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스윽
가을이 하루에도 몇번씩 스윽 들어왔다 밀려납니다. 스윽 들어왔다 사사삭 밀려났다, 그렇게 오고싶나봅니다. 이른 아침 늦은 저녁이면 주인 행세를 합니다. 대낮엔 그리 쑥스러워하더니, 아침 저녁으론 자리잡고 일어날 생각을 안합니다.
어찌보면 세월이 흐를수록 가을은 더 약자가 될 것 같습니다. 힘 쓸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테니까요. 그래서 인간으로서 가을에게 미안할 뿐입니다. 20대 가을은 사색의 시간이었는데, 50대 가을은 사색할 틈도 안줍니다. 이렇게 30년 세월이 흘렀습니다. 흘러흘러갑니다. 스윽 왔다 사사삭 가는 것처럼 인생도 그렇게 스윽 왔다가 사사삭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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