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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덕희 Jan 28. 2022

한국의 오미크론 확진자 급증도 좋은 일입니다

최근 일본의 오미크론 확진자 급증 소식에 제 브런치에도 악성 댓글이 급증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11월 말 브런치 글 "코비드 19 바이러스를 두려워하지 마세요"가 무단으로 기사화되었는데, 글의 핵심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던 기자들이 <일본 확진자 수 급감=유행 종식>인 듯한 메시지를 대중들에게 전달해버리죠. 일본과 비교하면서 K방역을 정면 비판했던 그 기사는 K방역 지지자들에게 엄청난 분노를 불러일으켰고, 그분들이 일본의 확진자 수 급증 기사를 보고 대거 몰려온 겁니다.  


그런데 그분들이 더 분노했던 것은 제가 얼마 전 올렸던 “일본의 오미크론 확진자 급증은 좋은 일입니다”라는 글 제목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분들 눈에는 11월에는 확진자가 급감했다고 찬양하고는 이제와서는 급증하는 것이 또 좋은 일이라니,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세치혀로 세상을 속이는 사기꾼 정도로 보였을 듯 합니다. 수준 이하의 댓글은 무시하고 답변할 만한 댓글에는 나름 성의껏 답변을 했습니다만, 저도 인간인지라 글의 논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자극적으로 기사화했던 기자들이 새삼 원망스럽긴 하더군요.

 

자연의 당연한 이치로 이제 우리나라도 오미크론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맞춰 2년 동안 우리 사회를 무겁게 짓눌러왔던 K방역에서 새로운 방역 체계로 바꾼다고 하더군요. 예를 들어 PCR 검사를 제한적으로 하고 동네 병의원들이 진료에 참여하는 형태로, 이는 지금까지 그토록 비난했던 일본의 대응방법과 상당히 유사하죠. 사실 우리나라와 같은 동아시아권은 오미크론 변이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훨씬 일찍부터 고위험군과 의료시스템 위주의 대응체계로 전환했어야 했습니다.


거기에 더하여 방역당국에서 자연감염으로 집단면역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발언까지 했더군요. 대부분 사람들이 <백신을 통한 집단면역>과 <자연감염을 통한 집단면역>에 어떤 차이가 있으며, 현실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던져진 집단면역이라는 단어는 또다시 사람들에게 혼란을 가져올 듯싶군요. 이 둘의 차이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싶으신 분들은 “백신 접종으로 집단면역에 도달하겠다는 헛된 꿈”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어쨌거나 지난 2년 동안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마녀사냥 당했던, 우리 사회의 금기어였던 <자연감염을 통한 집단면역>.. 이 단어를 방역당국에서 직접 언급하는 것을 보면서 마녀사냥의 타겟이 되기도 했던 저로서는 엄청난 격세지감이 느껴지더군요.


지난 잘못은 차후 더 철저히 따져볼 일이고, 오늘은 오미크론 변이 유행 양상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대부분 사람들에게 오미크론 변이란 너무 경미해서 빌어먹을 PCR 선제 검사라는 것만 없었더라면 인지조차 못하고 지나갔을 것으로 봅니다만, 이미 정신줄을 놓아버린 인류는 엄청난 돈을 태워 가면서 매일 수천만명씩 검사하고 수백만명씩 감기 환자수 헤아리는 일을 계속 하고 있군요.


아래는 가장 일찍 오미크론 유행이 시작되었던 남아프리카 공화국, 얼마 전부터 확진자 수 급감을 보였던 영국, 그리고 최근 확진자 수 급증을 보인 일본입니다. Y축의 범위가 다르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봐야 하고요.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백신 접종률이 매우 낮은데도 불구하고, 2달 정도에 걸쳐 확진자 급증 후 급감을 깨끗하게 보여줍니다.  영국은 급감 와중에 일시적으로 주춤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는데,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을 듯 하고요. 일본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감염되고 나면 머지 않아 지난여름 보인 것과 같은 확진자 급감이 다시 나타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부스터 샷 접종률이 매우 낮다는 점이 우리나라에게 꽤나 흥미로운 지점이 될 거고요.


위 그래프에서 전체 유행 패턴을 보면 백신 접종과 무관하게 유행 곡선은 일정 주기를 가지고 증감을 반복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일본에서 그 패턴이 뚜렷한데, 그 외에도 이와 유사한 패턴을 보이는 많은 국가들이 있습니다. 이는 펜데믹이 엔데믹화되는 과정 중에 나타나는 유행 곡선으로 볼 수 있는데, <바이러스와 숙주 간 상호작용>의 다이내믹이 이런 식으로 드러납니다. 유행 곡선의 정점은 <자연감염에 의한 일시적 집단면역>에 도달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지난 여름 보였던 일본의 확진자수 급감이 바로 이런 사례입니다. 이처럼 자연 생태계가 스스로 하는 일을 두고 각국 방역당국들은 유행이 잠잠해지는 기미만 보이면 자신들의 방역과 백신 정책 덕분이라고 공치사하곤 했죠.


현재 대부분 국가들이 거의 100% 오미크론 변이로 바뀌었습니다만, 아직 우리나라는 델타 변이와 반반 정도입니다.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이 되는 속도가 느립니다만, 일본의 오미크론 확진자 급증이 좋은 일인 것처럼 한국의 오미크론 확진자 급증도 좋은 일입니다. 코비드 19와 같은 특성을 가진 바이러스가 한 사회에서 안전하게 공존하기 위해서는 자연감염을 경험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많아야만 하기 때문이죠. 단, 여기에는 전제조건이 있는데, <중증환자를 위한 의료시스템 과부하가 없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코비드 19와 같은 감염병 유행이 시작되면 무고한 시민들을 범죄자 취급하는 추적 시스템이 아닌, 처음부터 의료시스템 확충과 재정비가 가장 우선순위가 높은 방역정책이 되어야 했던 것이고요.


혹시  지난여름 일일 사망자수 고작 1,2명에 확진자수가 천명이 넘었다고 <거리두기 4단계>를 시행했던 일, 기억하시나요? 그 당시 여론조사에서 무려 70% 이상의 국민들이 4단계 거리두기를 지지했었죠. 일일 확진자 만 명을 훌쩍 넘긴 현시점에서 돌이켜보면, 지난 2년 우리가 얼마나 어이없는 방역정책으로 사회를 피폐화시켜왔는지 알 수 있습니다.


불행의 근원은 집착이라고 통찰력 있게 간파한 종교가 있습니다만, 우리 사회의 불행도 K방역 성공에 대한 집착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봅니다. 현재 백신 패스를 둘러싼 혼란과 갈등도 근본 원인을 찾아 들어가 보면 확진자 수 최소화를 목표로 했던 K방역이 존재하고요. 감염병보다 감염병에 걸린 후 발생하는 일에 더 큰 공포를 가지게 만든 K방역은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는 국가라면 허용될 수 없는 정책이었으나, 수많은 국민들이 이를 지지했고 아직도 그런 분이 적지 않은 것을 보면 우리 사회의 미래가 매우 우려됩니다. 역사책에 등장하는 그 불행한 사건들이 21세기 이 나라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할 듯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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