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by 이헤윰

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 세연은 그런 핑계 아닌 핑계를 대며 공항에 도착했다. 안전거리가 깨지는 순간은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테오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추억 속 모든 이들이 그리웠지만, 가장 보고 싶었던 테오. 세연의 강아지는 아니었지만, 세연을 주인처럼 보호해주었던 강아지. 여전히 늠름한 모습으로 해변가를 뛰놀던 테오의 사진을 보고 나서야 비행기에 오를 용기를 얻었다.


려진 폐가가 눈에 들어왔다. 다른 이라면 금방 지나칠테지만, 세연은 기사님께 공손한 어투로 잠시 멈추었다가 갈 수 있겠는지 물었다. 젠틀한 미국 신사처럼 보이는 기사님은 폐가를 보고 아주 찰나의 순간 주저하다가 차를 폐가 앞으로 주차했다. "조심하세요." 라는 나긋한 경고와 함께.


난한 세월동안 세연이 깨달은 것은 '하지 않고 하는 후회가 저지르고 나서의 후회보다 훨씬 강렬하고 오래간다.'는 점이었다. 저수지 벽을 깬 것도, 그토록 피하고 싶었던 고향집에 다시 돌아간 것도, 그 이유 하나로 실행했다. 세연의 추진력은 주위 사람이 말릴 새도 없었다. 매우 조용하고 은밀하게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호두과자 장인을 꿈꾸던 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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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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