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겸 스타벅스에서 단호박 에그 샌드위치를 주문했다. 노랗고 빨갛고 하얀, 알록달록하고 풍성한 토핑들이 눈을 사로잡았다. 오, 이 샌드위치라면 나의 부족한 야채 섭취를 채워줄 수 있을 거야. 그리고 포만감은 덤이겠지?
샌드위치가 맛있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었다. 다만, 디스플레이된 샌드위치는 인생의 하이라이트만 비추는 우리네 인생과도 같았다. 가운데 부분만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탄수화물을 양을 줄이고자 토핑이 없는 부분은 주로 떼고 먹는 나. 아무런 토핑도 없는 빵을 떼어내고 나니 식방이 수북하게 쌓였다.
나의 삶과 주머니는 어제와 같은데, 이놈의 물가는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다. 샌드위치는 두둑한 영역을 점차 좁혀가고, 민둥산만 넓어져갈 뿐이다. 얼마 전 보았던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의 과자 관찰 후기가 생각난다. 가격은 그대로인데 슬며시 과자의 용량을 줄인 걸 발견했다고.
어떻게든 누군가의 주머니를 더 비워가려는 세상과, 그로부터 자신의 주머니를 방어하려는 자들의 싸움. 인생의 치열한 장이 고작 4,900원짜리 샌드위치 위에 열려 있었다. 그 싸움에서 누가 이기게 될까? 그 승리는 진정한 승리일까? 결국 모든 건 돌고 도는 것이라는 진리를 알면, 이겼다고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을 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