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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덕희 Sep 16. 2021

사라졌던 독감이 돌아오기 시작하는군요

마스크와 함께 하는 위드 코로나가 <극소탐 극대실>인 이유

최근 인도에 독감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WHO에서 제공하는 인플루엔자 감시체계 자료를 확인해보았습니다. 과연 약 18개월 동안  사라졌던 독감 환자가 인도에서 급증하고 있군요. 사회적 거리두기나 마스크 착용과 같은 방역수칙이 별 의미가 없었던 인도와 같은 국가에서도 사라졌던 독감.. 그리고 이제야 돌아오기 시작한 독감.. 과연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요?


다시 한번 강조드리자면 독감이 사라진 것은 인도뿐만이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사라졌고, 노마스크 노락다운으로 대응한 스웨덴에서도 사라졌죠. 아래 그래프에서 보듯이 오대양 육대주에 걸쳐 독감은 지구 상 모든 국가에서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아직도 우리나라 국민들은 독감이 사라진 것을 두고 우리나라만의 특수상황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국민들이 마스크 착용을 잘하고 방역수칙을 잘 지켰기 때문이라고 믿고 있고요. 하지만 이런 착각에서 하루빨리 깨어나야만 우리 사회의 정상화를 하루라도 앞당길 수 있습니다.


왜 독감과 감기가 사라졌을까?”에서 설명드렸듯, 독감이 사라진 것은 바이러스 간 생존 경쟁의 결과물일 뿐입니다. 여기서 인간의 역할은 <제로>입니다. 생태계와 유기체가 가진 거대한 힘에 비한다면, 인간들이 만든 방역정책의 힘이란 조족지혈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전자는 볼 수 없고 만질 수 없기 때문에, 인간들은 눈에 보이는 마스크, 거리두기, 손소독제와 같은 것들이 그런 일을 했다고 믿어버린거죠. 세상에서 전문가라고 불리는 사람들조차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나라가 특별해서 독감이 사라진 것이 아니듯, 코비드 19의 영향이 서구 국가에 비하여 훨씬 경미한 이유도 K방역이 대단해서 그런 것도 아니고 국민들이 훌륭해서 그런 것도 아닙니다. 그냥 동아시아권은 유행 시작부터 코비드 19에 대한 저항력이 높았기 때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운을 실력으로 착각하는 순간 폭망이라는 말도 있습니다만, 이번에 선방했던 이유를 우리가 잘했기 때문으로 해석하고 그냥 넘어가 버리면 앞으로 우리 사회의 미래는 참으로 암울해질 겁니다. 이번과 같은 일이 더 정교한 방식으로 반복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동아시아권의 코비드 19에 대한 높은 저항력에 대하여 첫 번째 글을 올린 것이 작년 5월이었습니다. 그 후 이를 뒷받침할 만한 연구결과들이 보고되기도 했습니다만, 대부분 동아시아인과 서구인의 유전자 차이로 설명하고자 하는 것이었죠. 그러나 이러한 접근 또한 문제의 핵심을 놓치는 것입니다. 유전자가 다소간 영향을 주었을 수는 있겠지만, 서구권과 동아시아권의 수십 배 이상 차이나는 코비드 19 사망률을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실제로 미국에서 인종간 코비드 19 사망률 차이를 보면 아시아인들이 다른 인종보다 조금 더 낮을 뿐이죠. 즉, <동아시아인의 유전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동아시아지역에 거주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입니다.



사람이 아닌 지역이 핵심인 이유는 앞서 여러 번 설명드렸던 교차면역이 특정 감염병에 대한 저항력을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인자이기 때문입니다. 동아시아권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코비드 19 유행이 공식적으로 시작되기 전, 교차면역으로 작동할 수 있는 다양한 바이러스 혹은 기타 병원체에 대한 노출 경험이 더 많았기 때문에 다른 지역보다 높은 저항력을 보이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강력한 방역대책은 교차면역입니다"에서 설명드렸듯, 감염병에 대한 훌륭한 방역대책이란 건강한 유기체들이 이러한 교차면역을 잘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고, 반면 어리석은 방역대책이란 이런 일 자체를 막는 것입니다.


인도에 독감이 돌아왔다는 것은 코비드 19 바이러스와 독감 바이러스가 서로 공존하는 쪽으로 진화했다는 의미로 해석 가능합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다른 국가에서도 유사한 패턴을 보이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금으로서는 이러한 바이러스 간의 진화가 인간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기는 힘듭니다. 어쩌면 예전보다 훨씬 독한 독감으로 찾아올 수도 있습니다. 하지, 어떤 경우든 건강한 사람들은 바이러스들과 공존하는 법을 배우는 수밖에는 없으며 교차면역이란 이러한 공존을 위하여 모든 유기체가 생명체 탄생이래부터 갈고닦은 핵심 기술입니다.


현재 방역당국과 관련 전문가들은 대한민국의 <위드 코로나>는 <위드 마스크>라고 못 박고 있습니다. 그러나 “마스크 의무화 정책: 업그레이드된 골드버그 장치”에서 설명드렸듯 교차면역을 이용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가 건강한 사람들이 마스크를 벗는 것으로부터 시작합니다. 건강한 유기체는 공기 중에 존재하는 수많은 바이러스, 박테리아, 곰팡이에 일상적으로 노출되면서 교차면역을 높여주는 것만이 언제 어디서 들이닥칠지 모르는 미지의 감염병에 대한 최선의 대책입니다. 글로 적어 놓으니 아주 괴이한 처방 같아 보입니다만, 코비드 19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살았습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우리나라가 이번 코비드 19 유행을 가볍게 지나갈 수 있었던 것이고요.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하지만, 2년도 채 되지 않아 대부분 국민들이 마스크에 익숙해지고, 비대면을 선호하고, 통제에 편안함을 느끼게 된 사회가 되어버렸다는 것에 가끔씩은 절망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마스크 신도들이 가장 많은 국가라는 점이 매우 우려됩니다. 실내에서는 마스크 벗은 채로 먹고 마시고 떠들고 놀다가, 실외에서만 100% 다 끼는 마스크 착용을 두고 <우리 사회가 정상이 아니다>라는 사실도 인지 못할 정도로 국민들의 이성이 마비되어 버렸죠. 감염병에 대한 저항력이란 유전자에 새겨진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하는 다이내믹한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지난 1년 반 동안 선택했던 혹은 강요당했던 삶의 방식은 미래의 감염병에 대한 저항력으로 고스란히 연결된다는 사실, 항상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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