서 이런 순간이 없을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생각보다 빨리 와서 당황스러운 건 어쩔 수 없다. 작년이나 제작년까지만 하더라도 대학원에 가서 나뒹구는 대학원생이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네.
나는 죽어도 ‘취준생’ 같은 안 될 줄 알았지.
나는 죽어도 애매해질 일이 없을 줄 알았지.
일이 안 풀리는 건 아니지만 이 애매한 상태가 싫어.
다시 내 가치가 냉정하게 평가되고 거기서 가끔은 애매하게, 가끔은 비참하게 느껴질 내 자신이 싫어.
아빠가 졸업 대신 유예를 하라고 말한 이유를 알 것 같아. 생각보다 머무를 곳이 있는 건 중요하다고 아빠가 이야기했는데,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 정상성과 안정성에 얽매이는 한국 사회와 사람들 참 싫어하면서도 당장 나부터 불안해진다. 수업을 듣지 않는 내 자신이 이상하고 어색해. 학기를 남겨두고 휴학을 했을 때와는 또 다르다. 급작스러웠지만 내 선택이었고 책임져야 한다는 걸 알지만 허전한 건 어쩔 수 없네.
몸이 바쁜 건 별개로 시간이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것 같아서, 지금 내 자신을 믿지 못하는 것 같아서.
쓰고 싶은 글은 한 가득인데, 역시 마감이 잔뜩 있을 때보다 글을 못 쓴다.
이럴 때 잘 써지는 글은 항상 가장 우울하고 어둑한 마음의 우물에서 나오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