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팔로워들이 앉혀줄 자리
덧붙이자면, 리더가 취하는 자리 중 최악은 상석이라고 했다.
가장 앞의, 누구에게나 잘 보이는 자리! 언젠가 리더의 자리에 대해 조언받은 이야기다.
아빠는 리더라면 항상, 누구에게도 잘 보이지 않는, 혹은 가장자리에 앉아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왜냐고? 그렇게 있다 보면 자신의 리더로서의 역량이나 위치를 적나라하게 알 수 있으니까. 만약 인정받지 못하는 리더라면 아무도 챙기지 않는 채 처박혀 있어야 할 것이고, 인정받는 리더라면 모두가 좋은 자리로 자연스럽게 이끌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리더로서의 자신의 현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굉장히 잔인한 방법이기도 하다.
리더로서 팔로워들의 신뢰와 애정을 받고 나면, 당연히 나를 상석으로 올려줄 거라는 믿음!
흠...?
그런데 언젠가 언니에게 이 얘기를 하자, 언니는 '그냥 팔로워들이 착한 경우도 있지 않을까?'라는 또 다른 시각에서 의견을 주었다. 나와 언니는 초등학교 입학부터 대학교 졸업까지 회장, 부회장, 전교회장, 중복되어 안 되면 무슨 무슨 부장이나 학생회라도, 학창 시절 내내 뭔가 직책을 맡고 있던 터라 리더십에 관련한 대화를 종종 나누곤 했다. (나는 결국 리더십 전형으로 다수의 대학교에 합격하기도 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나 또한 팔로워들의 배려심이 리더를 그 자리에 앉혀주는 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더가 팔로워들의 신의를 얻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제아무리 존중과 존경을 받을 만한 사람이라 해도, 냉소적인 팔로워들만 모여있다면 어떨까? 날고기는 능력자 리더라 한들 구석에서 외로이 시간을 보내고 있을지 모른다. 반대로 대단한 자질의 리더가 아니라 하더라도, 결국 자신의 리더를 좋은 자리에 앉혀주고자 하는 따뜻한 마음씨의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라면 그를 좋은 자리에 앉혀줄 수도 있을 것이다.
좀 더 어릴 땐 내 자리를 오롯이 나만의 능력으로 쟁취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팔로워들의 다정한 파도를 타고 이 자리에 안착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