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과수원옆미술관 Jan 14. 2022

맥스는 고양이를 무서워해

오늘은 좀 가벼운 이야기다. 맥스가 어마어마한 겁쟁이라는 사실을 밝히는 자리이다. 맥스의 겁 많음을 폭로하는 데에 맥스에게는 심심한 사과를.


우리는 마당에서 강아지들을 키우는데, 지금은 아빠가 뚝딱뚝딱 펜스를 두르고 나무판자로 바닥도 잘 다듬어 맥스와 꼬물이의 집을 만들어줬다. 하지만 그 이전에 맥스 혼자 있을 때는 마당에 묶여 있었다. 맥스가 집에 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무렵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한밤중에 맥스가 깜짝 놀랄 만큼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들렸다. 너무 놀라 집에 있던 세 사람이 후다닥 뛰쳐나갔는데, 맥스는 세 사람이나 나오자 마냥 해맑게 웃으며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너무 황당해서 웃음도 안 나왔다. 엄마와 동생과 나는 토론에 들어갔다. 뭐 때문에 놀랐을까? 고양이라도 왔나? 아마도 고양이에게 한 대 맞았는지도 몰랐다.


그리고 동네방네 맥스가 겁쟁이라고 소문 날 일이 하나 더 생겼다. 마침 이웃에 사는 해피라는 강아지가 한 마리 있었다. 작은 덩치에 성질만큼은 어느 개 못지않게 사나워서 맥스에게 항상 짖으며 달려들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해피는 맥스가 오기 전까지 우리 집에 드나들어 마치 자기 집처럼 편하게 놀았다고 하는데, 해피 입장에서는 아마도 집을 뺏긴 기분이 들었나 보다.


아빠가 맥스를 데리고 산책을 나가던 무렵에 해피가 우다다다 달려들자 커다란 덩치의 맥스는 발라당 누워서 항복 포즈를 취했다. 지나가던 할머니가 그 광경을 보고는 덩치 값 못 한다고 밥도 주지 말라 하셨다(그리고 이 일화는 맥스의 평생 놀림거리가 됐다).


그리고 나는 얼마 후 맥스가 고양이를 보고 질겁하는 광경을 목격했다. 벼를 다 수확한 논을 마치 운동장인 양 뛰어서 집으로 오던 맥스가 따뜻한 볕에 누워서 몸을 데우고 있던 고양이를 늦게 발견하고 비명을 질렀다. 우워워! 하는 소리가 났다. 사람이 비명을 지른 줄 알았다. 너무 웃겨서 나는 배꼽을 부여잡고 맥스를 달랬다. 등에 털까지 쭈뼛 서서 놀라서 오는 맥스를 놀리는데 맥스는 마냥 좋단다. 아마도 아직 어려서 그렇겠지.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한참의 시간이 흘렀다. 이제는 의젓한 성견이 된 맥스는 해피에게도 겁먹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맥스가 성견이 된 지 훌쩍 지난 뒤에도 목격하고 말았다. 산책길에 고양이가 튀어나오자 또 우워웍! 하면서 주인 버리고 놀라서 도망친 맥스. 또 킬킬거리며 웃었다.

너 그냥 겁쟁이구나! 하지만 네가 겁쟁이라서 좋고 다행이야.

이제는 언제 또 고양이 보고 놀랄지 은근히 고양이의 출현을 기다리고 있다.

이전 04화 유기견 감자의 이야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