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우가 떨어진다는 뉴스를 봤다. 여름이었다. 꼬물이가 정말 꼬물꼬물하던 2개월짜리 강아지였던 시절이었다. 마당에 돗자리를 펴고 누워서 보면 정말 멋지겠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 그날 저녁에는 동생과 꼬물이와 맥스와 같이 돗자리를 펴고 마당에 자리를 잡았다. 아빠도 슬쩍 나와 있었다.
어린 시절, 여름밤에 아빠와 우리 두 자매는 별을 보러 바깥에 나가곤 하던 시기가 잠깐 있었다. 그리고 친척들이 오면 큰집에 가서 평상에 드러누워 별을 많이 보곤 했다. 난 어릴 때 UFO와 별똥별에 아주 관심이 많았다. 그런 나에게 하늘을 가리키며 비행기의 깜빡거리는 빨간 불빛을 보고 UFO라고 말한 사촌 오빠가 있었다. 나는 비행기를 본 적이 없어서 오빠의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나는 오랫동안 그것을 믿고 있었고 사촌오빠는 끝까지 비행기라고 알려주지 않았다(산타 할아버지는 처음부터 없는 건 알았는데, 그게 UFO가 아니었던 게 나한테는 더 충격이었다).
나와 비슷한 세대라면 어릴 때 누구나 돌려봤던 만화 그리스 로마 신화 덕분에 별자리 찾아보는 것도 좋아했다. 전교생 수가 40명 언저리였던 시골 중학교에서는 과학 선생님이 천체망원경을 가지고 조를 짜서 별을 보러 동네로 찾아온 일도 한 번 있었다. 그 모든 경험들 덕분에 나는 별 보는 걸 좋아하게 됐다.
하지만 스무 살이 넘고 나서 오래도록 별을 바라본 적이 있었던가? 마지막으로 이렇게 누워서 별을 바라보던 게 언제지? 그 어린 시절 말고도 그런 적이 있었나? 아무리 생각해도 머릿속이 캄캄했다. 마지막이 언제였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아주 긴 시간 만에 여름밤에 별을 보러 나온 거였다.
맥스도 있고, 꼬물이도 있고. 세상에나 별까지 본다니. 지나치게 낭만적인 거 아닌가 싶지만 기분이 들떴다.
그런데 막상 누워서 보니, 나는 심한 난시와 라섹의 부작용으로 어린 날처럼 별을 잘 볼 수가 없었다(라섹을 하지 말걸 하고 가장 후회한 게 이 날이었다). 그래도 뭐, 기분은 좋았다. 별똥별이 지나가는 걸 몇 개쯤 바라보며 동생에게 자랑하듯 말했다. 옆에서 동생이 자기는 안 보인다고 투덜거렸다. 팔을 쭈욱 뻗고 누워 있는데 꼬물이가 다가오더니 툭 턱을 내 손목에 얹어놓았다.
세상에!
밀려오는 행복감 때문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누구나 자기네 강아지가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법 아닌가. 그때 꼬물이는 제일 귀엽다는 2개월 쪼꼬미 시절이었다. 말 그대로 심쿵.
나는 내 우울증을 오랫동안 방치하면서 무력감을 오래 겪었다. 마음이 딱딱하게 굳어서 오랫동안 감정의 폭이 넓지는 않았다. 태연하지 않으면서 태연한 척 어른스럽게 굴고, 나는 나에 대해 모든 걸 안다는 듯이 오만하게 행동하곤 했다. 하지만 언제나 나를 속일 순 없었다. 내 우울증은 내가 나를 학대하는 방식으로 나아가게 만들었다. 절제해야 해. 통제가 안 되지만 통제해야 해. 그렇게 만들어야 해.
손가락질이 두렵고, 사람들이 무섭고, 일이 잘못되면 결국 내가 모든 일을 다시 나에게 화살을 돌릴까 봐 무섭고, 길 잃은 미아가 되는 경험을 다시 할까 봐 나가기가 무서웠다. 귓가에 총성이 울리면 내 마음이 찢어발겨졌다(알고 보니 총성이 아니라 그건 동물을 쫓기 위한 농사용 카바이트 폭음기였다). 두려움과 불안이 일상이 된 지 오래였다.
그래서 유성우가 떨어지는 그날은 너무 행복해서 울고 싶었다. 강아지가 있어서. 내가 다시 별을 보고 누워 있어서. 옆에는 동생이 있고 내 가족들이 있어서.
아주 오랜만의 별 구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