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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미아는안돼요...캐나다 정착기

캐나다 정착기

by 개양이 CATOG

겨울이 유난히도 길고 추운 캐나다의 1월은 뼈가 시리도록 몹시 추운 날씨였다. 먼저 캐나다로 이민을 가있던 사촌 가족의 집에 머무르게 된 내가 처음 배운 일은, 집 앞에 쌓인 눈을 삽질해서 치우는 것이었다. 눈에 햇볕이 반사되어 얼굴이 까맣게 탄다는 말에 얼굴에 선크림 잔뜩 바르고 나가 사촌들과 삽질을 몇 번 하다가 눈더미에 얼굴 모양 찍기로 장난이 번졌다. 아휴, 이게 웬걸.... 선크림과 눈이 찰싹 붙어 얼굴이 타들어가는 느낌의 지옥의 차가움을 맛보았다.


일주일 만에 부모님은 한국으로 되돌아가시게 되었고 먼저 왔던 내 동생, 사촌동생들과 한 집에서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영어를 배우는 게 먼저, 다행히 캐나다는 이민자 교육정책이 꽤나 잘 되어있는 나라라, 집 근처 커뮤니티 센터에서 이민자 대상 영어 교육시설이 잘 되어있었다. 한 달에 간단한 다과를 위한 차값 $5 (한화 5천 원) 정도의 돈만 지불하면 수준에 맞는 영어 교육을 들을 수 있다고 했다. 워낙 왜 딴 시골마을에 살게 되었기에, 학교를 다니던 동생들이 집을 나가고 나면, 사실 가장 신나는 일이란 집 앞 공원에서 비둘기 먹이를 주는 게 전부였다. 이 곳에 빠르게 적응하고 일이라도 구하고 싶은 마음에 생각을 해보니 언어를 배우는 것이 먼저였다. 시차 적응을 하는 대로 영어 공부를 위한 커뮤니티 센터에 등록을 했다.


엄청난 길치였던 나는 일단 지리를 파악하는데 먼저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다행히 캐나다는 도시계획이 규칙적으로 잘 되어있는 나라라 지리는 어렵지 않다고 했다. 마치 거대한 바둑판 같이 규칙적으로 완료된 도시 계획으로 웬만하면 길을 잃지 않는다고... 그렇지만 난 길치에 방향치이므로... 도시 계획이 잘된 이곳에서 국제미아가 될 것 같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래서 국제미아는 안되게 해 달라는 진심을 꼭꼭 눌러 담아 무려 지도를 그려보았다. (제발 국제 미아는 안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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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는 마음으로 학교를 가보니, 많은 이민자들이 함께 수업을 듣고 있었다. 대다수가 이란에서 이민 온 사람들, 중국, 그리고 동유럽 국가들 ( 러시아, 불가리아 등등)에서 이민 온 사람들이 한 반에 있었다. 평균적으로 40대~70대의 사람들이 포진을 하고 있었다. 너무나 한적한 시골마을, 아무도 없는 공터에서 비둘기 밥 주는 것보다 훨씬 신나는 일들이 기다리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나는 서툰 영어로 자꾸 말을 걸기 시작했고 불가리아에서 농부 생활을 하셨던 할아버지에게 토마토와 감자 심는 법을, 당시 대장금이 강타한 이란의 한류에 대해, 중국사람들과 삼국지 이야기로 더듬더듬 말을 걸기 시작했다. 단어를 겨우 조합하여하는 서툰 언어였지만 각기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신기했다. 온 신경을 곤두세워 매 순간 집중했고, 온몸의 잠자던 세포들이 깨어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른 저녁, 집에 도착하면 녹초가 되어 잠들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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