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목마른 아이 2

유기 공포

by 이수하

깨진 신뢰는 안정감까지 산산조각을 낸다. 나는 어릴 때부터 버려질 것 같다는 유기 공포에 시달렸다. 내가 어렸을 때 나의 젊은 부모는 매달 주기적으로 맹렬히 싸웠다. 그것은 아이에게 공포의 한 장면이었다. 젊은 부모는 싸움 중에 그걸 지켜보고 있는 어린 딸이 보이지 않았다.


엄마, 아빠가 헤어지면 어떡하지. 나를 지켜주는 가족이 없어진다면, 나는 어떻게 되는 거지. 어렸던 나는 내가 성인이 되기 전까지 가족이라는 울타리 없이 사회를 살아갈 수 없음을 알고 있었다. 현실적 불안감은 아이를 완전히 질식시켰다. 깨진 신뢰는 안전하다는 느낌을 산산조각 냈다. 진정되지 않은 불안은 여전히 내 안에 남아있다. 나는 내 안에 자리한 불안한 아이를 완전히 떨쳐낼 수 없다. 그저 함께 걸어가는 방법을 배우고 터득하며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나는 연애를 통해 내 안의 불안한 아이를 인지하고 발견할 수 있었다. 주양육자와 안정적으로 형성하지 못한 신뢰 관계는 애인에게로 옮겨갔다. 나는 나의 애인에게 나의 주양육자인 나의 부모를 투사했다. 나는 애인과의 관계에서 종종 불안을 느꼈는데 그 불안은 가히 공황에 가까웠다.


우울이 깊은 침몰 같다면, 불안은 벗어날 수 없는 질식 같다.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내 목을 세게 조르는 것만 같다. 처음엔 분명 꽃이 만개하는 봄과 같았던 연애는 이내 공포와 지옥이 됐다. 나의 목을 세게 조르는 불안은 사랑하는 애인의 목을 내가 조르게 했다.


문제는 늘 연락이었다. 그가 조금이라도 연락이 되지 않으면 나는 미칠듯한 불안감에 시달렸다. 일상이 완전히 무너지고 파괴됐다. 내적인 발작이 일어나 내게 맡겨진 일을 전혀 할 수 없었다. 그가 내게서 조금이라도 멀어지는 것 같은 느낌을 견뎌낼 수 없었다. 불안한 아이는 그가 나를 살뜰히 보살펴주고 곁에 있다는 느낌을 줄 땐 조용했지만, 그가 자신의 일상에 몰입하며 조금이라도 멀어지는 느낌을 받으면 비명을 질렀다. 방황하는 아이는 아이를 절대 버리지 않을 사람을 여전히 구하고 있다. 버려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구한다. 나는 사랑이 두렵고 다가오는 사랑도 포기하고 싶다. 아프다. 그러나 내 마음 깊이 진실한 사랑을 갈망하는 마음이 있다. 그리고 그 마음은 나를 포기하고 멈추는 자리가 아닌,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자리로 이끈다. 나는 이제 다르게 생각한다.


버려질 위협에 처한 아이가 아니라, 위험 가운데서도 끝까지 지켜진 아이. 내가 원하는 방식은 아니어도, 분명 넘치는 사랑을 받고 자란 아이. 나는 진실한 사랑을 원하고 진실한 사랑에 가까이 가는 중이다. 그리고 아프지만 이 길을 계속 걷다가 보면 언젠가 진실한 사랑을 찾을 것이다.




지금 중년의 나이가 된 나의 부모는 세상 제일 잉꼬부부가 되었다. 서로를 아끼고 사랑한다. 관계에는 시간이 필요했고 엄마, 아빠의 사랑은 서로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무르익어갔다. 엄마, 아빠에게도 헤어짐의 위기가 있었지만 이들은 결국 사랑을 선택했다. 서로의 사랑을 지키는 선택을 했다. 그리고 그들이 선택한 사랑은 결국 딸들을 안전하게 지켜주었다. 나는 지금에서야 깨닫는다. 폭풍을 지나지 않는 가정은 없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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