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니는 2차 병원은 2층에 중환자 입원실이 있다.
입원 시 응급 처치 동의서를 작성하는데, 응급 상황 발생 시 심폐소생술을 시행할 것인가, 하지 않을 것인가에 대한 동의서를 작성한다.
강아지를 키우는 보호자라면 과연 안한다에 체크를 할 수 있을까 싶다.
응급 상황을 상상만 해도 떠날까 무섭고 슬퍼서 눈물이 절로 난다.
초롱이는 두 번째 입원이라 입원 동의서를 작성을 안했다.
원래는 하루 2번 면회 시간이 있는데 당일날은 입원 시키고 바로 면회가 가능하다.
대신 다른 면회 시간은 보러 못 오지만.
엘레베이터 문이 열리면 중환자 입원실이 한 눈에 보인다.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강아지들과 벽에 나란히 붙어 있는 ICU 안에 들어간 강아지들. (ICU란 병원 내의 일정한 구역에 설치한 특수치료시설이다.)
어떻게 다 하얀 애들만 있는걸까?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지만 흰 털을 가진 강아지들이 꽤나 아픈가보다.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많은 견종이라서 그런거일 수도 있겠지….
또아리를 틀고 누워있는 강아지.
낯선 사람을 보고 쉴 새 없이 짖는 강아지.
힘 없이 축 쳐져 쓰러져 있듯 누워있는 강아지.
예쁘게 앉아 나를 보고 있는 강아지, 초롱이었다.
“초롱아”라고 부르니 낑낑 거리며 우는게
‘나 여기 또 왜 왔어?’라고 말하는 것 같아 가슴이 미어졌다.
“초롱아, 밥 잘 먹고 쉬 잘하고 똥도 잘 싸고 있어.. 언니랑 오빠가 내일 보러 올게. 빨리 나아야지 내일 집에 갈 수 있대”
초롱이는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오늘 여기서 있어야 하는구나.
그런 초롱이를 두고 나오는건 여간 쉽지 않다.
‘보호자님, 시간 되셨으니 이제 가셔야 할 것 같아요.‘ 라는 말을 하시진 않지만, 우리는 무거워진 엉덩이를 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