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노는 아싸
아픈 초롱이를 뒤로 한 채 나왔다.
뒤 돌아보니 초롱이는 우리만 바라보고 있었다.
화장실에 다녀온 나를 기다리는 간쵸가 울고 있었다.
나 몰래 울고 있던 그 모습이 너무 슬펐다.
간쵸와 나는 서로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었다.
우리 둘 다 집에 가기 싫었던 걸.
수납 후 차에 탔다.
“어디 갈까?”
“”나.. 집에 들어가기 싫어 “”
“나도.. 우리 그냥 일탈해 버릴까? 이럴 땐 미친 짓을 해야 이겨낼 수 있어”
그러나 우린 초롱이 없이 노는 방법을 까먹었다.
강아지 없이 갈 수 있는 곳이 어디지..?
우리가 평소에 못 간 곳이 어디지..?
그렇다.
우린 21년부터 초롱이를 맡은 순간부터 초롱이 없이 다닌 적을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다.
머리를 쥐어짜봤다.
기껏 둘이 생각해 낸 게 복합쇼핑몰에 있는 체험놀이터였다.
거기도 초롱이랑 놀러 갔다가 저런 곳이 있구나~하고 지나가다 봤던 곳이었다.
노래를 틀고 서로 아무 말 없이 앞만 바라봤다.
등 뒤에서 초롱이의 숨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그날 우린 애써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양궁도 처음으로 해보고
클라이밍도 처음으로 해보고
2시간 20분간 알차게 땀 빼며 뛰어놀았다.
조금은, 아주 조금은 괜찮아진 것만 같았다.
나는 심리적으로 힘들 때 잘 먹어야 잘 지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너무 슬퍼서 아무것도 못하고, 안 좋은 일이 일어날까 불안해하고, 쏟아지는 잠을 이겨내려 하고, 밥을 거르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보호자인 우리가 무너진다면 강아지도 이겨낼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필사적으로 괜찮은 하루를 보내려고 노력한다.
나와 간쵸는 그날 초롱이 얘기를 하며 둘 만의 데이트를 오랜만에 했다.
좋았지만.. 사실 너무 허전했다.
집에 들어가기가 싫었다.
외박하고 싶었는데.. 병원비가 얼마나 나올까 두려워 집에 들어가기로 했다.
집에 도착하니 초롱이의 흔적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초롱이가 좋아하는 장난감.
초롱이가 매일 누워 자는 방석.
초롱이의 숨을 편안히 해주는 산소방.
잠에 들기 전 생각했다.
내일 우리 초롱이 퇴원할지도 모르니 일어나자마자 청소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