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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덕희 May 01. 2020

우리는 왜 개학을 못하는가? : 흰 운동화 딜레마

흰 운동화 딜레마라는 것이 있습니다. 다들 힘들게 살았던 그 옛날 학창 시절, 꼬질꼬질한 때로 색깔 분간조차 힘든 헌 운동화를 버리고, 흰 운동화를 새로 사면 아주 뿌듯합니다. 그런데 한 동안은 이게 족쇄입니다. 더럽혀질까 싶어 마음대로 나가서 뛰어 놀지도 못하거든요. 그러다가 만원 버스에서 누군가에게 밟혀버리면 당장은 속상하지만, 오히려 그때부터 집착에서 벗어나 마음 편하게 여기저기 다닐 수 있습니다. 저는 흰 운동화를 처음 신고 간 날 일부러 친구들에게 밟아달라고 하곤 했죠. 어차피 망가질 것, 노심초사하면서 지내고 싶지 않거든요.


사람 목숨이 오고 가는 감염병을 두고 고작 신발 따위에 비유한다고 분노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미 팬데믹 선언이 한참 된 전파력이 강하면서 무증상자와 경한 증상자가 많은 감염병을 상대로, 아직까지 확진자 한 명, 한 명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우리나라 신종 코로나 방역대책을 보고 있으면 흰 운동화 딜레마가 떠 오릅니다. 원시 부족사회로 돌아갈 것도 아니고 어차피 나라 문은 열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처럼 모든 입국자를 검사하고 격리하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즉, 만원 버스 타고 학교를 갈 수밖에 없는, 눈이 부시게 흰 운동화를 신은 그 시절 여학생의 처지와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방역 모범국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 단어가 족쇄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신천지 신도 전수조사로 급증했던 확진자수가 줄어들면서, 두 자리, 한자리 숫자까지 확진자수가 떨어진 지가 꽤 되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정부에서는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이야기하고 학생들은 개학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시 유행이 시작될까 두려워서입니다. 우리나라와 함께 방역 모범국으로 꼽히던 싱가포르가 개학 후 확진자 수가 급증하는 것을 보면서 더욱 몸을 사리게 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와 같은 감염병을 상대로 단순히 확진자수가 늘어나는 것을 두려워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확진자수가 의료시스템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가? 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명의 환자가 존재하고 그 보다 훨씬 큰 규모의 빙산 아래 무증상 감염자가 있다고 추정되는 감염병을 상대로, 환자 한 명 나왔다고 동선 조사하고, 접촉자 조사하고.. 이런 일을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은 솔직히 말하면 난센스에 가깝습니다. 지금처럼 확진자 한 명 한 명에 과한 의미를 두게 되면 일상으로 돌아가기는 점점 더 힘들어집니다. 개학을 했다가도 확진자 한 명만 나오면 다시 문을 닫는 그런 일이 반복될 겁니다.


제가 앞서 글에서 적었듯이 건강한 사람의 면역력이란 에이즈 바이러스까지 없애버릴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합니다. 하지만 지구 탄생이래 모든 생명체가 끊임없이 연마해왔던 이 엄청난 능력은 사용할 생각조차 못하고, 무조건 바이러스를 피하고 소독약으로 박멸하는 것만이 살 길이라고 생각하게 된 데는 결국 “방역”이라는 구시대 패러다임이 우리 사회를 지배해버렸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관련 글들을 올리면서 상자 밖으로 나와서 감염병을 바라볼 수 있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만 이번 사태를 통하여 우리 사회는 더욱더 견고한 상자 안에 갇혀 버린 듯합니다. 특히 방역 모범국이라는 타이틀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매력적인 카드가 되어 버렸군요.


신종 코로나와 같은 특성을 가진  감염병은 의료시스템이 감당할 수 있을 수준으로 유행의 정점을 낮추고 나면 전파방지가 궁극적인 목표가 되면 안 됩니다. 고위험군의 경우에는 여전히 방역의 관점에서 감염을 최소화해야 합니다만 건강한 사람들은 방역이 아닌 공존의 관점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본인 몸에 기본으로 장착된 슈퍼 AI급 면역력 활용법을 잘 알고 있어야 하고요. 궁금하신 분들은 앞서 올린 "면역력 일깨우는 방법 ABCDE"를 참고로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현재 개학을 두고 학부형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첨예하게 나누어지는 듯합니다. 곳곳에 사람들이 북적이는데 학교만 안 간다는 것이 아이러니하기도 합니다.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결정을 하겠지만, 최소한 개학을 한 후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사용해왔던 정밀 역학조사 방식을 고수하면 안 됩니다. 예를 들어 개학 후 학생이든 교직원이든 환자가 한 명이라도 발생했을 때, 바로 역학조사관이 달려가서 감염원 추적, 동선공개, 광범위한 접촉자 조사 등과 같은 정밀 역학조사를 하게 되면 다시 학교 문을 닫는 것은 물론이고 의미없는 책임소재 공방부터 시작하여 사회는 더욱 혼란에 빠지게 될 겁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어떡하면 아이들의 면역력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를 고민하는 편이 훨씬 더 생산적이고 미래지향적입니다.  


흰 운동화 딜레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방역 모범국이라는 타이틀에 너무 집착하면 안 됩니다. 매년 사망자수가 30만 명에 이르는 나라입니다. 이 정도까지 잡았으면 좀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이 바이러스를 대우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의료계는 환자들의 신속한 진단과 치료에 집중하고, 건강한 사람들은 개인 면역을 높여가면서 아무쪼록 다가오는 여름을 현명하게 보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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