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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민재 Sep 06. 2018

*17. 요쿨 (4) 드디어 요쿨살롱

170924

 드디어 Jökulsárlón 요쿨살롱에 도착했다. 우리는 다이아몬드 해변을 먼저 돌아보기로 했다. 큰 이유는 없다. 상대적으로 주차 공간이 한적했기 때문이다. 주차장을 선택할 수 있을 정도로  요쿨살롱과 다이아몬드 해변은 1번 도로를 사이에 두고 가까이에 있다.

@구글지도. 북측에 보이는 우리 파편 = 요쿨 살롱의 빙하 조각들

 다이아몬드라는 우아한 이름과는 다르게 사실은 굉장히 슬픈 곳이다. 바트나요쿨에서 흘러나온 요쿨들이 바다로 흘러가는 빙하 생애 마지막 구간이기 때문이다. 영겁의 시간 동안 대기의 화석으로 존재했던 빙하가 한순간 흔적도 없이 소멸하는 곳이다. 그렇게 사라지기 바로 직전의 얼음 조각들이 검은 모래사장 위 여기저기 놓여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 마침, 석양의 잔광들이 얼음을 투영하고 있었다. 아마도 이 해변의 이름을 처음 고안한 사람도 이 시간 우리가 본 비슷한 장면에 마음을 빼앗겼을 것이라.

다이아몬드 해변으로의 신나는 발걸음 총총총
검은 해변 모래위를 수놓는 얼음 조각들

 저 큰 얼음 덩어리(아래 사진)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이 해변에 온 사람들은 목적이 하나인 듯했다. 가장 빙하스러운 현장에서의 인증샷이다. 사실 우리 부부도 근처까지 가서 눈치껏 줄 서있다가 괜한 사진 부탁만 들어주고 결국 우리 사진은 남기지 못했다. 찍으려는 사람도 많지만 가끔씩 들이치는 성난 파도 때문에 접근하기조차 어려웠다.

몇 시간 뒤면 바뀔 오늘 해변의 주인공


 파도가 거칠기 때문에 저 거대한 빙하들을 옮기고 깎을 수 있었을 것이다. 사진을 남기려다가 실제로 갑자기 들이닥치는 파도를 피하다 고꾸라져 머리부터 신발까지 흠뻑 젖은 여행객도 있었다. 저 포토존을 사수하지 못한 입장에선 얄미운 마음에 약간은 통쾌했던 고약함을 숨길 수 없었다. 그 사람에게 이 해변은 어떻게 기억될까.


요쿨 살롱 전경

 요쿨살롱. 살롱이라는 단어가 주는 안락하고 고매한 느낌이 있다. 하지만 요쿨살롱의 살롱은 우리가 아는 프랑스 단어 salon과는 아주 동떨어진 단어다. 풀이하자면 Jökul(glacier) 빙하에서 떨어져 나온 lón(reservoir) 저수지라는 뜻이다. 재밌는 건 아이슬란드에서 이렇게 몇 가지 단어를 알고 있으면 지명이 생긴 유래에 어느 정도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갔었던 프얄살롱은 프얄 Fjall 즉 산(mountain)에서 떨어져 나온 론 lón 저수지(reservoir) 였으며 레이캬비크, 케플라비크, 후사비크 등의 비크 vík는 만(bay)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수도인 레이캬비크는 '연기가 나는 만'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더불어 로가바튼, 미바튼의 바튼 vatn은 호수(lake)다. 이 밖에도 흐베르hver(hot spring), 보구르vogur(cove), 피오르드 fjörður(fiord) 등 많은 표현들이 지명에 앞 또는 뒤에 붙어있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쓸데없는 학구열일까. 물론 여행지의 이름의 근거를 꼭 탐구할 필요는 없지만, 아이슬란드의 지명은 유독 이 곳 자연에서 느낀 감동이 지명으로 붙여진 부분이 많기 때문에 사전에 어느 정도 알고 간다면 여행에 더 큰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뜻을 어느 정도 알면 그 길고 헷갈리는 요상한 이름들을 잘 외울 수도 있다.

아이슬란드어-영어 사전은 이 링크를 추천한다.  https://glosbe.com/en/is/
맛은 없다.

 요쿨 여행을 마치고 höfn 호픈 이라는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호픈은 참고로 항구(port)라는 뜻이다. 전역에 어촌 마을의 특유의 비릿한 향내가 가득하지만 싱그러움으로 다가온다. 오늘 온 종일 눈과 마음에 벅찬 감동을 느끼다 보니 위와 장에도 감동을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을에서 가장 장사가 잘되는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동네가 작으니 온라인 맛집 '검색'이 아니라 직접 걸으며 식당 창문으로 '검문'이 가능하다. 대구 샐러드와 바닷 가재 요리를 시켜 주린 배를 채웠다. (사실 결제한 7,100ISK이란 가격은 반드시 맛있게 먹어야만 하는 가격이다..아이슬란드 코로나에 숫자 '0'을 하나 더 붙이면 원화KRW와 비슷하다.) 오늘 요쿨 여행은 여러모로 결말까지 기가막히다.

Kaupfelag-Austur-Skaftfellinga 레스토랑

 요쿨 시리즈는 1,2,3,4편으로 작성했다. 워낙 보고 느낀 것들이 많아 시간의 흐름으로 나눠 작성한 것이지만, 돌이켜보니 무슨 시조 짓는 마냥 기, 승, 전, 결의 형식을 갖춘 듯하다. 소소한 트래킹으로 글을 시작한 도입부(https://brunch.co.kr/@leeminjae/21)에 이어 스비나펠스 요쿨에서의 처음 마주한 빙하로 요쿨 여행을 전개(https://brunch.co.kr/@leeminjae/22)했고 프얄살롱으로 오늘 요쿨 여행에서 클라이맥스를 경험(https://brunch.co.kr/@leeminjae/23)했으며, 마지막 요쿨살롱에서는 사라지는 빙하들과 황혼의 진한 여운으로 마무리한 것을 기록하고 보니 이야기의 리듬이 느껴진다. 이렇게 요쿨 여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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