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의 고독

by Rudolf


나와 아주 가까운 Q가 니체를 만난 것은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어느 분으로부터 《인간적인 너무도 인간적인》이라는 두툼한 니체의 책을 선물로 받은 것이다. (Q는 그 당시 니체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도 못하던 때였다.) 그 선물을 주신 분, (내가 보기에) 지금 추억해 보면 참 나빴다고 생각한다. (죄송) 아무튼 그 Q의 인생 역사(?)는 그 책 이전과 이후로 나뉘었다. 마치 BC와 AD로 나뉘듯이. 아무것도 모르고 멍청했던 Q가 갑자기 방황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책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니체의 몇몇 시를 외우고 다녔다. 그 중에서도 특히 하나의 시…….


오오 고독이여

그대 나의 고향인 고독이여

O Einsamkeit!

Du meine Heimat Einsamkeit!


눈물 없이 그대에게 돌아가기엔

나는 너무도 거친 이국땅에서

너무도 거칠게 살았노라


오오 고독이여

그대 나의 고향인 고독이여

얼마나 축복되고

얼마나 우아하게

그대의 목소리가 나에게 말하는 것이리이까

우리는 서로 묻지 않노라

우리는 서로 호소하지도 않노라

우리는 활짝 열어젖힌 문을

함께 걸어가노라


– 〈귀향〉 중에서

[출처] https://blog.daum.net/nsns466/240


어쩌란 말인가? 가장 감수성 예민한 사춘기 그 시절에 니체를 들이밀었으니.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고독이라는 단어는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일까? 고독, 고독, 오오, 고독…….

그 이후 Q의 삶은 온통 그 ‘고독’과의 싸움이었다. 의미도 어원도 알지 못하는 그 고독이라는 단어 때문에 Q는 얼마나, 정말 얼마나 많이 방황했었던지…….

사실 Q는 아직도 사춘기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지금도 니체와 싸우고 있으니. 그런데도 며칠 전 온라인으로 니체의 책을 주문했다나. 거의 전집이라고 할 수도 있을 정도로 이따만큼 두꺼운 책을. Q는 그 책을 받아든 순간 눈물이 핑 돌 것만 같았더란다. 마치 고향 땅에 돌아온 것처럼. ‘나는 너무도 거친 이국 땅에서 너무도 거칠게 살았노라…….’

그러나 여기에서 하나의 이율배반. 그렇다, Q는 갑자기 배반의 음모를 꾸미게 되었다. 니체에서 벗어나려 한 것이다. 그것이 자신이 사는 길이라면서. (정말 그럴지는 모르겠다만.)

Q는 성공할 수 있을까…….



Q는 특히 추위를 잘 탄다. 고양이처럼 난롯가에 등을 구부린 채 쪼그리고 앉아 두꺼운 볼록렌즈 안경 너머로 책 대신 머언 과거를 들여다보고 있는 그의 모습. 어쩌면 Q는 지금 잃어버린 기억 속의 눈 내리는 차디찬 강 한복판을 떠돌고 있는지도 모른다.


千山鳥飛絶(천산조비절)

萬逕人蹤滅(만경인종멸)

孤舟蓑笠翁(고주사립옹)

獨釣寒江雪(독조한강설)

| 산이란 산에는 새 한 마리 없이 적막하고

| 길이란 길에는 사람 자취 하나 없이 끊겨

| 외로이 떠있는 배엔 도롱이 삿갓 쓴 노인

| 홀로 낚시하는 추운강엔 눈만 내리는구나

- 중국 당나라 유종원(柳宗元, 773~819)의 〈강설(江雪)〉


이 한겨울, Q의 고독을 따라나섰다가 흰 눈 내리는 강에까지 오고 말았구나.

너무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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