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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덕희 May 11. 2020

개학 후 정밀 역학조사, 그 위험성

"개학 전" 항체검사가 중요한 이유

지난 연휴기간 동안 이태원 클럽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 전파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졌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분노에 찬 탄식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습니다. 정부에서는 클럽 이용자 전원에 대한 정밀 역학조사로 대응하고 있고 사람들은 또다시 이 유행에 경각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따라서 조만간 확진자 숫자는 줄어들 것으로 봅니다만, 여기서 우리가 꼭 던져봐야 할 질문이 있습니다. 이번 사태의 시발점인 66번 확진자의 의미입니다.


제가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지만, 이 신종 코로나는 무증상자와 경미한 증상으로 본인도 모르고 지나가는 감염자 숫자가 확진자 숫자보다 훨씬 더 많은 감염병입니다. 따라서 역학자의 관점에서 볼 때 66번은 단지 "구멍 뚫린 그물"에 걸린 환자일 뿐입니다. 아무리 66번을 중심으로 모든 가용자원을 총동원하여 물샐틈없는 정밀 역학조사를 한다 하더라도 그동안 그물을 빠져나간 수많은 감염자들이 사회 곳곳에 존재한다고 봐야 합니다. 즉, 사람들 간의 접촉이 시작되면 새로운 66번은 언제든지 다시 발생할 수 있습니다.


개학은 공식적으로 그 접촉이 허용되는 시작점입니다. 정부에서는 개학 후 확진자가 발생하면 현재와 같은 정밀 역학조사로 대응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개학 후 정밀 역학조사는 재고되어야 합니다. 단지 "일시적인" 전파방지 효과만 있을 뿐, 사회적으로 심각한 부작용만을 양산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개학 후 한 아이가 감염자로 확인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한번 상상해봅시다. 즉각 역학조사반이 투입됩니다. 그 아이의 동선 조사, 감염원 추적, 접촉자 조사 등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그 아이가 머물렀던 모든 곳은 폐쇄하고 방역소독을 할 겁니다. 그 과정을 통하여 아이의 신상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당연하게 알려질 것이고 최소한 같은 반 학생들은 자가격리 대상이 될 것입니다. 자신의 아이가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많은 학부모들은 격렬하게 항의를 하게 될 것이고 책임소재 공방으로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을 것입니다. 그 아이도 누군가로부터 감염된 피해자일 뿐이지만 더욱 심각한 2차, 3차 사회적 피해를 당하게 됩니다. 그 아이가 내 아이라고 상상해보시기 바랍니다.


정밀 역학조사는 개인에 초점을 맞추게 되므로 필연적으로 주변 사람들은 그 사람이 누군지를 다 알 수 있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정밀 역학조사가 유행의 차단에 의미가 있다면, 개인의 신상보다는 공공의 이익을 우선순위에 두어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유행 초기의 정밀 역학조사가 정당화될 수 있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지역사회 전파가 시작되고 유행이 장기화된 상황의 정밀 역학조사는 그렇지 않습니다. “구멍 뚫린 그물”에 걸린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그물에 걸리지 않은 감염원이 지역사회 곳곳에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시행하는 정밀 역학조사는 일시적인 전파방지에 당장은 도움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이 훨씬 더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방역대책 중 사람들의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더욱 조심하도록 만드는 데는 정밀 역학조사만큼 효과적인 방법은 없는 듯합니다. 비록 하늘 아래 한점 부끄럼 없는 동선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지금처럼 내가 거쳐간 곳과 만난 사람들이 나로 인하여 피해를 받게 된다고 생각하면 아찔해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구멍 뚫린 그물"에 걸린 그 불운한 환자가 나라면 혹은 나의 가족이라면, 많은 사람들이 정밀 역학조사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될 겁니다.


우리나라는 특이하게도 신종 코로나라는 감염병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이 매우 부정적으로 각인되어 버렸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할 만합니다. 감염이 폭넓게 퍼진 외국에서는 정계, 재계, 연예계 등 많은 유명인들의 감염 사실이 보도된 바 있고 따라서 감염자라는 사실이 낙인이 되어서 사회적으로 불이익을 받는 일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 비하여 우리나라는 신종 코로나에 걸렸다는 것만으로 사람들의 기피와 혐오의 대상이 되어버렸고 이번 이태원 클럽 발 유행으로 더욱 심각해질 것 같습니다.


현재 대부분 국민들은 정밀 역학조사를 통한 신속한 동선 공개와 광범위한 접촉자 관리가 우리나라 방역대책의 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부가 문제점을 인지한다 하더라도 기존 입장을 바꾸기란 쉽지 않을 겁니다. 국민들의 저항도 엄청날 것이고요. 그런데 이러한 일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바로 항체검사 결과입니다. 왜 현시점의 정밀 역학조사가 의미 없는지는 항체검사 결과로 국민들을 너무나 쉽게 납득시킬 수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무증상자와 경한 감염자들을 놓쳤는가? 를 구체적인 숫자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물에 뚫린 구멍의 크기를 인지하고 나면 그때서야 사람들은 정밀 역학조사라는 방역정책이 가진 문제점을 다각도로 생각해 볼 수 있을 겁니다. 거기에 더하여 이 감염병이 현재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경미한 병이라는 사실도 추가적으로 알게 될 거고요.  


하지만 현재 정부에서는 항체검사를 전형적인 연구자적인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는 듯합니다. 어제 뉴스에 의하면, 전파 규모와 집단면역 형성 수준을 파악하기 위한 항체검사를 빨라도 5월 말부터 시작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그런 목적의 항체검사는 원래 계획대로 천천히 하시고, 긴급 항체검사를 늦어도 5월 내에 수도권을 포함하여 각 지역별로 해봐야 합니다. 정밀 역학조사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한 목적의 항체검사는 마음만 먹으면 1~2주 내로도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물에 뚫려있는 구멍의 크기만 확인해 보면 되기 때문입니다.


앞서 글에서 설명드렸듯, 항체검사가 감염병 유행에서 중요한 이유는 Game Changer로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역할을 위해서는 타이밍이 핵심입니다. 게임 종료 후에 나오는 항체검사 결과는 아무리 완벽해도 별 의미가 없습니다. 연구자들 논문 쓰는 데만 의미가 있을 뿐이죠.  신종 코로나는 그 특성상 의료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는 수준으로 관리하면서 공존할 수밖에 없는 감염병입니다. 건강한 사람들은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허다하고요. 더 늦기 전에 완화 전략으로 방향 전환을 해야 합니다. 즉, 개학 후 누구라도 증상이 발생하면, 그냥 감기같이 독감같이 치료받고 회복되면 조용히 다시 등교할 수 있는 시스템이 될 수 있어야 합니다. 개학 후에도 지금과 같은 수준의 정밀 역학조사로 대응한다면 우리 사회는 빠져나올 수 없는 신종 코로나의 덫에 갇혀 버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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