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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비타 Nov 07. 2024

라인타기? 놉 !
선은 지키라고 있는 거지...

청렴한 공무원의 따뜻한 학교 생활 

선물하기 좋은 날


아침부터 차가 막히는 월요일은 역시 월요병을 불러옵니다. 

쓰린 속을 부여잡고 행정실로 들어오는 저보다 더 먼거리를 부지런히 달려온 우리 신규 주무관님이 벌써 자리에 앉아 계시네요.

반갑게 인사하고 자리에 앉는데 종이컵에 담긴 무언가를 주십니다.

부모님께서 보내주신 매생이떡을 콩가루에 묻혀 한컵 가득 담아오신 거였어요.

따뜻한 둥글레차와 함께 매생이떡을 한입 베어무는 이 아침이 갑자기 푸근하고 여유로워 집니다.


모든 학년의 수업이 조금씩 일찍 끝난 수요일에는 학년별 선생님들끼리 협의회가 많아요.

피자나 간식이 교무실로 올라가는 걸 보니 왠지 싱숭생숭 합니다. 

맛있게 급식을 먹었음에도 갑자기 출출해지고 당이 땡기는데요~~.


이럴때는 배달의 민족으로서 사명을 다해야 겠지요? ㅎㅎㅎ

저는 핸드폰 앱을 열고 가장 먼저 신규 주무관님께 물어 봅니다. 뭐 먹고 싶은 거 없는지...

모두들 오늘 저녁은 안먹을 예정이라면서 주문한 피자와 함께 스트레스도 오물조물 씹어 삼킵니다.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봐요! "

아침일찍 쇼핑백 한꾸러미를 들고 교장선생님께서 나타나셨어요.

연휴동안 제주도에 갔다 오시며 기념품으로  냉장고 자석 여러개를 사오신거였어요.

형형색색의 다양한 냉장고 자석을 펼쳐보며 제주도의 아름다움에 감탄하고 고마운 마음에 감동하는 환한 웃음꽃이 피어납니다.


선물하기 좋은 날이 따로 있나요...

소소하게 마음을 주고 받는 매일이 그런 날이지요 ~~    


 Unsplash의hongbin



뇌물인지 선물인지...


모든 공무원은  부정청탁이나 금품 등의 수수를 금지하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청탁금지법)의 적용 대상입니다.

청렴하고 깨끗한 세상을 위해 만든 청탁금지법이 2015년 제정된 이래 부정부패에 대한 인식이 더욱 새롭게 변하고 있는 것 같아요.


직무관련성이 있는 사람들로부터는 금품수수를 포함하여 일절의 어떤 음료조차 받는 것을 금지하는데요, 학교는 특히 학생,학부모님들이 관련되어 있어 더욱 엄격하게 지켜지고 있는 것 같아요. 

학부모님들이 상담이나 학교 방문시 들고 오는 커피나 간식조차도 청탁금지법에서는 예외사항이 아니므로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죠. 

들고 온 사람들이 손이 부끄럽다고 하면서 재차 권하는 경우에도  '마음만 받겠습니다'하고 돌려보내십니다.


법이 제정 되기 전에는 공무원들도 여행을 지원받거나 골프 접대를 받는 등 무형의 서비스를 받는 일도 많았다고 해요.  

뇌물에 해당되니 당연히 눈에 띄게 하진 않았겠지만, 주고 받는 정이 우선시 되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 상 그런 행위들에 대한 인식이 좀 약했던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김영란법이 이 사회에 끼친 영향은 정말 큰 것 같아요  


네이버 지식백과 

예외사항도 있는데요 직무수행,사교,부조 목적의 음식이나 경조사비,선물 등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가액범위안의 금품(현재는 식사비 50,000원)이나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범위에서 간소하게 주고 받는 것 등입니다.

이 법이 제정된 이후로는 선물도 오고가는 것이 없고 경조사비도 조심스럽게 주고 받고 있어요. 

어떤 상황이나 음식물 등이 뇌물인지 아닌지 괜히 고민이 되서 더 그렇답니다.


사무실에서 함께 나누고 먹는 간소한 음식들은 그래서 더욱 소중한 선물이 되고 있어요.

 


선은 지키라고 있는 거지


부정부패에서 가장 깨끗하고 청렴한 나라인 싱가포르에서 얼마전, 무려 49년만에 장관급 인사가 부정부패로 징역형을 받은 뉴스가 있었어요.

싱가포르는 고 리콴유 총리의 통치시절 '예외도 관용도 없는 (No exception, No tolerence)' 강력한 반 부정부패 정책을 펼치며 아시아에서 가장 청렴한 나라로 평가 받았었기에 정말 놀랄 일이었는데요... 


이렇듯 공무원이란 직업은 자칫하면 부정부패에 노출이 되기 쉬운 위험한 직업인 것 같아요.


직무를 수행하는 공직자등에게 인허가 등의 처리 업무나 채용, 승진, 전보 등 인사업무 시 법령을 위반하여 개입하거나 영향을 미치도록 하는 행위인 '부정청탁' 사건들도 여전히 비일비재하게 나타나고 있어요.


인천 옹진군청의 한 공무원이 어업 부품 예산을 부풀리며 뒷돈 1억원을 챙긴 사건이 적발된 뉴스도 있어요. 

5만원권을 꽉 채운 비타민 상자를 받았다고 하니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스토리네요.

커피 한잔 안받는 대다수 공무원들의 청렴함을 무색하게 만들어 버리는 사건입니다.


제가 임직 초기에, 그러니까 2000년대 초반까지도 소위 '누구누구 조카, 어떤 분 따님'등등 연줄을 타고 임용된 기간제 직원들이 아무렇지 않게 스스로를 드러내고 다녔지만, 지금은 절대 안되는 일이죠.


혹은 높은 자리에 있는 분의 라인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접대하고 양주를 갖다 바치는 일도 지금은 볼 수 없는 광경입니다 


그러고 보면 대한민국이 정말 깨끗한 나라가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ㅎㅎ

 


학교라는 곳은 다양한 마음이 오고 가는 곳 입니다

존경, 사랑, 배려, 감사, 동료애 등등...

경쟁, 억압, 질투, 무시 등의 부정적인 감정보다 긍정적인 감정으로 다함께 일하는 공간인 것 같아요



이렇게 만들어질 수 있는 이유는 모두가 각자의 선을 지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지킨 선으로 인해 스스로 떳떳한 자신이 자랑스러워 집니다

위험한 행동을 시도하지 않아도 될 만큼 안전하게 일할 수 있어서 안도감이 듭니다  

   

 


마음을 표현하면서도 호구가 되지 않는 방법

   

어렸을 적 저를 사랑해주시던 선생님처럼 저에게 항상 따뜻한 말을 해주시고 격려해주시는 교장선생님이 계십니다 

행정실장과 교장선생님이라는 업무로 만들어진 관계이지만, 제 입장을 충분히 귀기울여 들어주시고 객관적인 시각을 갖도록 조언해주시는 진짜 어른이 제 옆에 계신 느낌 입니다.


업무협의든 인사고충이든 ... 교육청에 전화하는 일은 항상 너무 부담스런 일입니다

그런 저의 마음을 너무나 잘 이해해주시고 일단 기분좋게 인사부터 해주시던 팀장님이 계십니다

해결이 될지 안될지는 모르겠지만 마치 본인의 일인 양 여러가지를 고민해주시고 알아봐주셨어요


직종이 다르다 해도 저라는 사람 자체를 무조건 좋아해주는 사랑이 넘치는 선생님도 계십니다

학생들에게 쏟는 열정도 역시 대단하시고 배울점이 너무 많은 분이시라 제가 쫓아다니고 싶을 지경인데 오히려 저에게 열성팬임을 자청하십니다.

남들은 다 불편해하는 행정실장이란 사람을 그렇게 좋아해줄 수 있는 건지...

저는 왜 이런걸 따지는 속물인건지... 저를 부끄럽게 만들어 버리는 분 입니다. 


사랑을 표현하는 사람이 더 기쁘듯이 이렇게 고마운 분들에게는 제 마음을 표현하고 싶은 본능이 꿈틀뎁니다.

혹시나 호구가 되지는 않을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물론 그런 분들은 타인을 호구로 치부하지 않는 훌륭한 분들이시지요.

공직에서의 감사표현은 표현하는 사람에게 훨씬 불리한 일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Pixabay 의 AS Photograpy



제가 쓰는 가장 쉽고도 효과적인 방법은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아끼지 않는 것 입니다

한번도 아니고 두번 세번 표현합니다.

톡이나 메신저에서 글로 표현하는 것은 당연하고 이모티콘조차 기분 좋은 것을 찾아봅니다.


고마운 순간을 놓치지 않고 즉각적으로 고맙다고 말합니다.

말하는 순간 뭔가 빚진 것 같고 저자세 같지만 그정도는 감수할 만큼 너무많이 고맙거든요.

시간이 지나면 제가 고마워하는 마음을 모를까봐 발이 동동 그려집니다.ㅎㅎ


명절은 그동안 감사한 분들께 마음을 표시하는 시간이지만 일부러 저는 그 시기는 피해서 표현합니다

감사한 일이 생겼을때, 날씨가 바뀔 때, 어떤 소식을 들었을 때 등등

마음을 표현할 시간은 명절 외에도 정말 많고 빈도가 잦을 수록 사람의 행복감은 증가하니까요


  

두번째 방법은 '돈이 아니라 마음을 챙겨주기' 입니다.

함께 회의를 하거나 협업을 하게 된다면 더없이 좋은 기회 입니다.

상대가 하는 말을 귀담아 듣고 호응 하는 것은 기본이고 메모하고 정리해서 놓치는 것을 챙겨주는 것입니다.

식사를 하게 된다면 물잔을 채워주거나 음식을 앞으로 내어드리며 편안한 자리를 만들어드립니다.


발령 소식에는 무조건 축하를 드리고 새롭게 시도하는 일은 아주 작은 일이라도 칭찬과 격려의 말을 합니다.

가족분들 안부도 챙겨드리며 어디에 있든 항상 좋은 기운이 있기를 기원해드립니다.

저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주변에서 받던 칭찬과 축하에 목마를 때가 많더라구요. 

긍정적인 대화와 칭찬이 있는 시간은 그야말로 값진 선물과 같은 시간이 될 것입니다.  



세번째 방법은 '먼저 인사하기'입니다.

경상도 남자의 츤데레식 표현에 "여있다~오다 주웄다" 라는 유머스런 말이 있어요.

"여기 있다. 오다가 주워왔다" 라는 말이지만 사실은 "당신 생각이 나서 고르고 골라 좋은 것으로 사왔어"라는 말을 그렇게 퉁명스럽게 던지는 말이예요.


상대가 부담스럽지 않게 주워왔다고 표현하지만, 받는 사람은 예기치 못한 가벼운 던짐을 기분좋게 받아 들일수 밖에 없지요.

전화를 하든 눈을 마주치며 하든, 먼저 인사한다는 것은 그렇게 가볍게 던져주는 행복의 마음인 것 같아요.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서로가 부담은 없지만, 그 따뜻한 관심으로 하루종일 잔잔한 여운이 남는... 

인사라는 것은 정말 너무나도 큰 마음의 표시입니다. 


 Unsplash의krakenimages

표지사진: UnsplashRidham Nagralawa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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