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이 되면 어때요? 많이 지치고 힘들지 않나요? 나에 맞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게 힘들지는 않나요? 누군가의 비평과 비난에 익숙해질 수 있나요?” 마흔이 되고 많은 질문을 받는다. 정말 그런지 확인하고 싶은 30대도 지금 나의 시기를 지난 50대도 내 상태를 확인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혼자서 곰곰이 앉아 생각해 본다. 길을 걷다가도, 책을 읽다가도, 글을 쓰다가도, 쉬는 시간에도, 샤워를 할 때도 심지어는 자면서도 생각한다. 두고두고 천천히 오래오래 곱씹어 생각해 본 결과 그 모든 것들은 마흔의 문제가 아니라 내 마음 가짐의 문제였던 것 같다. 물론 몸이 여기저기 아픈 것은 마흔이 되어서 그런 게 확실하다. 그래서 운동을 결심한다. 작심삼일이 여러 번 반복되었지만 또다시 작심삼일을 감행한다. 덜 아프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마흔의 징후 중 하나일 수 있다.
꼭 마흔이어서 지치고 힘든 것은 아니다. 10대 아이들을 붙잡고 물어봐라. 그 아이들도 바리바리 짊어진 가방이 무겁고 부모님의 기대에 지치고 버거울 것이다. 마흔에 맞는 행동은 어떤 거냐고 되묻고 싶다. 마흔이 되었다고 갑자기 권위의식이 생기고 꼰대 근성이 튀어나오는 것은 아니다. 그 나이에 걸맞게 살려고 노력하기보다 내 가치관에 맞게 행동하고 부끄럽지 않게 행동하면 그뿐이다. 그리고 누군가의 비평과 비난에 관대해질 나이가 과연 존재한단 말인가? 누가 자신을 비난하고 비판하는 것을 좋아하겠는가? 다만 그들의 입장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는 생각의 더 넓어지는 것이다. 자신이 최고인 줄 알고 살아왔겠지만 마흔이 되면 그런 자만심은 내려놓게 되기 때문이다.
마흔이 되면 마음에 지진이 일어난다.
진정한 당신이 되라는 내면의 신호다.
- 칼 융 -
마흔, 지금까지의 평탄했던 삶에 지진이 일어나는 것과 같다. 건강할 줄만 알았던 몸에서 이상 신호가 감지되고 오래 마음속에서 용암처럼 부글거리며 꿈틀거리던 또 다른 자아가 표면을 뚫고 터져 나온다. 세상 밖으로 튀어나온 또 다른 자아는 자신을 찾아가기 위해 애를 쓴다. 그리고 지진은 마음속의 여러 가지 풍부한 생각들과 감정들을 쏟아낸다. 마음속의 지진은 억눌렸던 자아를 방출하며 답답한 마음을 풀어주고 아픔을 치유한다. 그렇게 지진이 일어나고 나면 마음은 한결 가벼워지고 삶을 대하는 태도 또한 성숙해진다. 전보다 더 좋은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마흔, 마음속의 지진은 다시 한번 삶을 살아가게 하는 힘과 희망을 준다.
순간순간 변하는 삶의 목표를 쫓아가느라 정신이 없고, 옆에 가는 사람의 길이 옳은 길인 것 같아 여전히 따라가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강의를 듣고 책을 읽는 다고 해서 삶의 방향이 등대처럼 보이지 않고 많은 경험을 한다고 해서 삶의 방법을 터득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마흔, 그럼에도 여전히 살아내는 것. 포기하지 않고 매일 나에게 주어진 길을 가는 것. 어떤 상황이 닥쳐와도 굴하지 않는 것.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는 것.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 매일매일을 숨을 쉬듯 살아내는 것. 시련과 아픔을 자양분 삼을 줄 아는 것. 누군가 내민 손을 잡을 줄 알고 나도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 줄 아는 것. 나설 때를 알고 연대할 줄 아는 것. 참아야 할 때를 알고 웃어넘길 줄 아는 여유를 가지는 것. 이런 것이 마흔을 대하는 내 삶의 자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