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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담 조셉 Oct 08. 2020

미운 4살 아들 키우기

아들의 똥 사랑

요즘 의 핫한 검색 키워드는 

"미운 4살", "미운 4살 훈육", "미운 4살 이해하기"..


아들의 때아닌 유아 사춘기를 나도 알아가는 중이다. 

가장 큰 변화는 청개구리 버릇이다. "싫어, Non!"을 달고 산다.  그리고 하지 말라 하는 것은 죽어라고 계속한다. 아빠가 한번 말하면 약발이 나보단 오래가긴 해도 눈치를 살살 보며 끝까지 하고야 만다. 

궁금한 게 많은 미운 4살, 하고 싶은 게 많은 미운 4살. 

머리 끝까지 차오르는 욱을 부 한켠에서 한숨 여러 번 쉬고 나면 겨우 진정이 되지만 다시 열이 뻗치는 데는 1분이 채 안 걸린다. 


두 번째 변화는 아들의 끔찍한 똥 사랑 

"cacaboudin (카카부당)"


"Caca (똥)" + "Boudin(순대와 같이 생긴 돼지피를 넣어 만든 소시지) " 우리나라 말로 굳이 번역하면 그냥 "똥"이다. 고만한 아이 또래들이 많이 하는 욕으로 레벨은 대략 1.5 - 2 정도?


"엄마랑 치카치카 하자!"

"Cacaboudin"

"학교 재미있었어?"

"Cacaboudin"

"......"

거의 모든 물음에 대한 답은 Cacaboudin.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에 따르면 지금 항문기라 했던가. 뾰로통해있다가도 똥 얘기만 나오면 웃다가도 자지러진다. 그리고는 아예 "똥 song"을 만들어서 외고 다닌다. 어디서 배워온 거야 대체.


얼마 전 길을 지나가던 중 여자 두 명과 어린 남자아이 하나가  맞은편에 보였다. 엄마인들 보이는 여자와 그 엄마 친구가 오래전부터 얘기를 나누었는지 아들은 지루한지 몸이 베베 꼬이기 시작한 모양새다. 

"크리스틴한테 안녕하고 헤어져야지!"

".....Cacaboudin!"

뒤로 멀리서 들리는 그의 대답은 너무 잘 알고 있는 단어여서 피식 웃음이 났다. 

찐한 똥 사랑은 우리 아들만 그런 건 아니군.




아침마다 두 아들을 데리고 학교 가기 전은 마치 전쟁이 따로 없다.

둘째를 꼭 수유하고 있을 때 화장실을 가겠다는 첫째 아드님. 하아.. 

먹는 것을 중단하고 엄마를 또롱 또롱 보고 있는 둘째는 하는 수 없이 형아가 화장실 볼일이 끝날 때까지 입을 다시며 기다릴 수밖에 없다. 둘째의 치발기는 첫째가 이미 바닥에 내동댕이 쳐서 먼지와 함께 굴러다니고 동생 쪽쪽이는 보란 듯이 내 앞에서 물다가 버린다. 


내가 알아본 미운 4살의 이론에 따르면 이 모든 게 관심에 표현이란다. 내가 이성을 잃고 몇 번의 고함을 지르고 나서야 사태가 마무리되고 나서야 '아차' 할 때가 많다. 둘째가 태어나고 나서 첫째랑 시간을 많이 같이 보내지 못하는 것도 그럴 테지만 미운 4살의 관심을 요하는 원하는 과격한 방식은 '엄마 속 뒤집는 전문 코스'를 등록하지 않고서야 어쩜 이렇게 제멋대로 청개구리인지. 



얼마 전 남편의 1박 2일 출장이 있었다. 

미운 4살 아들, 그리고 5개월 아들과 저녁을 보내고 재울 생각을 하니 까마득했다. 첫째와 한창 놀다가 칼싸움이 과격해져서 자꾸 이렇게 더 아프게 하면 같이 안 논다고 엄포를 놓았더니 울면서 아빠를 당장 데려오란다. 급기야 소파 위에서 한강 같은 오줌을 싸고서 본인도 당황했는지 더 크게 울어댔다. 하필 왜 오늘 이러니. 

배밀이를 시작한 둘째를 오래 혼자 둘 수도 없는데 샤워를 더 하겠다는 첫째를 억지로 샤워 부스에서 끌어내니 망연자실 또 운다. 그 날 저녁만 애를 한 다섯 번은 울린 거 같다. 

어렵사리 두 명을 다 재우고 몸은 고단한데 생각이 많은 밤... 

보듬어 주어야 되는데 되려 애를 울려 재워서 더 마음 아린 밤이다. 


'어쩌겠니. 엄마를 이해해주렴. 아이는 둘인데 엄마가 혼자라서 그래.' 


나는 이렇게 엄마가 되어 가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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