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을 배우다.
아이의 운동에 관련된 일화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우선 우리 아이는 하필이면 나를 닮아 겁이 참 많다는 점이 남자아이로 자라기에 여러 면모로 안타까운 포인트였다.
우리 아이는 평소 물놀이를 참 좋아했는데 단, 물이 얼굴에 튀면 큰일이 난다고 생각했는지 부리나케 얼굴을 닦곤 했다. 그러다 보니 해수욕을 하던 수영장을 가던 튜브를 몸에 끼고 걸어 다니는 것이 전부였다. 물은 좋아하지만 또 물이 제일 무서운 아이였다.
그러던 와중 1학년 여름즈음 아이의 친구들이 동네의 청소년회관에서 수영을 배우기 시작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이를 한 달 정도 설득하여 등록을 했다.
아이의 수영 첫 수업을 창 너머로 지켜보고 있는데 정말 가관이었다. 다른 친구들이 물장구치며 물을 튀기면 부리나케 수모를 벗어 얼굴을 닦아대길 반복했다.
그러고 있으니 아이는 수영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보다 못한 강사님이 아이에게로 와서는 모자를 더 이상 벗지 않는다는 것을 가르치고 아이에게 ‘음파호흡’을 가르쳤다. 힘들어하지만 친구들이 하니까, 얼결에 따라 하더니 물이 얼굴에 닿는 것을 받아들였다.
수영을 먼저 시작한 친구들은 조그마한 유아풀장에서 성인들과 함께 쓰는 레인 옮겨가 자유형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 아이는 석 달이 지나도록 유아풀에서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답답한 마음에 아이에게 물어보니 아이는 자신의 발이 닿지 않는 레인으로 나가는 것이 무서워서 갈 수가 없다고 했다. 석 달을 다녀도 아이의 수영은 늘지 않고 있었다. 그저 물만 덜 무서워졌을 뿐.
남편과 진지하게 가족회의를 하고, 키즈전용풀장으로 아이를 옮겨 다니게 해 주었다. 청소년회관은 아이가 직접 씻고 단속해서 나와야 하고 내가 픽업을 다녀야 하는데 키즈풀장은 씻겨주고 집까지 데려다주었으며, 아무리 수심이 높아도 아이가 까치발을 하면 발을 닿는 정도였다. 아이는 처음부터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고 수영이 너무 재밌다고 이야기를 했다. 자유형을 배우다 배영을 넘어간 어느 날 선생님께 전화가 왔다.
어머니! 아이가 자유형을 포기하고 싶데요.
아니, 이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인가.
자유형이 수영의 기본인데 자유형을 하지 않고 다른 영법을 배우는 것이 가당키나 한가, 선생님과 통화하며 어이없는 마음을 다독이며 아이는 내가 단속해서 보낼 터이니 선생님께서는 하시던 대로 격려해 주시며 자유형 마스터에 힘써달라 부탁을 드렸다.
집에 돌아온 아이에게, 선생님과 나눈 이야기를 물어보니 맞다고 자유형 팔 돌리기가 어려워서 포기하고 싶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순간 욱하는 마음이 속에서 치밀어 올랐지만, 꾹 참고 아이를 다독였다. 원래가 기본이 가장 어려운 거라고, 그 기본을 잘 다져두면 다른 영법에서 정말 편안해질 거라고, 자유형을 포기할 생각이라면 수영을 여기서 접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아이에게 계속 설명을 했다. 울고 불고를 반복하는 아이와의 실랑이 끝에 아이는 수영이 이제 막 재미있어져 그만두고 싶지는 않으니 다시 한번 자유형을 도전해 보겠다고 했다. 그 마음이 식을까 수영을 가는 날이면 열혈팬처럼 아이의 자유형 성공을 기원하며 으쌰으쌰 해주며 아이를 보냈다.
“엄마!!! 저 자유형 성공했어요!!”
그렇게 한 달이 지나니 아이는 자유형을 성공해서 집에 왔다. 같이 얼싸안고 우와 대단하다 외쳐주었다.
다른 친구들이 보면 이게 그럴 일인가 싶지만, 우리 아이에겐 정말 ‘별거‘였으니까.
그 후 세 식구가 수영장을 처음가 아이가 수영장에서 잠수를 하며 수영을 하며 물 안에서 온전히 즐기는 모습을 보고, 다른 아이들보다 시간과 비용이 훨씬 더 걸렸지만 아이에게 수영을 가르치길 잘했다며 남편과 이야기를 하고 뿌듯해했다. 학기 초에 제출하는 기초 조사서에 싫어하는 것에 ‘운동’이라고 당당히 쓰는 아이가 이제는 좋아하는 것에 ‘수영’이라고 쓰기 시작했다.
수모로 얼굴에 묻은 물을 연신 닦던 아이가, 자유형을 포기하고 싶다며 엉엉 울던 아이가, 수영을 좋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레인의 처음과 끝을 쉬지 않고 가진 못하지만 그럼에도 장족의 발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