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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우 Dec 30. 2019

왜곡, 굴착

불안의 기록 #19

언제부터였을까. 사람과 연대의 풍요 속에서 차갑게 등 돌리기 시작했다. 실소와 함께. 우정과 사랑의 안락을 매정하게 뿌리치기 시작했다. 냉소와 함께. 찾아간 곳은 고독이란 현판이 붙은 광산. 어두운 갱 속에서 반짝이는 금붙이를 찾기 위해 더욱더 깊숙이 들어갔다. 아무도 모르는 진귀한 보물을 찾고 싶었다. 모두를 놀라게 하고 싶었다. 사랑과 우러름을 받고 싶었다. 그 순간을 위해 힘차게 곡괭이질을 했고, 우렁찬 구호와 함께 신명나는 노동요를 불렀다. 무위는 지칠 줄 몰랐고 요란했다. 저 지상으로 연결된 조그마한 구멍 밖으로 새어나가 사람과 사랑에게 닿을 만큼. 허나 광산에 금붙이는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땐, 너무 지치고 말았다. 이제야 깨달았다. 사람과 사랑이야말로 내가 찾던 금붙이였다는 것을. 하지만 이곳에서 나가는 방법을 모른다. 곡괭이질 밖에 모른다. 그렇다면 나에게 고독은 지상을 향한 해괴한 구애의 몸짓에 불과했던 것은 아닐까. 나는 왜곡되고 말았던 것이다. 이 터널의 끝은 어디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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