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그동안 스웨덴을 앞장서서 비난했던 우리나라 사람들이 들으면 꽤나 황망함을 느낄 만한 뉴스 하나를 보았습니다. 스웨덴이 최근 확진자 수 급증을 보이고 있는 이스라엘에 대하여 입국 금지 조치를 했다고 하는군요. 아시다시피 현재 이스라엘은 높은 백신접종률에도 불구하고 확진자수가 폭발하고 사망자수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습니다. 2차 접종도 부족해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3차 부스터 샷을 현재 시행 중이고, 4차 부스터 샷까지 준비하고 있고요. 거기에 비하여 스웨덴은 확진자수와 사망자수 모두 상대적으로 안정된 패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 이스라엘은 우리나라의 롤 모델이었습니다. 백신 구입이 늦어져서 곤경이 처해있던 정부는 백신 접종이 막 시작되던 지난 3월 초, 소위 백신 접종 선도국인 이스라엘의 노하우를 배우기 위하여 온라인 콘퍼런스까지 열었었죠. 그 당시 이미 인구 절반 이상에 대하여 1차 백신 접종을 끝낸 이스라엘 측 참여자들은 백신이 놀라운 효과를 보이고 있으므로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국도 하루속히 접종률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었고요.
거기에 비하여 노 마스크 노락다운으로 대응했던 스웨덴은 유행 내내 우리나라 국민들의 조롱거리였죠. 최소한 분기별로 한 번씩은 전해졌던 <스웨덴 망했다>는 소식은 각종 방역수칙으로 지쳐있던 국민들에게 한껏 카타르시스를 안겨주곤 했습니다. 지금보다 훨씬 더 심각하게 K방역에 취해 있었던 대다수 국민들은 이상적 복지국가로 언급되던 스웨덴에 대한 환상이 완전히 깨어졌다면서도, 내심 그 상황을 즐기는 듯 보였습니다.
스웨덴은 우리나라가 지금에서야 고려하기 시작한 <위드 코로나>를 유행 시작부터 방역정책으로 삼았던 국가입니다. 그 이유는 코비드 19와 같은 성격을 가진 바이러스는 공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처음부터 정직하게 인정했기 때문이죠. 저는 사실 유행이 시작된 지 2년이 다 되어가는 이제 와서야 위드 코로나를 무슨 대단한 정책인양 이야기하는 전문가라고 불리는 사람들을 지켜보는 것이 많이 불편하더군요. 최소한 자신들의 오판이 얼마나 사회에 큰 피해를 가져왔는지에 대하여 반성하는, 아니 미안해하는 기색이라도 보여야 할 것 같은데, 자신들은 과거에도 옳았고 현재도 옳고 미래에도 당연히 그럴 것이라고 믿고 있는 듯했습니다.
현재 방역당국에서는 위드 코로나의 전제조건으로 성인 80%·고령층 90% 백신 접종률을 내걸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단지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것이 코비드 19 사태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생생히 보여주는 실례입니다. 아래 2021년 스웨덴과 이스라엘의 사망자수 추이를 비교해 보면 두 국가 모두 유사한 시기에 뚜렷한 사망자수 감소를 보입니다만, 백신 접종률은 아주 큰 차이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5월 1일 2차 백신접종률을 보면 이스라엘은 58%에 이르나, 스웨덴은 고작 8%에 불과합니다. 이러한 결과는 한 국가에서 사망률 감소는 백신 접종과 무관하게 관찰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스웨덴은 락다운을 하지도 않았고, 마스크 착용 의무화도 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와 같이 확진자들의 개인정보를 털어가면서 하는 동선추적은 당연히 없었으며, 확진자와 접촉자 강제 격리조치도 없었습니다. 유행 시작부터 임시 병상은 마련해두었지만, 무증상 혹은 경한 증상으로 지나가는 대부분 확진자에 대하여서는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죠. 일견 방치하는 것 처럼 보였던 스웨덴의 방역정책이 실은 코비드 19가 등장하기 전 호흡기계 감염병 팬데믹에 대처하는 표준 방역정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바이러스 지역사회 전파후에는> 스웨덴과 같이 고위험군과 진짜 환자에 초점을 맞춘 방역, 즉 완화전략으로 대응을 해야만 전체 사회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유행을 가능한 한 빨리 종식시킬 수 있습니다. 오히려 락다운, 확진자 동선추적, 전 국민 마스크 의무화와 같은 것이 코비드 19와 함께 새롭게 등장한 기괴한 방역정책에 가깝죠.
그리고 “스웨덴이 주는 교훈, 코비드 19는 벌거벗은 임금님?”과 “스웨덴은 100% 옳았다”에서 설명드렸듯, 이러한 스웨덴의 판단은 정확했다고 봅니다. 무슨 X소리냐? 스웨덴 코비드 19 사망자가 만 오천 명에 이른다. 스웨덴 코비드 19 사망률은 근처 북유럽 국가들보다 훨씬 높다, 국왕이 실패라고 인정했다.. 등등의 고정관념에 빠져서 아직도 허우적대고 계시는 분들은 방금 링크한 글들을 꼼꼼히 정독해보시기 바랍니다. 스웨덴의 코비드 19 사망자 대부분은 코비드 19가 없었더라면 비슷한 시기에 다른 질병으로 사망했었을 분들입니다. 겨울이 다가오면 스웨덴에도 다시 코비드 19가 찾아오겠지만, 그런 과정을 거쳐 감기처럼 독감처럼 공존하면서 살게 되는 것입니다.
“Follow the common sense!!”에서 설명드렸듯, 코비드 19와 같이 계속 변이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성 호흡기계 감염병은 자연감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한 사회에 유리합니다. 즉, 확진자수는 <많고> 사망자수는 <적은> 상황을 목표로 하는 방역정책이 가장 이상적이라는 의미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그레이트 배링턴 선언문에서 주장한 바와 같이, 고위험군은 최선을 다해서 보호하되 건강한 사람들은 예전처럼 일상생활을 해 주어야 하는 것이고요. 그동안 우리나라는 무조건 확진자수가 적은 것만이 최선이라는 전제하에서, 각종 기상천외한 방역수칙으로 사회를 통제하고 확진자를 죄인으로 몰아가는 방역정책을 펴 왔습니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건강한 사람들이 경험하고 지나가는 자연감염에 대한 사회 인식 자체를 완전히 바꾸어주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하루빨리 그 역학조사, 동선추적이라는 것을 중지해야 하고요.
아직도 우리나라가 기존 방역 정책에서 방향을 틀지 못하는 이유는 그동안 의미없는 확진자 수 최소화를 위하여 국가적으로 쏟아부은 엄청난 인력과 예산, 그리고 K방역에 대한 국민들의 환상이 너무 컸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나온 대부분 데이터들이 방향 전환이 시급히 필요함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의료시스템의 과부하가 없는 한>, 확진자수가 늘어나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라 차라리 좋은 일>입니다. 그 일을 막기 위해서 오랜 기간 그 엄청난 노력을 했다는 것을 누구도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문제를 직시하는 용기를 가져야만 다음 감염병 유행시 비슷한 일이 반복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겁니다. 이번과 같은 방역은 한 번으로 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