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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덕희 Nov 20. 2022

마스크 효과 있다는 NEJM 논문은 진실? 혹은 거짓?

이런 논문은 100편이 있어도 마스크에 대한 결론을 바꿀 수 없습니다

올해로 의대 교수로 산지 딱 30년이 되었군요. 제가 의대 다니던 시절보다 훨씬 더 우수한 자원들이 줄지어 들어오고 그들이 배우고 나가는 지식의 절대량도 비교 불가능할 정도로 엄청납니다만, 저는 오래전부터 현재 의대 교육 시스템에 대하여 깊은 우려를 하고 있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만 그중 하나가 근거중심 의학이 강조되면서 의사들이 가지게 된 맹목적 논문 지상주의입니다. 비판적 논문 읽기 훈련이 부족한 의사들일수록 일단 저널에 발표된, 특히 빅 저널에 실린 논문이라면 무조건 맹신하는 경향이 있는데, 저는 그 폐해를 이번 코비드 19 사태 동안 반복적으로 목격한 바 있습니다.


수십 년간 누구 못지않게 치열한 연구자로서 살아온 사람으로서 저는 확신을 가지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현시대 발표되고 있는 의학 논문들은 제 아무리 빅 저널에 실렸다 하더라도 항상 비판적 시각으로 읽어야 하며, 만약 논문에서 유기체의 기본 작동원리 혹은 그에 기반하여 추론 가능한 현상과 다른 결과를 보고한다면 논문이 오류일 가능성이 훨씬 큽니다. 특히 요즘 유행하는 빅데이터나 수리모델링에 기반한 논문들은 비판적 시각에 더하여 회의적 시각까지 필요로 합니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실증적 증거를 찾는 것이 불가능한, 그러나 현실에서 너무나 중요한 의미가 있는 질문들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답은 흩어진 지식에 기반한 합리적 추론을 통하여 얻어야 합니다만, 일단 논문 지상주의자가 되고 나면 이런 접근을 비과학, 유사과학이라고 생각하게 되죠. 


몇 주전, 의사들이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저널 중 하나인 NEJM에 학교의 마스크 의무화가 바이러스 전파방지에 효과적이라고 주장하는 논문이 실렸더군요. 이미 마스크에 관한 글을 여러 편 올렸던지라 굳이 반박 글을 쓰고 싶지는 않았지만, 거의 세계 유일의 마스크 의무화 제도와 함께 철 지난 NEJM 논문 한 편을 들고 나와서 백신 패스의 과학적 근거라고 주장했던 그 전문가들이 여전히 맹활약을 하고 있는 나라인지라 이번 논문도 짚고 넘어가야 할 듯싶습니다.


이 논문은 미국 보스턴 및 인근 지역 72개 학군을 대상으로 2022년 3월 마스크 의무화를 해제한 70개 학군과 그대로 유지했던 2개 학군의 코비드 19 확진자 발생추이를 비교한 매우 단순한 논문입니다. 이 정도 수준의 논문이 NEJM에 실린 것은 소위 빅데이터에 기반하여 미국 질병청이 가진 마스크에 대한 입장을 지지하는 연구결과를 보고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이 논문은 현시대 연구자들이 왜 그토록 빅데이터에 집착하는지, 그리고 빅데이터라는 것이 얼마나 쉽게 왜곡된 결론을 쉽게 도출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입니다. 


저자들이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마스크 의무화를 해제한 학군에서 확진자수가 1000명당 44.9명이 더 많기 때문에 학교 내 바이러스 전파를 막기 위하여 마스크 의무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거기에 더하여 소위 public health 전공자인 저자들은 마스크 의무화로 감염병 유행으로 초래되는 사회 불평등 문제까지 해결 가능하다는 놀라운 해석까지 덧붙여 놓았더군요. 이미 해외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이 논문을 medical fraud라고 부르면서 많은 비판이 제기되고 있었는데, 핵심적인 문제 몇 가지만 요약해드리겠습니다.


첫째, 전체 72개 학군 중 마스크 의무화를 유지한 학군은 단 2개로 일차적으로 표본 수라는 관점에서 2개의 표본에서 나온 결과의 신뢰성에 제기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가 있었는데 마스크 의무화를 유지한 두 학군이 나머지 학군들과 매우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보스턴 시내에 위치한 이 두 지역은 전반적으로 유색인종과 이민자의 비율이 높고 학급당 학생수가 많았으며 사회 경제적 수준이 낮았습니다. 학군 간 이러한 차이가 존재했다는 것은 연구 시작 시점인 2022년 3월 해당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코비드 19에 대한 면역력 자체가 다른 지역과 달랐을 가능성이 있었음을 시사합니다.


Public health 전공자인 저자들은 한 인구집단에서 감염병 발생양상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그들이 주로 관심을 가지는 연구 변수인 사회경제적 요인, 인종, 마스크와 같은 보건 정책 등이 아니라 그 집단을 구성하는 유기체들이 가진 면역력 그 자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듯했습니다. 특정 시점에 한 인구집단이 가진 면역력이란 그 시점에 이를 때까지 인구집단의 구성원들이 코비드 19 혹은 교차면역으로 작동할 수 있는 다른 감염을 얼마나 많이 그리고 언제 경험했는가라는 다이내믹에 의하여 좌우되죠.


아래 그림은 NEJM 논문의 주요 결과로 몇 가지 중요한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먼저 연구 시작 시점 전인 1월의 확진자 발생률 피크를 보면 학군에 따라서 그 양상이 다름을 알 수 있습니다 (점선 붉은색 원). 그중에서도 마스크 의무화를 계속 해제하지 않았던 학군의 피크가 다른 학군보다 상대적으로 낮았는데, 이는 학군에 따라 과거 코비드 19 감염 경험이 달랐으며 따라서 인구집단 간 면역력 차이가 존재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소견으로 해석 가능합니다.



둘째, 위 그림을 보면 2022년 3월 중 마스크 의무화를 해제한 70개 학군들 사이에도 코비드 19 확진자 수 발생률에 큰 차이가 존재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가장 높은 발생률을 보인 학군은 3월 첫째 주가 아닌 3월 두 번째 주에 의무화를 해제한 군이었으며, 가장 높은 발생률과 중간 발생률을 보인 학군 간의 차이 (붉은 화살표)가 중간 발생률과 가장 낮은 발생률을 보인 학군과의 차이 (초록색 화살표) 보다 더 큽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학군별 확진자 발생률 차이는 마스크 위무화 여부보다는 어린이 백신 접종률 차이와 더욱 유사해 보였습니다. 예를 들면 발생률이 가장 높았던 3월 두 번째 주에 의무화를 해제한 학군은  어린이 백신 접종률이 가장 높은 지역이었고, 가장 낮은 발생률을 보인 마스크 의무화를 유지했던 학군은 벡신 접종률이 가장 낮은 지역이었습니다. 그리고 중간 정도의 발생률을 보였던 3월 첫째 주와 세 번째 주에 의무화를 해제한 학군의 경우,  발생률 패턴이 거의 동일했는데 백신 접종률도 마찬가지로 동일하군요. 


즉, 어린이 백신 접종률이 높은 학군일수록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 발생률도 높았는데, 이 결과는 아래 그림에서 인용한 두 편의 논문이 보고한 결과와 맥을 같이 하는 듯 싶습니다. 이 논문들은 백신의 감염 예방 효과가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떨어질 뿐만 아니라, 접종 후 6,7개월이 지나면 접종자의 감염 위험이 미접종자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음을  보고했죠 (점선 붉은색 원). 항원성 원죄 (original antigenic sin)는 바이러스 변이가 거듭되면서 백신이 오히려 감염 위험을 높일 수 있는 생물학적 기전으로, 그 가능성은 "백신 미접종자에게 드리는 작은 위로의 글"에서 이미 설명드린 바 있습니다. 



셋째, 매사추세츠주에서는 학교에서 확진자가 나오면 밀접접촉자에 대한 검사를 시행하는데, 이 규정에 의하면 확진자와 접촉자 둘 다 마스크를 끼고 있는 경우에는 진단 검사를 면제해주었다고 하는군요. 즉, 마스크 의무화를 유지했던 2개 학군은 오로지 규정에 의하여 진단검사를 덜 할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확진자수가 덜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는 비판입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지역 사회에서 장기간 마스크 착용의 효과에 대한 논문은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 결과만 믿을 수 있으며 이번 NEJM에 발표된 것과 같은 논문은 10편 아니 100편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마스크에 대한 결론을 바꿀 수 없습니다. 코비드 19 유행 전 그리고 유행 동안 지역 사회에서 시행된 16편의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에 따른 최종 결론은 <마스크의 바이러스 전파 방지 효과는 없거나 있다 하더라도 매우 미미하며, 특히 나이가 어릴수록 아무런 의미 없다>입니다. 이 결론에 대한 구체적 근거가 궁금하신 분은 "왜 스웨덴은 처음부터 노마스크를 선택했을까?"를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 역시 반복해서 강조하지만 우리가 지금까지 가졌던 코비드 19라는 감염병에 대한 대 전제, 무조건 전파는 막으면 막을수록 좋다는 믿음 자체가 심각한 오류입니다. 코비드 19는 자연감염 경험자가 충분히 존재해야만 유행 관리가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설령 특정 마스크가 바이러스 전파방지에 의미가 있다 하더라도 건강한 사람들은 <자신을 위하여> 그리고 <공동체를 위하여> 마스크를 끼지 않고 일상생활을 해주는 것이 더 바람직합니다. 이 사실을 정확히 이해하고 나면 NEJM 논문은 연구 결과도 엉터리이지만 그러한 연구를 했다는 자체가 그냥 시간 낭비, 돈 낭비였다는 결론에 이르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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