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이 탄핵 심판을 받게 된다. 윤 대통령이 망해가는 나라를 위해 스스로 적이 되어주었다. 혼란 정국 속에서 명확한 적이 생기니 모두가 함께 모인다. 마치 탄핵이 축제인 것처럼 노래를 부른다. 민주주의 열사들은 과거의 향수에 젖어 소리를 지른다. 낭만 하나로 총칼에 저항하던 그 시절로 되돌아갈 수 있기에.
가장 무서운 진실은 그때와 달리 국제정세와 경제가 하락세에 빠져있다는 점이다. 가면 갈수록 빈 건물에 임대문의가 늘어나고 바로 옆의 동료가 구조조정을 당해 회사를 떠난다. 아침 지하철의 분위기는 매우 어둡다. 다들 죽지 못해 사는 것 같다. 탄핵 열기는 이러한 경향을 나타내주는 지표에 불과하다. 모두가 우울감과 화를 느끼고 있다. 단지 화를 낼 대상이 없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부정하고 눈을 가리지만 다들 속으로 알고 있다. 비웃고 넘겼던 말들이 역린을 건드린다. 불안은 계속해서 커진다. 특정 정당이 집권하여도 그렇게 삶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양극은 같다. 공산주의든 자본주의든 권력의 정점에서 서로를 비추고 있지 않은가. 반공을 내세우는 윤대통령의 말에서 북쪽의 돼지가 떠오르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
다가올 디스토피아, 그 속에서 사람들이 잘 이겨냈으면 좋겠다. 서로를 사랑하면서 삶과 유희를 즐기면서 미래를 꿈꾸면서.. 그러다 보면 언젠가 불도 꺼지기 마련이다. 집이야 다시 지으면 되니까. 정치에 관심 없는 삶을 살 때가 사람들에겐 가장 좋은 세상이었다. 태평천국에서는 아무도 왕의 이름을 모른다. 세상이 힘들기 때문에 정치인들이 유명해진다. 권력은 끊임없이 끊임없이 올라간다. 그리고 그 끝에서는 다시 바닥으로 추락한다. 역설적이게도, 권력이란 비워내면 비워낼수록 안전하다. 그러기에 가장 강한 권력은 가장 약한 권력이다.
어차피 인생은 그런 거다. 좋은 세월이 있었으면 나쁜 세월도 있는 법이고, 바닥을 찍고 죽을 고비를 넘겼으면 이제 좋아질 일만 남은 거다. 앞으로 더 나빠질 것 같아도 나빠지는 대로 춤을 추면 그만이다. 모든 것을 버리면 그만이다. 자신이 걸친 옷까지 벗고 아담과 이브가 되어 춤을추면 그게 천국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