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의 아침은 항상 부산하다. 내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든 체력의 소유자로서, 정말 정말 말 안 듣는 아들을 지도하고 아침밥 먹여 학교에 보내고 나도 출근 하기기란 쉽지 않다. 그런 상황 속에서 나는 항상 아이에게 비난과 폭풍 잔소리를 쏟아내었던 거 같다. 그러다 그제는 나가려는 찰나에 양치를 안 했다는 아이의 말에 폭발을 해버려서 아침부터 고레고레 고함을 쳐버렸다. 아이도 화가 나서, 차문을 쾅 닫고 학교에 가버렸다. 나는 하루종일 아이 걱정에 전전긍긍했다. 아니나 다를까 학교에서 아이가 친구들과 싸웠다는 소식을 선생님으로부터 들었다. 쿵
예전에는 아이 탓을 했다. 아이 기질이 이상해서, 성격 더러운 지네 아빠 닮아서, 내가 결혼을 잘못해서 아이까지 나를 힘들게 하는구나라는 못난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다 내 탓이다. 정말 내 탓이다. 정말 내 탓이다.
한 포기 풀처럼, 한 송이 꽃처럼 연약한 우리 아이의 내면을 나는 처참히 짓밟아버린 엄마이다.
나는 왜 이럴까?
내 인생은 뭐 하나 쉽게 되는 법 없나라는 억울한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오려고 한다. 점심시간에 법륜스님의 법문을 듣게 되었다. 사연 속의 한 아주머니는 기도수행을 열심히 하지만, 가면 갈수록 악재가 터져서 너무 힘들다고 하셨다. 그러자 법륜스님께서는 '지금 그나마 상황이 좋아져서 빚잔치하는 중이다. 원래 10만 원 갚을 형편 밖에 안되는데, 이제는 형편이 나아져서 100만 원 갚게 되는 거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이만하면 다행이다. oo 할 수 있어 다행이다, 감사합니다.라고 감사한 마음을 가지라고 말씀하신다. 그리고, 절대 어려움은 회피하려고 하지 말고, 이것 역시 내가 이전에 만들어낸 모든 인연과보를 해소하는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해라 말씀하신다. 그리고 기도한다고 하루아침에 상황이 좋아지고 그렇친 않다고 상황이 좋아지려면 몇 년이 지나야 한다고 덧붙이셨다.
어쩜 저 사연자와 내 사정이 비슷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기도수행을 한지 일 년이 넘었지만 그다지 상황이 드라마틱하게 반전된 거 없고 어쩌면 더 힘들다고 죽겠다는 생각마저 들기도 했다. 내 팔자는 왜 이럴까 하는 신세 한탄에 주위의 모든 이들이 싫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사실 감사할만한 상황이다. 물론 내 허리가 아프기는 하지만 남편보다는 내가 건강하다. 그리고 아직 남편이 살아 있다. 아이가 건강하고, 내 빚이 덜 늘지 않고 다행히 밥벌이하며 대출을 조금씩 갚아나가고 있다. 그리고 아직 회사에서 잘리지 않았다는 점 등등 감사할 일은 너무 많았지만 나는 그것은 보지 않고, 아니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눈만 뜨면 불평, 불만이었다.
요즘 들어 내가 참 많이 부정적이구나, 나의 회복 탄력성이 엉망이구나라는 자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아이를 보지 못했다. 아이에게는 내가 어른인데, 아이에게 되려 엄마 힘드니깐 네가 나를 좀 봐줘 이렇게 하고 있는 것이다. 반성한다. 어른 노릇 못한 나 자신을 통렬히 반성한다. 내 잘못인 거다. 그리고 이제라도 그걸 깨닫았으니, 지금부터라도 엄마노릇을 해야겠다.
그제까지는 엉망이었지만, 그래도 어제는 화를 덜 냈다. 아주 안 내진 못한다. 아직까진, 그리고 하루하루 나아지도록 연습하다 보면 좀 더 나은 엄마가 될 수 있겠지, 아니 그런 어른이 꼭 되고 싶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조슈아 아빠처럼, 아무리 지독하고 암울한 현실이라도 세상이, 인생은 아름답다는, 세상은 참 살아봄직하다는 긍정의 메시지를 심어줄 수 있는 어른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아이에게 대단한 사교육은 못 시켜줘도 그것 하나만은 심어주고 싶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환하고 가슴 시리도록 아름다운 것들을 아이에게 보여주고, 삶에서 아무리 힘든 고비가 찾아오더라도 그 아름다움을 기억하며 반드시 언젠가는 결국엔 좋아진다는 믿음으로 다시 일어날 수 있게 하고 싶다. 그러니, 지금 나 역시도 웃으며 일어서자. 해는 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