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집 뽀개기
아이가 태어나서 목 가누고 앉을 수 있을 때쯤, 친구의 강력추천으로 애플비 아기책을 한 질 샀었다. 결과는 대만족! 누르면 소리 나고 노래 나오는 놀이책이니, 아기에게는 신세계였을 것이다. 그 만족감이 화근(?)이 되어, 과학동화 한 질, 창작 동화 한 질, 한글 깨치기용 한 질, 전래동화 한 질, 자연동화 한 질...
은근히 가격이 나가기 때문에, 중고나라와 당근, 맘카페를 전전긍긍하며 사 모았다. 그래도 행복했던 이유는 그때까지는 아이가 잘 보니깐!! 결코 후회는 없었다.
6세 이후 사들였던 것 중에는 위인전 전집까지는 괜찮았던 것 같은데, 세계사나 세계지리, 남이 안 봐서 업어온 WHY 전집, 경제동화, 수학동화 등 정보습득용 책은 책꽂이에 고대로 진열되어 있다.
이제 아이들이 6학년, 4학년이 되니, 이 전집이 펼쳐질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혹시라도 볼까봐, 혹시 숙제할 때 필요한가 싶어 보관은 하고 있으나 곧 처분해야 함을 사 모은 내가 제일 잘 알고 있다. 이 좋은 책을 공짜로 준다고 해도 가져간다는 사람도 없더라... 헐~
그래서 생각해 낸 방법이, 엄마가 쫌 괴로운 방법인데...
정말 이 것만은 아이가 읽었으면 하는 책을 따로 모아서, 아이에게 설명해 주는 것이다. 일명, 먹여주기;
"얘네들은 다 버릴 건데, 이 책은 정말 재미있는(좋은) 이야기가 있어서 엄마가 알려주고 버리려고"라고 약을 치니 아이들이 그래도 관심을 보였다.
나는 집에 경제동화가 있었는데, 다행히 산 건 아니지만... 20권의 목차가 나름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들로 짜여있어 그냥 버리기가 너무 아까웠다. 그렇다고 읽게 하면 아이도 고통이고 나도 고통일... 그런 책이었다.
각 가정의 소비 종류, 신용카드, 화폐, 가격, 시장, 은행, 주식, 기업, 광고, 무역, 산업, 세금, 사회보장, 환경과 경제, 인터넷과 경제, 첨단기술과 경제... 굵직굵직한 주제로만 이루어졌는데, 결코 쉽진 않지만 그래도 고학년이라면 생활 속에서 마주한 것들이 많아서 알아들을만한 그런 주제들이었다.
그래서 오늘부터 한 권씩 내가 꼭 해주고 싶은 것만 책에서 뽑아 설명해 주고, 버리기로 했다! 아이들 질문이 폭발해서 내가 다 대응을 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얼마나 들어봤고 궁금해하는지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 같다.
경제책을 다 버리고 나면, 그다음은 세계지리 책이다. 나는 나라와 수도에 취약하다. 그러므로 나도 공부할 겸, 수도만 공약하여 그림 위주로 뭐가 유명한지, 어디 붙어 있는지만 설명하고, 나머지는 버릴 예정이다. 그러고 나서도 여력이 된다면, 그다음은 세계사 책이다. 내가 잘 아는 것 위주로만, 설명하고 버릴 예정이다. (물론, 그냥 버리기로 결심한 책도 있다.)
아이들이 고학년쯤 됐다면, 하루에 한 권이나 한주에 5권씩 계획을 세워 착착 정리하자. 그래야 책장에 공간이 생기고, 그 공간을 채우려는 욕심으로라도 다른 새로운 책을 찾아보지 않을까. 전집,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