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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의별 Sep 25. 2022

무의식

#5



 웹툰 <유미의 세포들> 의인화된 세포를 통해 사람의 내면을  비유적으로 표현해 주인공의 일상과 사랑을 유머러스하고 발랄하게 보여주며  인기를  작품이다.  인기를 바탕으로 드라마 제작까지 이뤄진  작품에는 수많은 세포들이 등장하는데, 그중에서도 '마음속 깊은 ' 사는 본심 세포가 등장할 때면 이야기는 전환점을 맞는다. 본심이는 주인공 유미가 하지 않았을 행동을 하게 만들거나 새로운 사랑을 깨닫게도 만든다. 세포 마을의 세포들은 주인공 유미의 원활한 사회생활을 위해 본심이를 가둬두지만 주인공이 가장 원하는 것을 아는 것은 항상 '본심'이다. 마음속 깊은 곳에 주인공도 모르는 주인공의 마음을 가장  아는 '본심이' 무의식이 가진 본질의  단면을 보여준다.


 오스트리아의 의사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인간의 마음의 심층 세계를 학문으로써 처음 설명하기 시작한 정신분석학의 아버지이자 심리학의 거두다. 정신분석학에 따르면 인간의 정신은 의식(깨어 있는 상태에서 자기 자신이나 사물에 대하여 인식하는 작용)-전의식(현재는 의식되지 아니하나 충분한 자극이 주어진다면 의식으로 소생될 수 있는 정신영역.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뜻함) -무의식(일반적으로 각성·인지되지 않은 심적 상태)으로 나뉘어 기능한다. 이 세 가지 영역은 서로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통해 사고를 이루며, 따라서 사람의 모든 생각과 활동은 의식과 무의식 간의 갈등과 경쟁의 결과다. 그러나 정신에서 그 규모와 영역은 무의식이 의식에 비해 훨씬 방대하며, 인간의 심리는 대체로 이 무의식에 의해 좌우된다.



 또한 인간의 성격 구조는 초자아(Super-ego)-자아(Ego)-원초아(id) 나뉜다. 원초아는 식욕, 수면욕, 성욕 등과 같은 쾌락 원리를 따르는 인간의 본능적 뿌리다.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보이는 먹고, 자고 배설하는 등의 가장 기초적인 욕구를 따르는 상태를 추구하는 동력이 원초아라고   있다. 자아는 현실과 본능 사이의 관계를 판단하고 조율하는 개인의 기준이다. 배가 고플  언제나  안에 음식을 넣을  있는 것이 아니고, 잠을 자다가도 커다란 소리에 잠을   있는 것이 현실이기에 자아는 원초아와 현실을 중재하며 욕구를 충족할  있는 상황과   없는 상황을 고민한다. 초자아는 자아에서  단계  나아간 '도덕성'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나의 밖에 존재하는 타인과 사회와의 관계를 항상 고려해야 한다.  판단기준의 영역이 초자아다. 흔히 뭔가를 결정할  머릿속에 천사와 악마가 있어 싸우는 이미지를 상상하곤 하는데, 여기서 천사인 초자아와 악마인 원초아 사이에서 고민하는 자아를 떠올린다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프로이트는 인간의 정신 구조를 이처럼 이론적으로 파악하여 자신의 정신분석학 이론의 핵심 키워드로 삼았다. 인간의 의식-전의식-무의식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초자아-자아-원초아가 서로 알맞게 균형을 이뤄야 인간은 건강한 정신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만약 이 균형이 깨지면 각종 정신병적 증상이 나타난다. 예컨대 만약 초자아가 너무 강해지면 '강박증'이 생긴다는 병리적 분석이 가능하고, 원초아가  강해지면 사회성이 떨어지거나 인격장애를 겪는 식이다. 또한 그는 낮 동안 자아와 초자아의 저항으로 무의식이 낮동안에는 잘 드러나지 않다가 밤이 되어 자아의 방어가 약해지면 무의식 속에서 억압된 충동들이 표현되는데, 이 표현의 실재가 '꿈'이라고 보았다.


 예술은 태생부터 무의식과 떼려야   없는 관계를 갖고 있다. ‘영감이나 ‘창조에의 욕구 무의식 속에서 발현되어 예술과 연결되며, 그중에서 미술은 무의식의 발현인 꿈을 잡아채  시각적으로 표현하여 보여줄  있는 매체다. 예술가들에게 있어 인간의 내면 특히 본인조차 의식하지 못하는 스스로의 내면을 표현하여 이를 다각도로 설명할  있는 '무의식' 무의식적 충동이 일어난 '' 형상은  어떤 주제보다 매력적인 주제일 수밖에 없었다. 프로이트의 이론에 영향을  ‘초현실주의사조의 등장이었다.


 초현실주의 혹은 쉬르레알리즘으로 불리는 1920년대 프랑스에서 시작된 이 미술 사조는 인간 무의식으로부터 시작하여 '초현실'적인 이미지 즉, 꿈속에 존재하는 듯한 비현실적인 이미지나 구성으로 이루어진 세상밖에 내보이기 시작했다. <초현실주의 선언>을 3차례에 걸쳐 발표한 미술 평론가 앙드레 브르통은 초현실주의는 무의식의 세계를 탐구하고 설명하며, 인간이 억압하고 있던 상상력을 해방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초현실주의자들은 억압된 욕망이 인간의 자유와 원천이라 여겼으며(이 부분은 프로이트의 이론과 이견이 있었다. 프로이트는 억압된 욕망을 되돌려 정신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드러나지 않던 내면의 깊은 세계를 알 수 있기를 원했다.


 막스 에른스트, 호안 미로 등의 초현실주의의 화가들은 콜라주(관계없는 인쇄물이나 사진을 붙여 표현하는 기법)나 프로타주(종이 아래에 질감 있는 물체를 두고 위를 칠해 질감을 드러내는 기법)등의 기법을 사용해 자동기술법(습관이나 고정관념 등을 배제하고 손이 가는 대로 그려나가는 것)을 발전시켰다. 늘어진 시계 이미지로 유명한 '살바도르 달리'와 데페이즈망(어떤 물건을 맥락과는 상관없는 이질적 환경으로 옮기거나 배치해서 얻어지는 이미지의 충격효과를 노리는 기법)으로 유명한 '르네 마그리트' 역시 대표적인 초현실주의 작가들이다. 특히 르네 마그리트의 경우 데페이즈망 기법을 가감 없이 활용하여 상식을 파괴하고 일상의 이미지들을 낯설게 만들어 감각적 환기를 이룰 수 있도록 유도했다. 이러한 일탈적 상상력은 곧 새로운 관점과 상식을 비튼 사유를 가능케 만들었다. 이는 마그리트가 오늘날까지 회자되며 현대미술의 가장 큰 영향을 미친 화가라는 명성을 얻게 해 준 이유이기도 했다.

르네마그리트, <이미지의 배반>,1928-1929(왼)/ <골콩드>,1053(오)


 초현실주의자들로부터 이어진 무의식의 탐구는 현대미술에서 끊임없이 사유되는 주제이자 소재. 과거 초현실주의 화가들과 동일한 생각을 공유하여 작업하는 대표적인 작가들 중에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쿠쉬 스웨덴 출신의 사진작가 ‘에릭 요한슨 꼽을  있다. 에릭 요한슨의 경우 실제 사진을 찍고 이를 디지털화하여 합성시킨 이미지를 선보인다. 흐르던 강이 깨진 거울이 되고, 하늘의 달을  인부들이 트럭에 잔뜩 수확한 달을 집어넣는다. 직관적이면서도 초현실적인 사진들은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상상력을 느낄  있게 한다. 하지만 프로이트의 이론이 세상에 처음 발표된 이후  , 자크 라캉  정신분석학 사상의 흐름은 꾸준히 이어져 내려왔으며, 무의식의 영역 역시 여러 관점과 사유를 통해 파악되었다. 자연히 무의식을 표현하는 방식은 과거에 비해 수십수백 갈래로 퍼져 .


 대표적으로 일본의 작가 ‘쿠사마 야요이’는 자신의 강박증을 표현한 둥근 물방울무늬를 소재로 평생 수많은 작업을 이어나갔다. 노란 바탕에 검은 망점이 특징인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호박’을 작업한 것 역시 쿠사마 야요이다. 실제 강박이나 환각 증세를 가진 환자들 에게서는 어떤 동일한 패턴이 반복되거나 하나의 요소가 같은 형태로 증식되는 듯한 형태를 목격하는 경우를 쉽게 찾을 수 있는데, 쿠사마 야요이의 경우 불안 증세가 심해졌을 때 눈앞에 무수한 점들이 증식하여 뒤덮이는 경험을 했다고 한다. 평생 정신적 질환에 시달린 그는 정신병원에 영구 입원한 채로 병원과 그 앞에 세운 자신의 스튜디오를 오가며 작업을 이어나갔으며, 그에게는 그림을 그리는 과정 자체가 자신을 정신적인 고통에서 해방시켜주는 수단이기도 했다.

쿠사마 야요이,<무한 거울의 방>,2017(왼)/ <호박>(오)


  많은 작가들이 여전히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이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으며, 때로는 작업 자체를 통해 정신적 치유를 받기도 한다. “우리의 내적 세계는 눈에 보이는 세계보다 더욱 현실적이다.”라고 말한 샤갈의 표현처럼 무의식의 세계는 현재의 현실보다 더 나아간 현실로 우리를 인도해 줄 수 있는 길잡이가 되어줄지도 모른다. 아직 미지의 영역으로 남은 부분이 많은 것이 인간의 무의식이니 만큼 현대미술에서 표현될 무의식의 범위 역시 계속 확장되어 나가는 것 역시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인간의 무의식이라는 광대한 대양을 유영하는 과정에 우리는 끊임없이 매혹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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