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상은의 점 Sep 14. 2023

무소속 직업인에게 아침 7시 기상이란...

[퇴고 프로젝트] 23년 8월 31일 아침의 글

자의적으로 7시에 일어나는 하루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무리 없이 반복되고 있다.

놀랍지 않을 수가?

7시에 '일어나야만' 했던 과거의 나는, 아무리 좋아하던 음악도 알람음으로 설정해 두면 그 음악을 증오하게 될 만큼 이른 기상을 싫어했다. 머리 옆에서 웅웅 거리는 핸드폰을 붙잡고 5분 타이머를 걸어두었다. 그 타이머는 몇 번이고 재시작됐었고. 아슬아슬한 시간에 벌떡 일어나 화장실로 가면 눈앞이 흐릿하듯 깜깜했다. 양쪽 어금니에 과한 힘을 주고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짤막한 자기 연민의 시간도 보냈다. 샷추가 아메리카노를 꼽아두기 전까지는 도저히 선명해지지 않았던 나의 아침. 무거운 머리와 어깨와 눈꺼풀, 그 무게가 하루 종일 덜어지지 않는 날이 잦았다. 분명한 불행이었다.

그럼 요즘은 어떠한가?

번쩍 눈이 떠지면 별 미련이나 억울함 없이 이불을 정리한다. 방에 고인 간밤의 공기를 밖으로, 풀냄새가 묻은 아침의 공기를 안으로 옮긴다. 잠옷을 벗고 일상복을 입는다. 세숫물로 남은 잠을 씻는다. 아침 화장실에서 책을 읽으며 얼마든지 시간을 보낸다(방금도 그러고 왔다). 물과 커피와 간단한 아침 먹거리를 옆에 늘어두고 노트를 펼친다. 단순하고도 신선한 아침의 생각을 종이에 옮긴다. 이 작업은 한 시간을 훌쩍 넘기도록 여유로워도 된다. 이 모든 것은 스스로와의 약속이고, 그 어떤 종류의 외압도 없다. 

'팔자 좋네'라는 생각을 하고 계시는지? 그렇다면 나도 그 말에 강력히 동의한다. 안 좋은 팔자로 살 이유도 딱히 없고. 좋은 팔자로 삶을 가꿔두는 작업은 사실 그 누구도 내 게으름과 부지런함에 관심이 없는 무소속 직업인(즉 프리랜서)을 덜 불안하게 하고 더 능률적이게 만드는 데 목적을 두기 때문이다. 나도 나만의 전쟁을 치르는 와중이라고 이해하시면 되겠다. 근데 이제 그 겉모습만은 꽤 평화로운.

방금 화장실에서 하루키 아저씨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

"소설가는 예술가보다는 자유인에 가까울 수도 있다.

자유인이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을 때에 하는 사람이다."

본성이 게으른 나는 이 말에 큰 위로를 받을 뻔했으나, 조금 더 살펴보니 아저씨가 전달하려는 말은 '하기 싫으면 하지 마'와 거리가 멀었다. 초점은 '하고 싶어지는 그때에, 그 일을 해내는 것'에 있다. 자유인에게는 하고 싶은 것을 할 자유가 있지만, 그걸 반드시 해내야 하는 책임감이 요구된다. 싫은 일은 적극적으로 거부할 자유는 그에 대한 보상이다. 세상이 달리 보일 정도의 괴로움을 주는 일이라면 애써 이겨내보려 하지 않을 자유.

이러한 방식의 삶에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자유인으로 살아보아도 좋겠다. 나는 나 스스로를 자유인이라 부르고 싶다. 다른 사람의 시간에 살지 않고, 그저 하고자 하는 일로 성실하게 나의 시간을 채워나가는 지금에 큰 행복과 평화를 느끼는 사람. 그것으로 충분한 사람이라고.


(원본)


이전 01화 아침 글쓰기 시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