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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싸라기 Aug 28. 2022

비를 닮은 눈물 9화

이별여행

9화 이별여행


그날 그렇게 두 사람의 운명적인 갈림길이 시작된걸

둘 중 아무도 눈치를 못 챘다. 




결국 두 사람은 찬혁이 작성한 2년 뒤 합의 이혼하는 조건을 명시한 문서에 도장을 찍고야 만다.

은미도 지칠 때로 지쳤으며, 찬혁도 이것이 맞다고 생각한 것이기에 망설임없이 도장을 찍은 것이다.

"어떤 경우라도 약속은 지킬게.."

찬혁이 힘없이 말을 건넨다.

"알았어."

막상 도장을 찍고 나니 생각만큼 개운하지는 않은 것이다. 그러다가 잠시 생각을 하던 찬혁이 

제안을 한다.

"은미야..."

"왜?"

"우리 이별여행이라도 갈까?"

갑작스런 제안에 은미는 피식 웃으며 말한다.

"돈이 어디 있다고 여행이야... 이런 상태로 여행 가면 

뭔 재미로..."

"그렇긴 한데.... 우리가 서로 안 맞아서 갈라서는 거지 죽일 놈 살릴 놈 하며 상대에게 큰 죄를 지어서 갈라서는 건 아니잖아..."

"뭐 그건 그렇지만..."

잠시 정적이 흐르고 곰곰이 생각하던 은미가 찬혁에게 물어본다.

"어디를 몇 박 며칠로 갈 건데?"

"내 생각엔 적어도 3박 4일 정도로 계획을 잡아서 가까운 강화도 쪽 펜션을 잡을까 하는데 어때?"

얘기를 들은 은미는 

"그래 알았어 계획을 짜보자."

이렇게 둘은 펜션을 예약하고 맛집도 검색해놓고 이별여행을 준비하였다.

사실 찬혁은 한 달 전 근로계약서를 번복하고는 해고하려는 악덕 공장 업주에게서 어렵사리 합의를 보고받은 약간의 돈과 대출받은 돈이 조금 있었다.

이별여행은 생각보다 좋은 분위기였다. 떠나기 전에

찬혁이 은미에게 "이왕 가는 여행인데 스트레스도 풀고 예전처럼 재미있게 다녀오자."라는 제안을 은미가 받아들인 덕분이다.

두 사람은 오래간만에 처음 만나서 데이트를 하던 그때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같이 사진도 찍고 같이 맛있는 식사도 같이하고 갯벌에서는 둘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바지락 캐기 체험도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즐기기도 했다. 비록 짧은 기간의 이별여행이었지만

은미가 예전처럼 기분 좋게 해맑은 미소를 보여줬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찬혁은 왠지 마음에 짠한 기분이 들면서 이렇게 헤어지는 게 맞나 하는 생각까지도 들었던 것이었다. 그렇게 즐거운 이별여행은 순식간에 지나가고 집으로 돌아온 두 사람은 갯벌에서 캐 가지고 온 바지락으로 칼국수를 끓여서 먹기로 하고 짐 정리를 하고 있을 때 찬혁의 전화기가 울렸다.

전화기를 확인한 찬혁은 의아스러운 얼굴로 전화를 받는다."웬일이지...?"

회사를 그만두고 잠시 쉬던 중 알게 된 개인사업을 하던 익산에 사는 김 사장이었던 것이다.

"아 안녕하세요 사장님.."

"아네네 반가워요 찬혁 씨."

"아네 어쩐 일세요?"

"아... 다름이 아니라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릴게요."

찬혁은 내심 긴장을 하고 전화기에 귀를 

바짝 갖다 댄다.

"제가 조그만 회사를 하나하고 있는데요 찬혁 씨가 글 좀 잘 쓰시잖아요.. 그래서 우리 회사에 팀장으로 오셔서 기획관리 같은 업무를 좀 맡아주십사 하고 전화드렸어요."

"네? 기획관리요?"

찬혁은 난감했지만 지금은 백수이고 더욱이 그 지긋지긋한 공장이 아니잖은가.... 월급만 맞으면 아주 좋다고 생각하고 찬혁이 묻는다.

"감사한 제안이 시기는 한데... 제가 공장일을 하면서 받는 월급이 있어서 그 정도는 맞아야 하는데 가능하시겠어요? 게다가 사무직은 처음이라..."

찬혁의 말에 김 사장은 매력적인 제안을 한다.

"아.... 제가 드릴 수 있는 건 세금 빼고 250 정도예요. 사무직 치곤 적은 건 아닌데 혹시 좀 더 필요하시면 제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세 시간 정도 알바를 하셔도 돼요.보통 6시에 퇴근이니 원하시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만...."

찬혁도 짧은 순간 머리속으로 계산을 해보니 손해는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네.... 생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생각할 시간을 드릴 테니 충분히 생각하시고 연락 부탁드려요."

"네 알겠습니다. 생각해 보고 전화드리겠습니다."

찬혁은 전화를 끊고는 설렘 반 걱정 반하는 묘한 표정으로 멍하니 앉아있었다. 바지락칼국수를 쟁반에 들고 오는 은미가 그런 표정의 찬혁의 모습을 보고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물어본다.

"왜? 무슨 전화야? 표정이 왜 그래?"

"응?.... 아.... 저번에 말한 김 사장 알지? 그 사람이 자기 회사에서 일을 같이하자 하네..?"

은미가 놀라며 말한다.

"오.... 그래? 잘 된 거 아니야? 자기 공장 다니는 거 지긋지긋해 했잖아."

"응... 그렇긴 한데... 급여를 맞추려면 퇴근 후 김 사장네 식당에서 세 시간 정도 알 바를 해야 가능할 것 같은데 그게 좀 걸리기도 하고... 사무직이 처음이라 어떨지...."

"그렇긴 한데 자기가 판단해... 내가 보기엔 나쁜 것 같지는 않아 보이는데."

"그래? 그렇게 생각해?"

"응 우리는 어차피 2년 뒤면 헤어질 사람인데 뭐..."

무덤덤하게 말하곤 은미는 칼국수를 입으로 가져간다. 그런 은미의 모습이 살짝 실망스러웠던 그날의 자신의 감정을 찬혁은 왜 눈치를 못 챘는지 

훗날 후회를 한다.

그날 그렇게 두 사람의 운명적인 갈림길이 시작된걸

둘 중 아무도 눈치를 못 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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