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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 Daehyun Apr 14. 2017

도덕-나의 소중함

3차시


- 오늘 수업은 시 한 편으로 시작하겠습니다.




꽃 -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 시를 함께 낭송해 볼까요.

: 함께 소리내어 읽는다.


- 우리 그동안 도덕시간에 뭐했지?

: 자기랑 닮은 것 찾기

- 맞아. 나 같은 것 찾고 왜 그게 나 같았는지에 대해 글을 썼었지. 그리고 또 뭐했지?

: 칭찬 포스터?

- 그래. 28명의 칭찬포스터에 글 써주고 자기 자리에 왔을 때, 다들 자기 포스터에 가득 채워진 친구들의 글을 보았었지. 그리고는 일기장에 뭐 썼더라?

: 내가 괜찮은 사람인 이유 BEST 5

- 맞아. 친구들이 써준 칭찬들 가운데서 내가 괜찮은 사람인 이유를 찾아 적어봤지.

- 도덕 교과서에는 '자긍심', '자기 자신을 사랑하기'를 가르쳐 주라 하고 있어. 그런데 그런 책을 많이 읽는다고해서 진짜로 자기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되는 건 아닌 것 같아.

- 자기 자신을 사랑한다는 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내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사랑받을 때 자연스럽게 생기는 거야. 선생님의 경험 상 그런 것 같아. 그런데 그 경험이 틀리지 않은 것 같아.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저기 창 밖에 있는 저 나무들의 이름을 다 알지 못하지. 그냥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구나.. 하고 말지. 내게 의미가 없거든. 그냥 하나의 몸짓일 뿐이야.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저 나무의 이름도 알고 관심을 가진다면 그 나무는 내게 의미가 있는 나무가 되는거야.


- 우리도 마찬가지야. 우리가 6학년 올라와서 함께 생활한지 한달 반이 지났는데, 여러분에게 이 교실에서 누군가는 꽃이고 누군가는 하나의 몸짓일거야.

- 서로 관심을 주고 함께 이야기 나누고 잘 어울리는 친구는 의미있는 관계를 맺은 꽃이라면, 지금까지도 이야기 한 번 제대로 나누지 않고 별 관심을 주지 않았던 친구는 하나의 몸짓이겠지.


- 3연, 4연을 함께 읽어보자.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나는 나에게, 너는 너에게 라고 읽어서 그건 따로따로지~ 하니 다들 웃는다.)


- 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어해. 유명한 사람이 되고 싶고, 인기 있는 사람이 되고 싶고, 사랑받는 사람이 되고 싶어해. 그건 본능이야. 누구나 그래.

- 누군가에게 의미있는 사람이 된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야. @@가 ₩₩를 힘들 때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의미있는 사람으로 여기고 있다는 걸 ₩₩가 알게 된다면 참 기분 좋겠지? (@@와 ₩₩가 마주보고 씨익 웃는다.)

-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서 자기를 사랑해 주기를 바라는 건 어리석은 거야. 내가 그 누군가에게 의미있는 누군가가 되려면 내가 그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어야 해.


- 자, 그럼 우리 이거 한 번 써보자.

(아이들에게 일기장을 나누어 주었다.)

- 지금 우리 반에서 내게 꽃인 사람은 누군지, 그리고 하나의 몸짓인 사람은 누군지.

- 하나의 몸짓에 친구 이름을 쓴다고 미안해 하는 마음은 들어도 돼. 그러나 부끄러워 할 필요는 없어. 쓰는 것이 그 몸짓을 꽃으로 만드는 시작이니까.

- 그리고 이 시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부분으로 제목을 정해서 적어.

- 징검다리 노래 틀어줄테니까 노래가 끝날 때까지 써봐.

: 남자들은 다 몸짓인데..

- 난 남자니까, 난 여자니까.. 이건 수준 낮은 거야. 남자랑 여자랑도 잘 어울리는 친구들이 있잖아. 어쩌면 그건 서로에게 꽃이라고 할 수 있겠지.

- 이야기 하지 말고 온전히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봐.

(충분히 시간을 준다. 노래 반복 재생)


- 다 썼으면 우리 이렇게 해보자.

- 우선 꽃에게 찾아 가는거야. 찾아가서 악수를 청하고 "나의 꽃이 되어주어 고마워."라고 말하는 거야. 꽃인 사람이 여러명이라면 다 찾아가서 인사를 전해.

- 그리고 다음은 누구를 찾아가겠니?

: 몸짓

- 맞아. 몸짓에게 찾아가서는 이렇게 말하는 거야. "아직은 몸짓이지만 우리 더 친해지자." "아직은 몸짓이지만 우리 꽃이 되자."

- 6학년에 한 반이 되었다는 건 엄청난 인연이야. 세계 인구가 얼마지?

: 70억

- 70억명 중에 28명이 모인거야. 기적이지.

: 기저귀지.

(웃음)

- 오랜 시간이 지났을 때를 상상해 볼까? 이 자리에 있는 누군가는 기억하고 있지만 누군가는 완전히 잊혀질도 몰라. 서로에게 의미있는 누군가가 된다는 건 지금 이 시간이 만드는 거야.

- 사랑받으려면 먼저 사랑해 줘야해. 용기를 내봐. 출발! (음악)


: 아이들은 서로 안아주고 악수하며 꽃이 되어주어 고맙다 인사했다. 선생인 내게도 와서 꽃이 되어주어 고맙다 한다. 나 역시 아이들을 꼭 안아주며 "선생님에게도 이미 넌 예쁜 꽃이야."하며 이야기해 준다.

: 어떤 아이는 이 친구를 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친구는 이 아이를 몸짓이라 생각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어 서운해 하는 아이도 있었다.

: 친구에게 "넌 나의 꽃이야. 고마워."란 말을 듣는 일은 아이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평소 관심을 덜 주었던 친구들에게 다가가 "꽃이 되자."고 이야기를 나누던 친구들은 조금은 더 가까워진 것 같은 느낌을 다지게 되었다.

: 활동을 마친 뒤, 간단한 소감을 적게 하였는데, 아이들은 특히 서로에게 했던 그 말들이 참 기분좋게 들렸다는 생각을 많이 하였다.


: 자신이 누군가에게 관심과 사랑을 받는 경험과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은 아이들 스스로를 귀하게 여기게 만들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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