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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엉짱 Feb 19. 2024

넌 꿈이 뭐니?

[ 지극히도 평범한 엉차장의 퇴직 살이 ]

초등학교 시절에는 매 학년이 시작될 무렵이 되면 담임 선생님이 반 아이들에게 미래의 꿈을 물으시곤 했다.


“여러분, 이제부터 여러분이 생각하는 꿈이 무엇인지 친구들에게 발표하는 시간을 가질 거예요. 한 사람씩 나와서 이름과 꿈이 무엇인지, 왜 그런 꿈을 꾸게 되었는지 이유를 말하고 들어가세요.”


돌이켜보면 그 당시 우리 반 친구들의 꿈은 보통의 어린이들처럼 참으로 상투적인 꿈들이었다. 대통령부터 군인, 과학자, 판사, 의사, 간호사, 소방관, 경찰관 등 하나같이 이름만 들어도 멋진 직업들이고 당시 많은 어린이들이 꿈꾸는 직업들이었다. 아마도 부모님의 소망이 가득 담긴 꿈이지 않았을까 싶다.


개중에 몇몇 친구들은 대답 대신 선생님께 이렇게 되묻기도 했다.


“선생님, 전 꿈이 없는데 어떻게 해요?”


평소에 꿈이란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친구들이었다. 꿈이 없는 아이들. 요즘 초등학교 아이들에게도 꿈을 발표하는 시간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도 몇몇 친구들은 당시 우리 반 일부 친구들처럼 꿈이란 것을 생각해 보지 않았을 것 같다는 추측이 든다.


물론 상투적이었지만, 그 당시 우리 반 친구들은 저마다의 각기 다른 모습처럼 꿈도 가지각색이었고 멋진 직업들로 채워졌었다.


하지만 나는 다른 친구들과는 다르게 꿈이 독특했던 것 같다.


“회사원입니다. 돈 벌면서 결혼해서 잘 살고 싶습니다.”


나의 꿈은 이러했다. 다른 친구들처럼 특별한 이유나 감흥이 없는 무색무취한 꿈이었다. 선생님은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을 듣고 싶어 하셨다.


“회사원? 어떤 회사원?”


“그냥 회사원이요.”


선생님은 내 대답에 엷은 미소를 지어주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이가 없었기 때문이었는지, 발표에 성의가 없다고 생각하셨기 때문인지, 아니면 소박한 꿈이 귀여워서인지는 잘 모르겠다. 웃기는 건 그 후로도 단 한 번도 다른 꿈을 꿔보지 않은 채 성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대학 입시를 치를 때도 회사에 취직을 잘할 수 있는 전공이 무엇일까부터 고민을 했고, 그 결과로 경영학과를 선택했을 정도였다. 아마도 시장에서 장사를 하셨던 부모님의 오랜 당부인 흰 와이셔츠에 넥타이 매고 사무실에서 펜대 잡고 일하는 회사원이 되라는 말씀에 세뇌를 당했기 때문이 아닐까?  


세월이 흐른 지금 우리 반 친구들은 각자 소망했던 꿈을 이루며 행복하게 잘 살고 있을까? 어쨌든 나는 어릴 적 꾸었던 꿈을 이룬 사람 중 한 명이다. 이십여 년간 회사원으로서 가정을 이루고 행복하게 잘 살아왔으니까.


첫 번째 꿈을 이룬 만큼 이제는 어른으로서 두 번째 꿈을 꾸어보는 시기가 된 것 같다. 다만, 변한 것은 어린 시절의 담임 선생님처럼 내게 꿈을 묻는 이가 없다는 것이다. 꿈을 묻는 사람이 있다면 오직 한 사람, 나 자신뿐이다.


“넌 꿈이 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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