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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요 Nov 11. 2024

불안은 나의 원동력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지난주는 3주 정도 기획하고 준비했던 공공의료 공모전을 제출했다. 기획단계에서 아이디어를 뽑아내는데 힘이 들었고 러프 스케치와 채색단계까지 넘어와서도 고민에 또 고민을 했더랬다. 그래도 마무리를 잘했고 마감기한 전 넉넉하게 보낼 수 있어 다행이었고 뿌듯했던 경험이었다. 상을 받지 않아도 내가 공공기관 삽화를 그려본 건 처음이라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마플샵에 주문했던 엽서와 샘플 굿즈를 받았고 아이디어 떠오른 것들을 다시 그렸다. 샘플 굿즈는 엽서의 경우 평균 엽서 크기보다 컸고 키링의 경우는 작았다. 파우치 같은 곳에 달 수도 있을 거 같다. 아무래도 재고관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편리성과 배송, 서비스를 마플샵에서 제공해주는터라 원가가 좀 비싼 편이었고 배송비를 포함한다면 작은 굿즈보다는 좀 더 큰 굿즈들을 만들어 내는 게 나을 거 같다는 결론이 들었다. 


굿즈 샘플 엽서/ 키링


 내가 만들어서 콩깍지가 씐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내 눈엔 너무 귀엽고 예뻤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 눈엔 어떨지 아직 잘 모르겠고 굿즈의 경우 아직 디자인을 생각보다 많이 뽑지는 못해서 겨울 음식과 관련해서 귀여운 그림들을 여러 개 좀 더 뽑아봐야겠다. 아직 굿즈샵은 비공개이며 다른 굿즈들도 내가 준비해서 샘플을 모두 받아보고 확인 후에 오픈하려고 한다. 


 

 그리고 링크드인을 시작한 지 일주일 정도 되었다. 그곳에서 인스타로 교류하던 작가님을 만나게 되었고 메시지와 함께 1촌 신청을 보냈다. 매일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돌렸고 무료로 사용했기 때문에 이후에는 1촌 신청 후 승낙 하면 메시지를 함께 보냈더랬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나와 교류하던 이미 링크드인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작가님이 내 그림을 공유해 주셔서 조회수가 확 증가하게 되었다. 블로그를 재미 삼아했던 게 도움이 된 거 같기도 하고 플랫폼의 특화된 분야는 다르지만 결국에는 쌍방향의 소통과 정보 교류다라는 걸 또 깨달았다. 내가 원하고 관심 있는 에이전시에 소속된 작가들에게 조언도 구했고 10통 정도 보내면 한 두 분 정도는 친절하게 답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이었다. 

 현재 포트폴리오 PDF 파일도 만들고 있고 명함 디자인도 러프로 만들어보고 있다. 아이디어를 쥐어짜 내는 건 어렵고 고통스러울 때가 많지만 막상 생각했던걸 그려내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사실 며칠 전에는 아주 짧은 일시적인 번아웃이 살짝 왔다 갔다. 그날따라 그림이 너무 마음에 안 들고 부족해 보여서 건들고 시도해 보는 것조차 하기 싫었다. 그래서 그림 그리는 것 말고 다른 해야 할 일을 엉엉 울면서 했다. 나는 아직 너무 부족해. 너무 아마추어인 거 같아. 언제쯤 마음에 드는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하면서 속상해서 음악을 들으며 눈물을 쏟아내며 할 일을 했다. 내 기대치와 눈높이에 그림과 체력이 못 따라오는 게 힘들었다. 그래도 울어버리고 나니 속은 후련했고 울면서라도 할 일을 해서 죄책감이 들진 않았다. 

 그렇게 이틀 동안 그림을 제대로 못 그렸다가 마음을 돌아보고 기분을 환기시킬 수 있는 나들이를 다녀왔더니 다시 그림이 손에 잡혔다. 그리고 일요일 드디어 크리스마스 엽서를 완성했다. 나는 미니멀리스트는 될 수 없는 맥시멀리스트인데 그게 그림에 고스란히 느껴진다는 게 신기하고 웃겼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크리스마스


완성하는데 6일 정도 소요된 크리스마스 엽서로 그린 그림. 이틀 정도는 거의 그리지 못했고 일요일에는 일어나자마자 마무리를 짓고 싶어서 6시간 동안 내리 그렸다. 

 번아웃이 오기도 했고 컨디션이 안 좋았던 것일까 토요일부터 소화가 안되었는데 소화제를 먹고 강행을 했더니 일요일은 크리스마스 일러스트를 완성한 후 넉다운이 되었다. 빵 한 조각을 먹고 급체해서 소화제 말고는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현재 하고 있는 것들이 너무 많다 보니 가지치기가 좀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빠도 그랬고 예전에 만나던 친구도 나에게 항상 하던 말이 욕심이 많다. 모든 걸 다 지고 갈 수는 없다. 우선순위를 정하고 할 수 있는 것부터 천천히 제대로 하는 게 중요하다고 그렇지 않으면 이도저도 할 수 없다고 했다. 사실 나의 가장 큰 원동력은 불안감인데 내가 항상 뭔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마음속에 불안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필요 없는 존재가 되어버리는 걸까 봐 가치 있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봐 내가 뭔갈 해내지 않으면 나는 존재이유가 없는 게 아닐까 이런 생각이 무의식 중에 계속해서 드는 거 같다. 현재 일상툰 주 1회 업로드, 주 1회 포트폴리오 개인 일러스트 작업, 주 1회 브런치 글 업로드, 포트폴리오 PDF, 명함/엽서 제작, 굿즈 스케치, 부산 북페어 갈 준비를 포함해 내가 운영하고 있는 sns 계정은 인스타 2개, 트위터, 링크드인, 스레드가 있다. 일러스트를 완성하면 웹사이트에도 업로드를 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최근에는 웹사이트로 해외 외주 연락이 온 것을 놓쳤다. 한참 전에 연락이 왔었는데 확인을 못했던 것이었고 너무 아쉬웠지만 동시에 개인 작가로 부터 삽화 외주문의가 왔을 경우 해외 계약서와 견적서는 어떻게 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 않았던 걸 깨달았다. 그래서 예전에 유튜브로 추천받았던 관련 책을 아마존으로 주문했고 관련 pdf 파일을 다운로드하였다. 

 해야 할 것들은 많고 나는 하나고 체력적으로 시간적으로 한계가 있다 보니 버겁다는 생각도 든다. 투두리스트를 매일 만들지만 나중에 일을 하다 보면 그건 잊게 되고 감각만으로 모든 걸 진행하게 돼버린다. 그래서 다시 일기와 스케줄러를 사용하고 있다. 아날로그 인간이라 노션도 쓰고 있지만 나에게는 스케줄러가 좀 더 마음이 편하고 보기가 좋다. 사실 이전에는 블로그도 동시에 했기 때문에 더 마음이 바빴고 현재는 블로그는 하지 않고 대신 링크드인으로 넘어왔다. 그리고 일상툰을 업로드 간격을 주 1회에서 러프하게 늘려볼까 한다. 현재는 동화 일러스트와 삽화/ 개인작업과 굿즈에 좀 더 힘을 실어보고 싶다. 나중에 또 어떻게 바뀌게 될지는 모르지만 일단은 이렇게 진행해보고자 한다. 나의 불안은 나의 원동력이자 나의 힘이다. 하지만 이것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걸 안다. 비록 흔들리고 가냘프지만 꿋꿋하게 꾸준히 나아갈 수 있도록 가지치기와 페이스 조절을 잘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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