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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담 조셉 Oct 23. 2020

시어머니는 내게 파란 눈의 손녀가 갖고 싶다고 하셨다.

프랑스 시월드 이야기 2

글 제목이 다시 들어도 황당하기 그지없다.

멋모르고 지껄이는 소리라 하기에는 되뇔수록 머릿속이 더 꼬이는 것을 같다. 


남편은 파란 하늘을 눈에 담은 듯 파아란 눈 색깔을 가졌다. 내가 파란 눈 색깔과 눈웃음에 반해서 그를 사랑하게 됐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매력적인 눈을 가졌다. 

파란 눈이라... 어머님 소원이시니 그걸 자유롭게 말씀하실 수는 있다. 하지만 한국 며느리 앞에서 하시는 말씀은 나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 무슨 의도로 말씀하시는 건지 도통 이해불가능이다. 


차라리 우리 결혼식에서,

'이 결혼 반댈세. 나는 금발의 프랑스 여자를 며느리로 맞이하고 싶다' 하시질 그랬나.

 

시어머닌 첫째를 내가 임신하고 있을 때 그런 얘기를 하셨다.


아기가 파란 눈의 손녀이면 좋겠어. 그리고 손녀 이름은....글쎄..
Charlotte (샬롯)이 어때??  


가셔도 우리 어머님이 진도를 너무 빼셨다. 황공하옵게 이름까지 지어주시다니. 

'차라리 어머님이 그러면 임신을 다시 하세요. 저는 금발 파란 눈의 손녀를 안겨드릴 수가 없네요. '



우리 첫아들은 시댁 그리고 처가댁 양쪽 집안의 첫째 손자여서 모든 관심이 쏠리는 건 당연한 결과였다. 적어도 성별이 나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남편 집안은 유독 남자들이 많은 집안으로 어머니도 삼 형제와 함께 자라 훗날 손녀를 안아보리라는 원대한 꿈이 있던 것은 어느 정도 이해할 법도 하다. 


임신 20주 그즈음 산부인과 검진에서, 

아기 다리 사이로 에펠탑이 우뚝 쏟아 보이네요.
축하드려요!! 
아들입니다.

    




둘째를 가지려고 할 때 즈음 어머님의 손녀 만들기 작전이 시작됐다. 마그네슘과 칼슘이 많이 들어 있는 음식을 먹으면 여자아이를 갖게 한다부터 술은 좋다 안 좋다 갖가지 설전을 벌이셨다. 

온 시댁 집안의 응원을 받을 만큼 손녀 타령으로 난 무거운 짐을 혼자 지어야 했다. 

왜, X/Y 염색체는 남편이 주는 건데 날 갖고 이 난리들일까. 

남편은 그때마다 네가 선택할 수 없는 거고 이미 성별은 정해진 거니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했다. 

아니 그럼 왜 자꾸 나한테 거슬리게 그런 말을 하는 건데?? 미국은 정자를 선별해서 자궁에 이식을 할 수 있다던데 그럼 미국에 원정 이식이라도 받으러 가야 되나?? 



현재 나는 두 아들의 엄마이다. 

그것도 까만 눈동자를 가진 두 아들이다. 

둘째 20주 성별이 나올 때 그때의 집안 허탈한 분위기는 그야말로 "할많하않" (할 말이 많지만 하지 않는다). 나 역시 여자로서 분홍색 원피스에 머리에 갖가지 핀을 꽂아볼 수 있는 귀여운 딸을 갖는 게 소원이긴 했다. 하지만 하늘이 점지해준 '두 아들의 엄마' 타이틀은 하늘 말고는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 아닌가. 

가끔 둘째의 몇 개 자라지도 않는 배냇머리에 핀을 꽂아보면 '이 아이가 딸아이 었으면 얼마나 이쁠까' 싶기도 하다. 

이 사랑둥이 둘째 아들을 두고 내가 이리 생각하는 나도 참 모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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