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게, 웃음 가득히
평일 낮 오후, 한산한 작은 바닷가에 두 아이만 데리고 왔다. 모래가 아닌 자갈이라 더 쾌적한 느낌이었다. 사람도 없고 조용한 가운데 자유롭게 바다에 몸을 맡긴 두 아이의 웃음소리만 가득했다. 그늘 아래 의자에 앉아 남편과 함께 비싼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갈매기들이 튀어 오르는 물고기를 잡아먹는 모습을 구경하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이들 독서토론 수업을 위해 가져온 <모비딕> 책 이야기도 꺼내며 모처럼 평화로운 시간을 보냈다.
하얀색 긴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가는 갈매기를 가까이서 보니, 나도 날고 싶었다. 날고 싶다는 갈망을 가진 적이 언제였던가. 날 수 있다면 어디로 가고 싶은가. 이런 질문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런데 답은 생각나지 않았다. 날고 싶은 적도, 가고 싶은 곳도 없다. 아예 할 수 없다고, 갈 수 없다는 생각에 아무런 꿈도 욕망도 없는 것이다. 지레 겁먹거나 쉽게 포기하는 고질적인 생각의 패턴들… 바꾸고 싶다.
책모임 인도자로, 독서토론 진행자로서 실력은 부족하지만 열심히 배우고 성장하고 싶다. 그것이 꿈이다. 갈 수 있다면 캐나다나 호주 같은 나라로 여행하고 싶다. 하나의 욕망이다.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데, 그건 너무 큰 꿈이라서 접어두고, 사이가 나쁘지만 않기를 바란다. 요정도의 소망 앞에, 바다의 상공을 가르고 하늘 드높이 올라가는 갈매기의 하얀 날갯짓처럼 마음껏 소망하고 꿈꾸고 싶다.
현실은 3,4호 어린이집 방학이 시작되어 네 아이와 함께 집콕. 어금니가 깨져서 발치 이후 통증 가운데 삼시 새끼와 간식 마련으로 온몸이 땀으로 덮였다. 꿈은 꿈대로 꾸면서, 현실은 현실대로 살아낼 수밖에. 독서토론 준비는 하지 못한 채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잠깐이나마 나를 돌본다. 아이들과 사이만 나쁘지 않기를, 그 꿈을 이루는 현실이기에 잘 지낼 수 있을 것이다 오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