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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과수원옆미술관 Jan 14. 2022

꼬물이는 장난감 러버, 맥스는 질투대마왕

맥스 혼자였을 때, 맥스에게 이것저것 여러 장난감을 사 준 적이 있다. 맥스는 보더콜리처럼 뛰어난 체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원반은 영 물어오지를 못했다. 원반에 간식을 붙여도 간식만 쏙 빼먹질 않나. 삑삑이 장난감은 무서워서 소스라치게 놀라 도망가질 않나. 장난감에는 영 흥미가 없어 보였다. 그나마 터그 놀이에만 반응이 있어서 그것도 아주 가끔만 했다. 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아이였다. 입에 원반을 물려보려고 들이밀어보면(물론 그렇게 하면 안 됐지만) 입을 아, 벌리고 절대 닫지를 않았다. 한편으로는 덩치가 좀 크고 털이 검은색이라 위협적인 모습을 생각하면 성격이라도 순해서 다행이라고 여겼다.

그래, 순돌이 시절처럼 순하기만 하자, 맥스야.


그런데 아주 귀엽고 사랑스러운 우리의 슈퍼스타 꼬물이가 오고 나서 꼬물이에게 장난감을 주었는데, 쓸모가 있었다. 꼬물이는 장난감을 너무너무 좋아했던 것이다!

삑삑이는 물론이요, 동그랗게 굴러가는 공 장난감도 발로 이리저리 툭툭 쳐보기도 했다. 맥스는 옆에서 구경만 했다. 그런데 장난감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장난감만 있으면 옆에 있는 사람은 안중에도 없었다. 자기 장난감이니까 만지지도 말란다. 소유욕이 대단했다. 장난감이 없으면 나뭇가지나 청소도구로 대체한다. 아니, 마당에서 솔이나 빗자루는 왜 그렇게 잘 찾는 거야?

사람보다 장난감을 더 좋아하는 것 같을 땐 내가 장난감에 위기감을 느껴야 하나 싶었다. 장난감의 소유권은 나에게. 그것만 확실히 하자. 꼬물이에게 장난감 주는 좋은 사람이어야 하니까. 뺏는 사람 말고.


맥스는 한편 호기심쟁이로 자랐는데, 온갖 마당의 풀들을 밟고 냄새 맡고 마킹하고, 밭에 달려들고…(안 돼, 맥스. 제발 안 돼!) 아주 정신없이 산책을 즐겼다.


한번은 밭에서 일하시는 할머니가 간식으로 빠다코코넛을 옆에 두고 계셨는데 맥스가 홀랑 가져가 버렸다! 동생이 "안 돼, 맥스! 이리 와!!" 소리를 지르며 다그치자 할머니가 웃으시며 그냥 주라고 했던 적도 있다.

맥스는 돌아다니느라 우리 주위에 가만히 머물지를 않았는데, 특이하게 맥스는 꼬물이의 이름만 부르면 잘 달려왔다. 맥스는 질투가 많은 애교쟁이였다.


맥스의 질투 행동 패턴은 여러 가지가 있었다.

첫째는 자기 이름 부를 때보다 꼬물이의 이름을 부를 때 더 잘 왔다. 두 번째는 애교가 는다. 손! 하면 두 발을 내어주는 공손함까지 겸비한다. 그리고 세 번째는 꼬물이를 뒷발로 차고 엉덩이로 밀며 자리를 차지한다. 그러고는 내가 꼬물이를 만지려고 하면 앞발로 탁! 내 손을 친다. 자기만 만져달라는 거다. 벌써 네 살이나 되었는데도 맥스는 그대로다. 자기를 만지고 있을 때는 자기한테만 집중해달라고 한다. 그러면 덩치만 큰 아기한테 푹 빠져서 살살 만져준다.


강아지들은 저마다 성격이 다 달랐다. 이렇게 개성이 넘치는 존재들을 한 가족으로 데리고 있다니. 매일 보면서도 매일 신기하다. 그리고 언제나 미워하는 법 없이, 하루라도 싫어하는 날 없이 나를 좋아해주는 존재가 있다는 건 정말 특별한 일이었다. 존재 자체만으로 서로를 아낌없이 좋아하는 사람과 개의 유대감은 늘 새롭다.

아무리 상처받은 강아지라도 사람에게 너무 쉽게 마음을 연다. 그럴 땐 너무 순수해서 왠지 모르게 미안한 감정이 든다. 사람은 그렇게 순수하게 강아지를 애정하는 것 같지 않지만, 그래도 순수하게 애정하고 싶어진다. 그러기 위해서 애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우리 맥스는 간식만 주면, 금방 친해질 수 있다. 우리 집 맥스, 간식에 복종했었지.

긍정 회로를 돌리자면 단순하게 개와 친해지는 경험도 행복하다. 그래, 맛있는 거 많이 사 주자. 맛있는 거 사 주는 사람 좋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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