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Nicial Kes Jun 16. 2020

올해의 겨울

자축의 계절 혹은 자괴의 계절

올해도 무척이나 춥구나.

작년에도 이맘때쯤 이랬을까.

누구도 모를 작년의 날씨를 

나 혼자 묻는다.


숨 쉴 때마다 나오는 입김은

한 순간 살다 흩어진다.

나도 그렇게 금세 사라질 것이다.


저기 옹기종기 모인 새들도 추운지 

더 이상 지저귀지 않는다.

잔뜩 웅크리고 모이를 찾아 헤메인다.


외투를 끌어당기고 

얼어붙은 발걸음을 옮긴다.

그리고 저 멀리 다가오는 횡단보도.


올해의 겨울 속에서 가만히 멈춰

나는 더 짙어지는 중인지

옅어지는 중인지

나 혼자 묻는다.


 유독 겨울은 더 길게 느껴지고 나에게는 혹독한 계절이다. 연말이 되면 습관적으로 (나 뭐했지?) 지난날들을 돌아보게 되고 그러다 보면 딱히 잘한 게 없어서 뭔가 벌 받는 기분이다. 매 순간 사람들은 본인의 최선의 선택을 한다지만 나는 어째 잘못된 선택만 한 것 같다. 연말이 되면 나에게 여러 번 따지게 되는데, 왜 이렇게 살았냐? 더 열심히 살아야 하는 것 아냐? 내가 나에게 하는 질문이지만 나를 너무 괴롭게 만든다. 그래서 겨울은 혹독하다. 이렇게 나를 괴롭힐수록 공허함 뿐이고 이 틈으로 찬바람이 스며들 때면 너무 추워서 버틸 수가 없다. 그래서 겨울이 싫다. 마음도 춥고 실제로도 엄청 춥다.


 이 시를 썼을 때는 내가 막 학기를 다니고 있었을 때인데 정말 힘들었다. TESOL 과정을 이수하면서 학과 사무실에서 일도 했다. 졸업을 앞두고 보상심리가 작용했는지 아니면 마지막 학기라 아쉬움이 많이 남았는지 놀기도 많이 놀았다. 학교 주변 친구 자취방에서 자다가 몇 번 학과 사무실 조교일에 늦기도 했다. 이렇게 정말 정신없이 살면서 학교 가는 길에서 문득 어떻게 살아야 하나 막막해졌다. 이렇게 바쁘게 살지만 정작 취업과는 별반 상관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런 생각 속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큰 대로변에 차도 없고 인도에는 사람도 없었다. 졸업을 앞두었지만 어떤 것도 정해지지 않은 막연함이 넓고 텅 빈 도로의 모습과 맞닿았다. 이렇게 텅 빈 마음을 어떻게 채울지 참 고민이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졸업 후 스타벅스에서 잠깐 다시 일을 한 것은 유예 기간을 둔 것이었고 해외여행을 다녀온 것은 급히 텅 빈 마음을 채우고자 떠난 것 같다. 


올해는 브런치 작가도 됐고 시도 이 정도로 써가면 2025년에는 시집을 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최근 글도 8000 뷰를 기록해 나름 성취감도 있었다. 게다가 이번 취업 시즌은 코로나에 불구하고 면접을 보니 저번 시즌 서류 광탈이 꽤나 아팠나 보다. 이번 가을까지 혹독하게 살아야겠다. 그래서 올해 겨울은 자괴의 계절이 아닌 자축의 계절로 만들어보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방 안에서 그대를 그리워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