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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zzy May 14. 2021

전거근

라틴어 Seratus 톱니근 스트레칭

평소 모르다가 의식한 이후로는 계속

생각이 나는 것들이 있다.

그렇게 잠시라도 자각을 하고 나면 좀 나아지는 것?

자세가 아닐까.

저절로 어느 순간 어깨가 위로 올라가 있는 것을

느끼게 된다. 타이핑을 할 때라든가 책상 앞에서,

휴대폰을 들여다보거나 문자를 보낼 때

스르르 어깨가 앞으로 말려 있다.

스마트폰 시대 현대인들의 고질병, 라운드 숄더.

운동을 하다 보면 라운드 솔뎌도 자연스레

고쳐질 거라고, 운동 선생님이 전했다.

희망적이다.

평소에도 휴대폰, 노트북을 볼 때 평행선으로

두고 보려고 애쓰는 편인데

뭔가 집중의 힘이 높아지면 애석하게도

눈과 고개가 아래로 가있고 두 어깨는 으쓱.

머리가 얼마나 무거운데, 그걸 지탱하며 일한다.

정선근 의사

백년목을 보면, 우리가 몇 킬로를 매일

머리에 지고 사는지 알 수 있다.

백년목, 정선근, 사이언스북스 45p.

무언가에 몰두해서 다시 정신을 차릴 때말고

평소에도 어깨가 말려있지 않고

펴져 있으면 좋겠다. 의식이 아닌 무의식에서도.


'전거근' 이라는 근육의 스트레칭을 배웠다.

나처럼 말린 어깨인 사람들이

어깨 유연성을 갖기 위해 꼭 필요한 운동으로 느껴졌다.

일자 밴드를 팔에 끼울 수 있도록 묶은 뒤,

팔목에 끼우고

팔을 어깨 넓이로 벌리고 11자를 만든다.

벽에 약간 떨어진 상태로 바르게 서서

턱 당기고 앞을 보고

팔을 벽에 붙이고 올렸다 내렸다 한다.

이때 양 어깨는 앞으로 끌어, 전인 상태를 만든다.

말이 쉽지, 팔을 밴드에 의지한 게 아니라

버티고 있다보니 팔힘도 쓰이는 거 같고

올릴 때 몸이 당긴다.

딱 벌 받는 자세다.

 (라운드 숄더님들 우리 모두 함께 벌 받아요.)

정확히는 어깨 뒤편으로 힘이 쏠린다는데,

아직 둔감해서인지 운동을 할 때마다

어디가 아픈 것인지 잘 느끼지 못한다.

집중이 부족한 탓인 듯도 하고,

운동에 대한 거리감 때문인 것도 같다.

그 거리가 좁혀져야 내가 운동 동작을 한 후

어느 근육을 쓴 것인지, 제대로 한 것인지

인지할 수 있을 텐데, 인식할 수 있게 되면

되게 기쁠 듯 싶다.


전거근은 앞전 자에, 톱니바퀴 거 자를 쓰는

톱니바퀴 근육을 말한다.

갈비뼈 앞쪽에 날개뼈 사이 연결된 근육이다.

어깨를 앞으로 당겨주는 근육인데,

나는 왼 팔이 더 힘들어서

왼 쪽이 더 헐겁고 오른 편이 그나마 나은 상태인 듯.

견갑골을 유지하고 제 자리에서 좋은 자세를

자유자재로 구사해 언젠가 나를 똑바로 일으켜 줄 근육이다.

운동 슨생님은 매일 하는 게 좋다고 했다.


집에 방치돼 있던 밴드를 쓸 일이 생기고야 말았다.

반가워 밴드야 이제 써줄게 쳐박혀 있지 마

전거근의 정식 명칭은 Seratus anterior이다.

발음해 보니 괜히 우아하다.

세!라!투!스 ~

톱니라는 뜻의 라틴어다.

옛날에는 근육에 이름이 없고 번호를 붙여서

저마다 중구난방으로 불렀다고 한다.

해부 지식이 있는 사람만이 번호를 보고

근육 이름을 알 수 있었고,

문외한인 사람은 번호 들어도 알 리가 없지.

근육계에도 그런 지식의 편중화가 강했다.

그러다 16세기에 해부학의 명저 <파프리카>라는

베살리우스의 책이 발간됐는데,

사실 여기서도 그림으로 확인할 뿐,

근육 번호는 여전했다고 한다.

그러다 16세기에 처음으로 베살리우스가

근육에 이름을 쓰기 시작했고,

17세기 돼서야 근육 형태로 용어를 만들어

표기한 책이 나온다.

해부극장! 저자 바우힌.

그는 세모꼴로 생기면 세모근,

머리가 둘로 나뉜 모양이면 두 갈래근, 이두근

그런 이름을 쓰기 시작한다.

그러다 1895년 바젤에서 드디어 근육 이름에

정식 명칭을 붙였고,

독일 해부학자들이 최초 해부학 용어를 만들게 된다.

그때 라틴어로 용어가 통일된다.

사카이 다츠오 의대 교수가 해부학 이야기에서

정리해준 용어 역사를 보면서,

나는 그 시대에 혹시 우리나라에서 세종대왕 같은

언어의 마술사가 등장해 의학 박사로 짠!

나타났더라면 한자어도 아니고 라틴어도 아닌

우리말 근육과  이름을 들을 수 있었겠구나

생각에 빠지기도 했다.

그래도 라틴어라서, 한번도 써 볼일 없는

 언어를 발음해 보게 된다.

세라투스.

대학 시절 교양 수업의 라틴어, 희랍어 수업을

줄기차게 신청했는데 늘 인원 미달로 폐강되었다.

여전히 모르는 먼 언어이지만,

작년에 드디어 어떤 책을 읽으면서

라틴어라는 세계의 일부 흐름을 접했는데,

그 계기가 '라틴어 수업'이라는 책이었다.

그 책 내용 중

세네카의 잠언 구절을 빌려

"우리는 학교를 위해서가 아니라

인생을 위해서 배운다"는

라틴어 구절이 소개된다.

저자는 언어 자체가 공부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공부가 아니라 아이처럼 흡수하는 것이라고.

지식을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사용하는

이들에게 비판적 인식을 견지하고

언어 학습뿐 아니라 지식 독점과 나눔에 대한

견해를 내보인다.


여태껏 어른이 되어 배워보지 않았던

근육 운동을 하면서 새롭게 알아가는 데

감흥이 큰 편이다. 무언가 자기가 잘 알고 잘하는 것을

남에게 쉽게 공유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운동학습 때마다 깨닫 도움을 얻는다.


지금껏 접해 왔던 일적인 어떤 지식들, 생각한 것들을

운동을 하면서 ...

서서히 나이가 들면서

 나도

유연하게 펼칠 수 있으면 좋겠다 생각이 든다.

경직되거나 막히지 말고. 흐를 수 있게.


세라투스 스트레칭을 배운 뒤 낌.

( 좀 느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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