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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색광선 Jun 15. 2024

세렝기티 사파리 투어 계약하기

걷고 타고 30일, 아프리카 - 17

새벽녘부터 아루샤에선 비가 오기 시작했다. 숙소 주인은 놀라며 전형적인 이곳 8월 날씨가 아니라고 말한다. 난 반바지 차림인데 이 사람은 털모자에 털옷, 그 위에 담요까지 꽁꽁 싸맸다.


빗방울은 꽤 굵어졌다. 시내로 나가서 세렝기티 사파리 업체를 알아보아야 하는데 난 뭘 믿고 한국에서 우산을 안 챙겨 왔을까. 후회하던 차에 아침을 다 먹고 나니 거짓말처럼 해가 다시 떴다.




숙소에
투어 문의하다


내가 묶었던 The Greenhouse Hostel 진입로 간판


우선 호스트에게 사파리 투어 업체를 알아봐 줄 수 있냐고 부탁해 봤다. 아루샤에서 호스텔과 사파리 운영을 동시에 겸하는 업체들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꽤 많아 보인다. 보통 이런 요청을 해 두면 숙소 쪽에서 사파리 업체들에게 바로 연락을 취해서 내가 즉시 검토할 만한 몇 가지 제안을 전달해 준다.


당시엔 숙소 주인만을 믿고 덜컥 계약할 수는 없었기에 손수 알아본답시고 사파리 투어 업체들이 많이 몰려 있다고 하는 아루샤 시계탑 인근까지 이동했다. 아침 10시 반쯤 툭툭(tuk tuk)을 타니 시내까지는 10-15분쯤 걸렸다. 참고로 내 경우 일요일에 투어를 알아보아야 했다. 일부 업체의 경우 휴일엔 문을 안 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나중에야 알게 되었지만 숙소 주인이 제안해 준 3박 4일짜리 투어 가격대는 매우 합리적인 수준이었다. 이 사람은 최소한 정직했다. 직접 발품을 팔아본 결과 뒤늦게 안 사실이었다. 결국 여독을 풀 만한 자유 시간은 꿈도 못 꾸고 하루 종일 아루샤 시내를 쏘다녀야 했다.




사파리 투어

가격대


세렝기티 국립공원 홈페이지(www.serengeti.com)


투어 비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세렝기티 국립공원 입장료다. 그 외에 교통비, 식비, 숙박비 등을 더하면 총 가격이 된다. 인솔자에게 주는 팁(Tip)은 제외한 비용이다. 보통 사파리 전용 차량 1대당 가이드 겸 운전자 1명, 요리사 1명이 탑승한다. 사파리 투어를 갈 때 현지 업체에서 선호하는 차량은 단연 도요타 산 랜드 크루저(Toyota Land Cruiser)이다. 기본적으로 많이 투입하는 크루저 모델엔 여행객 6명이 탑승한다. 여기에다 운전자와 요리사까지 합치니 승차 인원은 보통 8명쯤 되는 셈이다.


내가 관찰한 바로는 투어 참가자 수가 늘어나면 크루저 크기도 덩달아 커졌다. 또한 차 안에 공석이 생기지 않도록 투어 업체에서는 서로 정보를 교환하며 어떻게든 만석이 되도록 모객에 열을 올린다. 빈자리가 있다는 건 곧 이들에겐 수입원이 줄어든다는 뜻이니까. 공석이 생길 경우 잘하면 나 홀로 여행객이 깍두기 식으로 대형 그룹에 낄 수도 있다. 기존 그룹이 투어를 하는 도중이라도 어떻게든 합류할 수 있게끔 업체 쪽에서 틈새 영업을 하기도 한다. 따라서 같은 차를 타고 동일한 일정으로 참가한다 해도 여행객마다 계약한 투어 업체와 금액은 차이가 날 수 있다.


22년 세렝기티 국립공원 1일 입장료는 인당 70$ 수준이었고, 23년도엔 또 올라서 83$이었다. 투어 회사들을 들릴 때마다 기름값 등등 현지 물가도 계속 올라서 더 깎아줄 수 없다는 얘기를 숱하게 들었다. 물론 이들이 하는 얘기를 모두 믿을 순 없다. 하지만 무능한 탄자니아 정부가 관광 외에 뾰족한 국가 수입원을 찾지 않는 이상 해마다 국립공원 입장료를 이딴 식으로 올릴 거란 사실은 거의 확실하다.  


세렝기티 국립공원 입장료는
오늘, 지금이 가장 저렴하다




가격 협상 전,
마음의 준비를


(1) 먼저 '제시'하라는 말


예산이 얼마나 됩니까?


사파리 투어를 현지에서 계약해 보면 알게 되겠지만 이 질문을 정말 자주 받는다. 이건 낚시로 치자면 미끼다. 비유해 보자면 우리나라에서 희소성이 높은 물건을 중고장터 같은 데에서 매입할 때 판매자가 전문업자라면 내게 건넬 법한 질문이다. 즉, "당신이 얼마까지 쓸 수 있는지 가격대를 먼저 제시해 주세요"란 뜻이다. 투어 회사에서 관광객인 당신을 포착했을 때 돈 냄새를 맡기 위한 시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여기서부터 업체와 나 사이에 눈치 싸움이 시작된다.


사파리 투어 가격은 정가가 아니다. 즉, 현지 업체에선 고객이 얼마나 돈줄을 쥐고 있는지를 가늠하고 내가 현실적으로 합류할 수 있는 투어 가격을 부른다. 여러 견적을 비교해 보고 실제 투어를 체험해 본 후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결국 돈 쓴 만큼 즐긴다"는 사실이다.



(2) 세상엔 공짜란 없다


가격에 따라 투어 질은 달라진다. 달러나 유로화를 주 통화로 쓰는 서양인들은 환율에 대한 부담이 적다. 이들은 물건 값을 깎는 데도 그리 독하지 않다. 그 결과 대개 아시아권 사람들보단 투어비를 더 비싸게 지불한다. 또한 내가 경험한 바로는 이들이 참가한 투어에서는 동양인들이 선호하는 투어 상품보다 식사 수준이 훨씬 좋았다.


이런 추세가 생기는 데엔 이유가 있다. 예를 들어 휴가를 넉넉히 쓸 수 있는 유럽인들은 사파리 투어 일정을 여유 있게 잡는다. 하지만 아시아계 직장인들은 대개 휴가 기간이 짧기 때문에 최단 시간 동안 핵심적인 볼거리를 볼 수 있는 알짜배기 단기 투어 상품을 선호한다. 물론 시간이 여유로운 학생이나 무직자 등은 다들 자기 주머니 사정에 따라 나름대로 합리적인 일정을 선택할 것이다. 현지에서 사파리 업체를 고르는 건 보통 하루면 충분하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느긋한 서양인들은 선호하는 일정과 코스를 갈 수 있는 그룹이 모아질 때까지 죽 치고 머무르며 며칠을 더 기다리기도 한다.


따라서 내가 원하는 사파리 투어 기간이 늘어날수록 가격대는 당연히 높아진다. 내가 본 바로는 보통 서양인들은 최소 3박 4일 이상이 되는 투어를 선호했다. 내가 합류했던 투어에서는 참가자 6명 중 무려 4명이 일주일 일정으로 계약했다. 이런 투어는 최소 $1,000이 넘는다. 우리는 서로 구경하려는 관광지가 일치하는 3박 4일에 한해서만 같은 그룹으로 만나게 되었다.


2박 3일짜리 상품은 실속 있는 가격에 알짜배기 체험을 하려는 동양인들이 선호한다. 한국에서 출발하는 아프리카 패키지여행 상품 내에 2박 3일짜리로 사파리 투어가 포함되어 있는 경우를 가끔 보았다. 이렇게 일정이 줄면 구경할 수 있는 경치도 줄어든다. 아루샤 등 거점 시내에서 세렝기티로 진입하는 데만 최소 한나절은 걸리기 때문이다.


결국 단기 투어는 핵심적인 구경거리인 Big 5(코끼리, 표범, 코뿔소, 버펄로, 사자)를 어떻게든 찾아내서 보여주는 일정으로 진행된다. 아무리 일정이 빠듯하더라도 Big 5를 보여줘야 관광 만족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가이드는 식사 시간을 여유 있게 잡는 게 힘들다. 예산도 저렴해진다. 때문에 인스턴트 빵, 음료수, 샌드위치 등으로 구성된 도시락으로 간단히 끼니를 때우는 식사 구성이 많아진다.




현지 업체에
확인할 점


아루샤 시내에 있는 AIM MALL. 쇼핑과 슈퍼마켓 장보기가 가능하다


(1) 정부에서 공인한 업체인가?


당연한 얘기지만 탄자니아 정부에서 공인한 투어 업체인지를 먼저 확인하자. 업체 사무실에 들어가 보면 눈에 띄기 쉽게끔 정부에서 공인받은 업체라는 증명 서류를 배치해 둔다. 우리나라로 치면 사업자 등록증 같은 거다.



(2) 에이전시인가, 실제 사파리 투어 운영을 하는 업체인가?


어떤 업체들을 돌아다녀 본 결과, 어떤 곳은 단순히 관광객 모객을 하는 에이전시(agency) 역할만 하는 듯했다. 반면 어떤 곳은 가이드들을 직접 관리하며 사파리 투어를 직접 운영하는 업체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런 걸 한 번 확인해봐야 하는 이유는, 투어 중 돌발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서이다. 타지에서 여행자는 약자일 수 밖엔 없다. 가이드가 계약 사항대로 투어를 진행하지 않는 경우, 혹은 사고가 생길 때 회사 쪽에서 가이드를 직접 통제할 수 없다면 대자연 속에서 어디 따질 데도 없고 난감해진다. 에이전시는 단순히 중개를 하는 곳이니 여행 인솔 가이드를 직접 통제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하면 업체 쪽에서 가이드에게 직접 영향력을 행사하기가 어려워서 나 몰라라 할지도 모른다.



(3) 식사는 어떤 종류인가?


투어 점심식사를 차리는 중(뜨거운 요리 몇 가지가 보인다)


음식 수준은 투어 가격대별로 다르다. 기존에 사파리를 다녀온 사람들이 업로드한 블로그 등에서 점심을 런치 박스(lunch box)로 해결한 인증숏들을 볼 때가 있다. 아침도 마트 식품으로 간단히 채운 식단이다. 이렇게 음료수, 빵, 치킨 등 기성 제품으로 채워진 식단을 제공하는 패키지는 보통 최저가로 협상하여 계약한 상품인 경우이다. 이런 투어는 보통 환율 방어가 어려운 아시아권 여행자들이 선호한다.


반면 서양인들은 식사 자체가 중요한 일정이다. 말 그대로 대자연 속에 충분히 파묻혀 지낼 수 있는 시간적 여유 자체가 이들에겐 중요하다. 내가 유럽인들과 얼떨결에 같은 그룹에 섞이다 보니 이들이 여행을 즐기는 방식을 지켜보게 되었다.


일단 아침 식사는 커피와 차, 따뜻한 메인 음식, 빵, 디저트가 골고루 나오는 코스형이다. 점심은 투어 도중 국립공원 내 휴게 지점에 있는 테이블에서 요리사가 미리 조리한 메인 요리를 제공받는다. 보통은 파스타 종류를 먹었다. 끼니때마다 와인과 과일이 기본으로 나온다. 물과 콜라 같은 음료수는 무한 제공이다. 저녁에는 애피타이저(아프리카 식으로 설탕을 뿌린 팝콘) - 수프/빵 - 메인 코스(고기나 생선 요리, 탄수화물 계열 요리 + 샐러드) - 후식(달콤한 케이크 등)을 먹었다. 끼니마다 테이블 위엔 식탁보가 깔린다. 그룹 멤버들과 사교를 하며 저녁을 다 먹을 때까지 짧게는 1시간, 길게는 2시간 남짓 걸렸다.


이들은 같은 투어 참가자들끼리 그때그때 여행에 대한 추억을 나누는 대화 자체를 중시한다. 다만 한국인 입장에서 이들의 식사 속도는 느렸다. 요리 또한 드문드문, 느리게 나왔다. 평소 대강, 후다닥 밥을 먹어치우는 사람에겐 익숙하지 않다. 게다가 귀를 쫑긋 세우고 모국어가 아닌 영어에 귀를 기울이며 대화를 따라가야 하는 분위기가 살짝 고역이었다.


'사교생활 하자고 여기에 온 건 아닌데'


하루하루 지날수록 요런 생각이 짙어지기만 했다. 갈수록 머릿속엔 김치와 고추장 생각이 선명해졌다. 복장이 터질 만큼 굼뜨게 나오는 음식을 받고 어색한 나이프와 칼질을 하리라 기대했던 게 아니었지만 이것도 경험이다 여기며 단체 생활을 견뎠다.



(4) 잠자리는 어떠한가?


난 텐트를 치고 숙박하는 캠핑 상품을 계약했고 개인 침낭, 이불, 베개를 제공받았다. 저가 투어일수록 침낭 등은 직접 갖고 가야 할 가능성이 높다.



(5) 어떤 코스를 가는가?


투어 일정 중 가고 싶은 곳이 포함되었는지 꼭 확인하자. 원하는 지점이 포함되도록 최종 계약서 상에도 정확한 기록을 요청하자. 보통은 다들 많이 가는 관광지 위주로 코스 안내를 받을 것이다.


다만 본격적인 세렝기티 탐험을 하기 이전 워밍업을 위한 일정을 채우는 상품들도 있다. 가령 내가 탄자니아를 갔을 땐 마냐나 호수(Lake Manyana)타랑기레(Tarangire National Park)를 들리는 상품들은 패키지 가격이 약간 더 저렴했다. 입장료가 싸거나 성수기가 아니라 볼 게 별로 없는 곳을 가는 상품은 투어 가격도 덩달아 싸진다. 그런 걸 제대로 모르는 여행자에게 현지 직원은 매우 할인 폭이 큰 상품이라고 떠벌리기 쉽다.


나를 포함한 투어 그룹원 대다수는 동물들이 대이동(the great migration)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했다. 이 소원 풀이를 위해 우리는 버펄로가 이동하는 걸 보느라 한나절을 기다렸다. 내가 참가한 투어는 마사이마라 공원과 세렝기티 공원의 경계, 즉 케냐와 탄자니아 국경까지 가로지르는 마라 강(Mara River)을 경유하며 동물 대이동을 보고 세렝게티 2일, 응고릉고르 1일을 보내는 총 3박 4일짜리 일정이었다.


여행하려는 국가와 시기에 따라 동물들을 영접할 수 있는 가능성은 달라진다. 내 경우 사파리 투어를 한 시기는 8월 초이다. 당시엔 모든 일정을 세렝기티(Serengeti)응고르고르 분화구(Ngorongoro Conservation Area)에 집중할 수 있는 상품을 찾고자 했다.



(6) 사고가 났을 때 어떻게 업체에서 대처하는가?


차량 사고가 났을 때, 멤버가 갑자기 다쳤을 때, 가이드가 돌발적으로 일정을 변경 혹은 축소할 때 계약 업체가 어떻게 대처하는지 되도록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해라.


거의 모든 업체가 그냥 대강 대답할 거다. 한국처럼 여행자 보험 같은 게 제대로 갖추어졌을 리도 없다. 따라서 그들이 어떻게든 되도록 성의 있게 사전 안내를 하도록 요청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7) 그래서, 몇 박 며칠에 얼마?


여러 업체들을 전전하는 동안 현지어를 모르더라도 눈치챌 수 있었다. 바로 내 앞에서 이들은 다른 업체에 전화를 걸어 자기네만 알 수 있는 현지어로 내 상황을 공유한다. 이들은 노련한 장사꾼이니 투어 가격을 깎는 게 쉽지는 않다.  


결국 자기 예산에 따라 바가지를 쓰지 않고 합리적인 가격에 투어를 계약하는 게 관건이다. 억지로라도 가격을 낮추려 하면 이들은 그만큼 식사 등 서비스가 빈약한 투어 패키지를 제공한다. 여러 업체들을 돌아다닐 결심을 했다면 가격대들을 충분히 비교해 보고 최종 계약을 진행하면 되리라.




어떻게 업체를

찾아다닐 것인가?


아루샤 시계탑(출처: 위키피디아)


이런 걸 다 어떻게 알아보냐고? 어떻게 투어 업체들을 일일이 다 찾아다닐 수 있느냐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아루샤 시내 중심가에 그저 서 있기만 하면 된다. 특히 버스 터미널, 혹은 상점들이 모여 있는 시계탑(Arusha Clock Tower) 근처를 추천한다. 이 지역에선 곧바로 당신을 알아보고 삐끼가 다가올 것이다. 여행객들을 사파리 업체까지 데려다주는 삐끼들은 금세 당신을 먹잇감으로 알아본다. 관광객들을 투어 업체에 데려다주고 수수료를 챙기는 게 어쩌면 현지인들에겐 큰 수입원일지도 모른다.


아침에는 이런 삐끼들이 오전엔 정말 많이 몰려들지만 늦은 오후가 될수록 줄어든다. 아마 보통 여행자들이 오전부터 업체 탐색을 시작해서 시간이 지날수록 계약이 성사되는 경우가 늘어나서가 아닐까. 매우 신기했던 게, 하루종일 내게 달라붙어서 여러 업체 사무실에 데려다준 삐끼는 내가 투어 계약을 끝내자마자 인사 한마디 없이 사라졌다. 이 삐끼들에게 내가 별도로 팁을 줄 필요가 없다는 얘기를 계약 후 사파리 업체 사장에게 여러 번 물어보며 확인했다.


어떤 회사든 일단 들어가서 어떤 일정으로 사파리를 가고 싶어 한다는 선호도를 말해보자. 그뿐만이 아니다. 합류할 만한 마땅한 투어가 정 없다면 현지에서 이미 진행되고 있는 투어라도 빈자리가 있을 경우 합류할 수 있는지를 즉시 타진해 볼 수도 있다. 이런 얘기를 일단 한 업체에게만 말하면 된다. 그러면 투어 회사끼리 자신들이 모객 한 관광객에 대한 정보를 즉시 공유한다.


이렇게 여러 투어 회사에서 모집한 여행자들을 한데 모아 하나의 투어 그룹을 만들 경우 사파리를 투어를 실제 진행하는 회사와 여행객들을 모객 해주는 회사는 차이가 날 수 있다. 사파리를 실제 운영하는 업체(operating company)와 연계해 주는 업체(agency company)가 같은지 다른지, 내가 계약한 사항(잠자리, 전체 일정, 식사 등)을 실제 사파리 현장 인력이 충실히 이행하지 않으면 어떻게, 얼마나 보상받는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해 보자.


한국인들이 기존에 후기로 언급한 3 Wonders, Crown Eagle 같은 곳들도 가보긴 했다. 그러나 내 경험으론 어느 회사와 계약하느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예산에 맞추어 어느 가격대로, 어떤 일정으로 투어를 진행하느냐, 계약 사항을 충실히 이행할 수 있느냐를 서면으로 보장받는 게 제일 중요하다.




가격은 깎되,

너무 깍지는 말자


아마 현지에서 투어 가격을 알아보면 이전에 검색해 본 가격대보다 좀 더 올라간 상태임을 알 수 있으리라. 온라인상에 떠도는 수기는 과거 정보다. 탄자니아 국립공원 입장료, 현지 물가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중이다.


게다가 이들에게 관광객들은 봉이다. 가급적 가격을 높게 불러서 이윤을 많이 남겨야 땡잡는 격이다. 그러니 업체 간 가격 비교는 반드시 필요하다. 업체들을 돌아다닐 땐 잠시 머리를 세뇌시켜 보자. 내 안에 아라비아 상인 혈통을 이어받은 중동 출신 장사꾼 피가 흐르고 있다고 상상해 보는 거다. 즉, 바로 쉽게 답을 주진 않고, 어느 정도는 가격을 깎는 게 좋다.


다만 너무 깍지는 말자. 일단 가격을 후려치라는 식으로 한국인들이 적어놓은 여행 후기를 본 적도 있다. 하지만 세상엔 공짜란 없는 법. 현지 업체에서는 어떻게든 낮은 가격으로 투어를 하려는 여행자에 맞춰 딱 그만큼만 대우해 주는 '저렴이 투어'를 안내한다. 따라서 단돈 몇십 불을 더 깎는 경우 내가 사파리 현장에서 받는 혜택이 더 줄어들 수 있다. 예를 들어 미화 100 달러라고 하면 원화로 십만 원을 좀 넘는 수준이다. 한 푼이 아쉬운 상황이라면 물론 깎아야 할 게다. 하지만 예산이 넉넉하다면 이걸 깎자고 굳이 아까운 시간을 허비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업체와 실랑이를 오래 하는 만큼 현지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여유도, 투어 질도 줄어든다.


또한 이들은 여행자들이 어떤 인종인지, 어떤 국가 출신인지에 따라 어떻게 대처할 지에 대해 노련한 경험치를 갖고 있다. 아시아인, 특히 한국 사람은 확실히 이런 가격 조사와 비용 깎기 면에서 서양인들보다 독하다. 아무래도 유로나 달러가 주 통화인 나라 사람들보다는 환율 부담이 있어서일까.




투어 비용은

현금으로


큰돈이 오가는 거래를 하는 건 서로 예민해지는 일이다. 예전에는 관광객이 달러가 부족할 경우 국립공원 매표소에서 직접 입장료를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게 가능했는데 최근에는 모두 금지되었다고 들었다. 투어 참가자가 사파리를 다녀온 후 업체 몰래 일방적으로 카드 결제를 취소해 버리는 일이 생겨서라고 한다. 투어에 대해 뭔가 불만족했다는 이유, 혹은 먹튀 할 목적으로 이렇게 전액을 취소하는 경우도 있었기에 이젠 카드 결제를 일체 금지하고 오로지 현금으로만 대금을 결제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투어 계약을 하기 직전, 업체에서는 사무실 근처 가까운 은행 ATM 기기 위치를 안내해 주었다. 소매치기 등을 방지하기 위해 현지인을 딸려 보내서 여행자가 돈을 찾는 동안 도로 밖에서 망을 봐주었다. 탄자니아 돈뭉치를 쟁여서 도보로 이동하는 동안엔 아무리 짧은 거리라고 해도 살짝 긴장했던 기억이 난다. 여행 당시 달러를 넉넉히 환전해오지 않은 게 좀 후회가 되었다. 아프리카 관광 하이라이트라고 할 만한 이 투어 비용에 현금 대부분을 써야 하는데 아무래도 신용카드로 인출하면 수수료가 나가기 때문이다.




깍두기 멤버로

최종 계약하다


Green Garden Guest House & Travel Agent LTD.


You're Strong.


계약서에 서명할 때 업체 사장에게 들은 말이다.

하지만 내가 독해서가 아니었다. 결정장애자라 그날 오후까지 계약을 못해서였다.


난 혼자였기에 다른 사파리 투어 그룹에 빈자리가 남아있으면 저렴한 가격으로 합류하고자 했다. 결국 아침부터 오후 4-5시 즈음까지 5-6군데 업체를 싸돌아다닌 결과, 겨우 원하는 투어를 소개받을 수 있었다. 사실 이 시간대까지 점심도 못 먹고 이렇게까지 힘을 뺄 줄은 몰랐다. 그날따라 내가 원하는 일정대로 출발 가능한 투어가 없었다. 하지만 차선책으로 다른 투어를 선택하지도 못한 채 계속 시간을 까먹고 있던 차였다. 이런 우유부단함이 현지인 사장에겐 까다로운 모습으로 보였던 걸까.


그런데 나를 인솔해 주던 삐끼를 통해 이미 가 보았던 업체에서 연락을 받았다. 다시 자기네로 오라는 거다. 이 말을 듣고 한 번 퇴짜를 놓았던 회사로 다시 갔더니 내가 원하는 일정과 가격대로 계약을 해주겠다는 거였다. 왜 아까는 안되고 지금은 된다는 건지 사정을 물어보니, 다른 업체에서 마지막으로 합류할 사람을 구하는데 애초에 계약한 스케줄보다 내가 원하는 더 좋은 일정으로 업그레이드가 되었다고 한다.


결국 유럽 & 남미 출신 여행자들과 같은 그룹에 최종 멤버로 합류했다. 돌이켜보면 그날 오후 막바지에 운 좋게 나타난 해피 찬스라고 생각된다.





참고 1) 맨 처음 가보았던 회사는 내가 묶었던 숙소 호스트에게 소개받은 Arunga라는 곳이었다. 이 회사는 이미 출발 확정 상품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였다. 가격이 저렴하진 않았지만 제시했던 가격이 제일 합리적이었기에 적어본다.


참고 2)  최종 계약한 업체는 Green Garden Guest House & Travel Agent LTD.라는 곳이다. 여기에선 킬리만자로 등반까지 함께 계약하면 최대한 가격을 낮춰주겠다고 영업했다. 하지만 가격 비교 결과 이 말은 사실이 아니었다. 이 회사는 숙박업체와 사파리, 킬리만자로 투어 모두를 취급했고 제시하는 가격대는 기본적으로 높은 편이었다. 다만 투어를 계약하면 출발 전날 숙박비는 무료로 해준다. 이렇게 하면 자기네가 투어 참가자들을 일일이 차로 픽업할 필요가 없으니 남는 방에 하루 재워주고 기름값과 픽업 인건비,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이런 제안을 할 거라고 짐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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