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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y R Jul 26. 2016

짧은 글 2

내 삶의 우울함 들이여

이제는 떠나라 열심히 나를 울렸지 않은가

                                                   

1. 빛의 암울함


왜 빛이 암울하냐면은
빛은 비치기만 할 뿐이잖아.
가려주지도 못하고 일면만을 
보려 하고 그 뒤에 가려진 그늘은 
언제나 외면하지.
자신이 만들어낸 그늘을 보지 못하고 
외면하다니 황당하지 않아?
이런 얘기를 왜 하냐고?

2. 내 삶은 단편인가 장편인가

분명히 단언컨대 장편이야
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살아오지를 못했고
그럼, 단편인가?라고 얘기하지 못할 만큼
아직 살아갈 날이 창창하고
그럼, 중편? 
아냐 절대로 놀리는 거 아니라니까

3. 평범한 게 좋겠어

아주 평범하게 말이야 존재감마저 들지 않도록..
그리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혹 누구에게라도
주목받게 되는 날에는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되니까.
그렇게 조심스럽게 나를 지워간다면 그래서 

완전하게 성공(없어진다)하면 좋겠어.
의미? 그런 게 있을 리가 있니?

4. 그건 그렇고
언어가 없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게 가능할까?
그래? 그냥 조금 불편할까? 
하지만 그건 말이야 어쩔 수 없는 거야.
어.쩔.수.가.없.다.

5. 예를 들어볼까?
좋아. 난 이래 봬도 꽤 친절한 편이야
예를 들면 이런 거야
양말을 짝짝이로 신고 밖으로 나와서 목적지에
도착했어. 봐 어쩔 수 없잖아?
뭐? 다시 돌아가서 바꿔 신고 오면 된다고?

6. 그래, 그럴 수도 있겠지.
그런데 말이야, 이건 그냥 예를 든 것뿐이야.
꼭 그런 것은 아니라고 뭐? 이해가 안 된다고?
아 글쎄, 무슨 예를 들어도 마찬가지야.
결국은 언어의 한계야

7. 언어의 한계
나에게 두 번이나 예를 들어주는 건 
과잉친절이야 과. 잉. 친. 절이라고 나에게는 말이야

더 이상 밤하늘이 내게 어둡고 차갑지 않다.
달빛도 힘없이 하늘거리고
먼지가 잔뜩 끼인 내 낡은 구두를 신고
입다가 벗어놓은 겉옷을 다시 입고 
유리에 반사된 햇빛을 온몸으로 받으며
낯선 장소에 도착한다.
죽음에 대한 쓸쓸함 삶에 대한 두려움 

그 어느 것 하나 이겨낼 자신이 없다.


2002년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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