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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gang Aug 07. 2021

안부를 묻다

관계

 


“돈 마니 벌고 있니?”


 뜬금없이 돈 많이 벌고 있냐, 고 톡을 보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SNS에 올라오는 글을 짐작하며 안부는 늘 거기 있다고 안도했다. 가끔 댓글을 쓰는 걸로 우리의 간격은 유지되고 있었다. 그는 지방 소도시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고 있다.


 3일 전에 보낸 톡인데 아직 답이 없다. 표시등 1이 사라졌으니 읽었다는 거다. 다만 언제 읽었는지 모를 뿐이다. 가끔 SNS에 안부를 알 수 있는 사진과 글이 올라왔는데 요즘 뜸하다. 톡을 보낸 이유이다. 워낙 친한 여고 친구였으니 어떤 말도 서로의 내적 감수성을 짐작하고 이해하기에, 통하리라 아니 통한다고 단정하며 산다. 그런데 왜 아직 답이 없지? 이런 적이 없었는데? 이모티콘 하나 없는 건조한 톡 내용에 마음이 상했나? (하긴 이모티를 발하는 나도 아니었고 또 사용한 적도 없다.) 바빠서 답하는 걸 미루다가 잊어버렸나? 이 친구와의 사이에서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고민을 내가 지금 하고 있다.



 

  “잘 지내지? 어젯밤에 너 꿈꿨다. 사업이 잘 되는? 거지?”

  “응 결혼식장에 왔다. 뭐 안 좋은 꿈이여?”


  ‘너 꿈꿨다는 말, 사업이 잘 되는? 거지?’ 두 말이 복합되어 뭔가 느낀 것이 있었던지 바로 답이 왔다. 나도 꿈이 예사롭지 않아 해몽을 검색해 본 후 보낸 톡이었다.


 “꿈에 네가 죽어서 너무 슬프게 울었어. 너무 많이 울어서 목이 아플 지경이야. 슬프게 울었다면 죽은 친구가 부자가 되는 거래. 그래서 사업이 잘 되냐고 물은 거야. 돈 많이 벌고 있냐고.”

 “하하 그랬구나~~ 잘 되고 있어. 고마왕~”

 “그래 감사하다. 부자 돼서 내 땅도 마련해줘라.”


 친구가 죽어서 슬프게 운 꿈은 길몽이다. 꿈에 나온 친구가 크게 성공할 꿈이라고, 해몽을 찾아본 결과가 그랬다. 친구가 크게 성공한다는 것에 방점을 찍고 물어본 것인데, 사업이 잘 되고 있고 안 풀렸던 문제들도 잘 해결되었다고 해서 기뻤다. 해몽이 좋아서가 아니라 성실한 그에게 대성할 날이 오겠지 생각했고 당연한 결과라 여겼다. 평소 꿈을 맹신하거나 믿은 적도 없지만 좋은 꿈이라니 무조건 좋았다.




 그 이후, 4개월여 만에 보낸 톡이다. 돈을 많이 벌고 있느냐 의미는 지난번 보낸 톡의 연장선상이기도 하다. 그건 열심히 살아가는 그의 가치와 열정을 세워주고자 하는 의도이기도 하고, 코로나로 인한 시대적인 아픔의 배경에도 친구가 성공의 가도를 달리기를 바라는 마음이 내포된 나의 지극한 마음의 숨은 뜻이다. 평소 같으면 다시 톡을 보내서 많이 바쁘냐고 물었을 텐데 선뜻 톡을 보내지 못했다. 사람의 감정이라는 것이 수시로 변덕일 수 있으니 지금 상황이 어떠한지 알 수 없기에, 하는 의문이 먼저 나의 뇌리를 스쳤던 거다. 잊었다면 퍼뜩 생각나는 순간 답이 올 것이라 믿는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면 가끔 올라오던 SNS가 고요하다는 것이다.

 이모티 하나 없이 보낸 앞뒤 없는 뜬금포 ‘돈 마니 벌고 있니?’ 카톡 내용을 나의 의도와 다르게 왜곡하여 해석되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 사이 이런 걱정을 하다니, 이모티 하나 없이 보내는 나의 톡이 무미건조하다 못해 너무 딱딱하다는 후문을 들었던 까닭이다. 나의 의도와 다른 오해를 불렀다는 거다. 지나치게 사무적이고 심지어 화가 났나 의심이 들 때가 있다며 이모티도 좀 사용하고 웃음 부호도 종종 사용해보라고 했다. 그럼에도 이모티 사용하는 걸 매번 잊는다.




  “열심히 하지요?”

 

  앞뒤 아무런 인사도 없이 툭 날아온 문자 한 통. 무미건조하기 이를 데 없는 이 문자 한 통이 내겐 엄청난 위로가 되었던 적이 있다. 앞뒤 끝도 없는 이 목소리는 지친 여름을 건너는 입시생인 큰애를 향했던 것. 당연히 모든 관심사가 입시생인 큰애인 줄 알고 그것이 주요 안부였다. ‘열심히 하지요?’ 속에는 가내 평안과 안녕을 비는 말이 들어 있다. 대한민국에 사는 국민이라면 누구도 비켜갈 수 없는 입시전쟁의 반열에서 아이도 어미인 나도 그 대열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돈 많이 벌고 있니?’ 이 말에도 ‘열심히 하지요?’와 같은 의미와 메시지가 들어있다.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이 고달픈 시기, 별일 없이 하루하루 잘 살아가고 있기를 바라는 나의 염원이 들어있고 그동안의 안부까지 곁들인 수많은 행간을 내포한 생략된 물음이라고 우겨본다. 그러나 내가 옳다고 주장하는 것이 꼭 옳은 일만은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 앞에 고개를 떨군다.




  어제만 같은 그 세월이 30년이 지났다. 같은 해에 결혼했던 우리, 그는 여수 나는 서울에 정착했다. 그와 나의 직업과 성품의 차이에서 오는 괴리도 있겠지만 가장 큰 것은 물리적 거리에서 오는 텀일 게다. 물리적 거리는 멀지만 심리적 거리는 가깝다고 여겼던 것이 무리인 걸까. 관계란 자주 만나고 부딪혀야 할 텐데 돌아보니 그런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오늘까지 답장이 없으면 전화를 걸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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