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의 의사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인간의 마음의 심층 세계를 학문으로써 처음 설명하기 시작한 정신분석학의 아버지이자 심리학의 거두다. 정신분석학에 따르면 인간의 정신은 의식(깨어 있는 상태에서 자기 자신이나 사물에 대하여 인식하는 작용)-전의식(현재는 의식되지 아니하나 충분한 자극이 주어진다면 의식으로 소생될 수 있는 정신영역.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뜻함) -무의식(일반적으로 각성·인지되지 않은 심적 상태)으로 나뉘어 기능한다. 이 세 가지 영역은 서로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통해 사고를 이루며, 따라서 사람의 모든 생각과 활동은 의식과 무의식 간의 갈등과 경쟁의 결과다. 그러나 정신에서 그 규모와 영역은 무의식이 의식에 비해 훨씬 방대하며, 인간의 심리는 대체로 이 무의식에 의해 좌우된다.
프로이트는 인간의 정신 구조를 이처럼 이론적으로 파악하여 자신의 정신분석학 이론의 핵심 키워드로 삼았다. 인간의 의식-전의식-무의식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초자아-자아-원초아가 서로 알맞게 균형을 이뤄야 인간은 건강한 정신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만약 이 균형이 깨지면 각종 정신병적 증상이 나타난다. 예컨대 만약 초자아가 너무 강해지면 '강박증'이 생긴다는 병리적 분석이 가능하고,원초아가 강해지면 사회성이 떨어지거나 인격장애를 겪는 식이다. 또한 그는 낮 동안 자아와 초자아의 저항으로 무의식이 낮동안에는 잘 드러나지 않다가 밤이 되어 자아의 방어가 약해지면 무의식 속에서 억압된 충동들이 표현되는데, 이 표현의 실재가 '꿈'이라고 보았다.
초현실주의 혹은 쉬르레알리즘으로 불리는 1920년대 프랑스에서 시작된 이 미술 사조는 인간 무의식으로부터 시작하여 '초현실'적인 이미지 즉, 꿈속에 존재하는 듯한 비현실적인 이미지나 구성으로 이루어진 세상밖에 내보이기 시작했다. <초현실주의 선언>을 3차례에 걸쳐 발표한 미술 평론가 앙드레 브르통은 초현실주의는 무의식의 세계를 탐구하고 설명하며, 인간이 억압하고 있던 상상력을 해방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초현실주의자들은 억압된 욕망이 인간의 자유와 원천이라 여겼으며(이 부분은 프로이트의 이론과 이견이 있었다. 프로이트는 억압된 욕망을 되돌려 정신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드러나지 않던 내면의 깊은 세계를 알 수 있기를 원했다.
막스 에른스트, 호안 미로 등의 초현실주의의 화가들은 콜라주(관계없는 인쇄물이나 사진을 붙여 표현하는 기법)나 프로타주(종이 아래에 질감 있는 물체를 두고 위를 칠해 질감을 드러내는 기법)등의 기법을 사용해 자동기술법(습관이나 고정관념 등을 배제하고 손이 가는 대로 그려나가는 것)을 발전시켰다. 늘어진 시계 이미지로 유명한 '살바도르 달리'와 데페이즈망(어떤 물건을 맥락과는 상관없는 이질적 환경으로 옮기거나 배치해서 얻어지는 이미지의 충격효과를 노리는 기법)으로 유명한 '르네 마그리트' 역시 대표적인 초현실주의 작가들이다. 특히 르네 마그리트의 경우 데페이즈망 기법을 가감 없이 활용하여 상식을 파괴하고 일상의 이미지들을 낯설게 만들어 감각적 환기를 이룰 수 있도록 유도했다. 이러한 일탈적 상상력은 곧 새로운 관점과 상식을 비튼 사유를 가능케 만들었다. 이는 마그리트가 오늘날까지 회자되며 현대미술의 가장 큰 영향을 미친 화가라는 명성을 얻게 해 준 이유이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일본의 작가 ‘쿠사마 야요이’는 자신의 강박증을 표현한 둥근 물방울무늬를 소재로 평생 수많은 작업을 이어나갔다. 노란 바탕에 검은 망점이 특징인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호박’을 작업한 것 역시 쿠사마 야요이다. 실제 강박이나 환각 증세를 가진 환자들 에게서는 어떤 동일한 패턴이 반복되거나 하나의 요소가 같은 형태로 증식되는 듯한 형태를 목격하는 경우를 쉽게 찾을 수 있는데, 쿠사마 야요이의 경우 불안 증세가 심해졌을 때 눈앞에 무수한 점들이 증식하여 뒤덮이는 경험을 했다고 한다. 평생 정신적 질환에 시달린 그는 정신병원에 영구 입원한 채로 병원과 그 앞에 세운 자신의 스튜디오를 오가며 작업을 이어나갔으며, 그에게는 그림을 그리는 과정 자체가 자신을 정신적인 고통에서 해방시켜주는 수단이기도 했다.
쿠사마 야요이,<무한 거울의 방>,2017(왼)/ <호박>(오)
많은 작가들이 여전히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이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으며, 때로는 작업 자체를 통해 정신적 치유를 받기도 한다. “우리의 내적 세계는 눈에 보이는 세계보다 더욱 현실적이다.”라고 말한 샤갈의 표현처럼 무의식의 세계는 현재의 현실보다 더 나아간 현실로 우리를 인도해 줄 수 있는 길잡이가 되어줄지도 모른다. 아직 미지의 영역으로 남은 부분이 많은 것이 인간의 무의식이니 만큼 현대미술에서 표현될 무의식의 범위 역시 계속 확장되어 나가는 것 역시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인간의 무의식이라는 광대한 대양을 유영하는 과정에 우리는 끊임없이 매혹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