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 다이빙, 잊을 수 없는 짜릿함.

모든 것이 꿈처럼 느껴졌다.

by LC

호주에 가면 꼭 하고 싶었던 것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앞에 서 보는 것도, 서핑(Surf), 스노클링, 다이빙도 아니었다. 내가 그토록 하고 싶었던 것은 바로 하늘을 나는 것, 더 정확히 말하자면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었다.

스카이 다이빙(Sky Diving). 1만 4천 피트(약 4200미터) 상공을 날아가는 비행기에서 뛰어내릴 때의 그 복잡 미묘한 느낌. 그 짜릿함이란!




어느덧 공장 생활을 시작한 것도 두 달이 다 되어갔다. 평일에는 일을 하면서 간간이 퍼스 시내에서 사람들을 만났고, 주말엔 바다에 나가 스노클링을 하거나 서핑을 했다. 이제 곧 호주를 떠나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Bogota)'로 갈 예정이었기에, 호주에서의 생활을 마무리 지어야 했다.


호주 동북부 퀸즐랜드 주의 '케언스(Cairns)'. 레포츠의 천국이라 불리는 그곳에서 스카이다이빙을 할 생각이었다. 시드니(Sydney)에서부터 동부 해안선을 따라 올라가면서 여행도 하고 그 종착지인 '케언스'에서 스카이 다이빙을 하는 것을 끝으로 호주를 떠나려 했다.

하지만, 현실은 나의 이상(理想)을 모두 만족시켜줄 수는 없는 법이다. 동부 해안선을 따라가는 여행은 포기해야 했고, 케언스에서 스카이다이빙이라도 하자는 생각으로 비행기표를 알아보았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시간'이었다. 언제 퍼스를 떠날 것인지는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다. 확실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시드니에서 콜롬비아의 보고타로 떠나는 비행기 시간뿐이었다.


'떠나는 것'에 대한 본격적인 고민. 아직 하지 못한 '스카이 다이빙'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이곳저곳 알아보던 중 퍼스 시티(Perth City)의 한 여행사에서 '스카이 다이빙' 예약을 하게 되었다. 가장 높은 곳인 14,000피트 상공에서 뛰어내리는 것과 동영상 촬영 옵션, 픽업 서비스까지 모두 600달러 정도 되는 돈이었다. 케언스에서 하는 것보다 150-200달러가량 더 비쌌지만 돈과 시간, 여행 일정을 고려했을 때 퍼스에서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으로 보았던 케언스의 환상적인 풍경을 볼 수 없다는 것이 아쉽긴 했지만, '스카이 다이빙'을 한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너무 바쁘게, 촉박하게 움직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12월 첫째 주 금요일.

일을 끝마치고 돌아와 잠을 자고 있을 때 걸려온 스카이다이빙 업체에서의 전화. 내일 낮기온이 40도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스카이 다이빙을 예정 시간보다 일찍 해야 한다고 했다. 1시간 일찍 픽업 장소로 나오라는 말이 있었고, 나는 알았다고 했다. 드디어 내일이었다.


토요일 아침. 픽업 장소로 향했다. 퍼스 시티의 웰링턴 버스 스테이션(Wellington bus station) 앞에는 여러 무리의 사람들이 호기심 가득 찬 표정으로 무언가를 기다리며 서 있었다. 승합차 몇 대가 왔고 그곳에 모여 있던 사람들은 각자 자기가 타야 할 승합차를 타고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떠났다. 내가 탄 승합차에는 두 명이 더 있었다. 일본에서 온 아츠유키와 타츠오미. 우리 셋은 스카이 다이빙을 하는 곳으로 향했다.


나와 함께 스카이 다이빙을 하러 온 아츠유키와 타츠오미. 그들은 호주 서부를 여행중이라 했다.


퍼스를 빠져나간 승합차는 한적한 시골길을 달렸다. 한 시간 반쯤을 달려 도착한 곳은 "Historic City of York"라고 적힌 허름한 안내판이 있는 작은 도시, 퍼스 동쪽의 'York'였다. 도시 중심가를 지나자 경비행기 몇 대가 서 있는 작은 비행장이 나왔다. 승합차는 비행장 안의 큰 창고 건물 앞에 멈춰 섰다.

창고 건물 앞쪽에 쭉 뻗은 활주로, 그 위를 천천히 굴러가는 경비행기. 창고 안쪽에는 스카이 다이빙을 하려는 사람들이 뛰어내리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스카이 다이빙 동호회로 보이는 사람들 무리 몇몇은 뛰어내릴 때 어떤 대형을 할 것인지, 어던 포즈를 취할 것인지 대열을 맞춰보면서 연습을 하고 있었고, 개인적으로 스카이 다이빙을 하러 온 사람들은 창고 한쪽에서 안전교육을 받았다.



창고 밖에선 비행기가 하늘로 날아올랐고, 사람들이 뛰어내렸고, 낙하산이 펼쳐졌다. 또다시 비행기가 뜨고 사람들이 뛰어내리고. 반복되고 있었다.


'아, 드디어 나도 저렇게 뛰어내리는구나!'


나의 순서는 마지막이었다. 오늘의 마지막 비행이라고 했다. 아츠유키와 타츠오미는 나보다 먼저 하늘로 갔고, 드디어 내 차례가 온 것이다. 스카이 다이빙 동호회 두 팀, 그리고 나와 다이빙 강사, 카메라맨이 함께 비행기에 올랐다. 경비행기가 활주로 위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 심장은 프로펠러의 떨림보다 더 심하게 쿵쾅거렸다.


부아-앙~


활주로를 박차고 오른 경비행기는 힘을 내어 하늘로 하늘로 올라갔다. 창 밖으로 보이는 집들.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 내가 조금 전까지 머물렀던 창고. 모든 것이 조금씩 작아져갔고, 고도계의 숫자는 점점 올라갔다. 어느새, 눈 앞에는 구름이 있었다. 고도계가 한 바퀴를 돌자 비행기의 문이 열렸다. 열어 젖혀진 문에 이글거리는 바람은 내 다리를 잡아끄는 것 같았다.다이빙 강사는 나에게 고도계의 숫자가 한 바퀴를 돌고 조금 더 돌면 뛰어내릴 것이라고 했다. 동호회 사람들이 뛰어내렸다. 나는 다이빙 강사를 바라봤다. 그는 아직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우리는 조금 더 올라간다.



비행기엔 셋이 남았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간다. 창 밖을 보니 현기증이 날 정도였다. 모든 것이 아득했다. 긴장한 걸까? 안 그럴 줄 알았는데, 내 몸이 조금씩 굳어가고 있었다. 목적지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LC, 빨간불이 들어오면 뛰어내려야 해"

다이빙 강사가 소리쳤지만 내 귀는 먹먹했다. 오직 들리는 것이라곤 요란하게 돌아가는 프로펠러 소리뿐이었다.

14,000 fit. 목적지에 도달했다. 비행기 출입문 위에 달린 램프에 빨간불이 들어왔고, 강사는 "Go Go Go"를 외쳤다. 나는 살짝 웃어 보였지만, 내 마음속엔 두려움과 설렘이 공존하고 있었다. 아래를 바라보았다. 발 밑에 구름이 있었다. '구름을 밟으면 하늘 위에 설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아-주 잠깐 동안 했다.

뛰어내려야지, 라는 생각을 하기도 전에 뒤에서 강사가 나를 밀었고 그대로 비행기에서 떨어졌다.

으악! 소리를 지를 새도 없었다.다이빙을 한다는 느낌보다는 그냥 '추락'이었다. 추락, 추락, 추락. 멈추지 않는 추락이었다.


오묘한 기분. 자이로드롭을 탈 때의 그 느낌(x100)이 끝나지 않는다고나 할까? 기분이 좋았다. 나는 땅 위에서 배운 포즈를 취했다. 시속 200km 정도로 떨어진다는 스카이 다이빙. 번지 점프와는 또 다른 느낌. 쾌감과 짜릿함이 온몸을 휘감았다. 정신을 차려보았지만 나는 계속 떨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하늘을 날다.


낙하산이 펼쳐졌다. 하늘을 빙글빙글 돌며 낙하산은 천천히 땅을 향해 내려왔다. 아름다웠다. 드넓은 평야. 그 중간에 위치한 작은 마을. 나는 그곳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저 멀리, 바다가 보였다. 낙하산을 타고 내려가는 나의 모습은 땅 위에서 그림자가 되어 아른거렸다. 자동차가 내 발 밑을 지나갔다. 매끄러운 움직임. 하늘에서 바라보는 풍경. 평화로워 보였다. 낙하산의 방향을 좌우로 조절하며 목표 지점(비행장의 낙하 지점)으로 움직여 갔다.


퍼스 시티로 돌아오는 길,

잠깐 잠이 들었다가 깨어났다. 스카이 다이빙을 한 것이 꿈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 스카이 다이빙을 할 때 느꼈던 몽환적인 기분.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면서 보았던 한없이 평화로워 보였던 풍경들. 나른한 오후, 햇살을 받으며 잠에서 깨어난 지금 모든 것이 꿈처럼 느껴졌다.


누군가가 내 옆에서 "꿈 깨"라고 말하며 나를 깨울 것만 같았다. 그 잠에서 깨어나면서 다시 바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호주 농장과 공장에서의 일. 바다에서 다이빙도 하고 전복을 땄던 일. 그리고 스카이 다이빙을 했던 모든 것들이 '꿈'이었다고, 단지 '꿈'일 뿐이었다고 누군가가 내게 말할 것 만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앞 이야기.

- 공장, 그리고 호주와의 결별 준비.

- 얻은 건 무엇인가? 돈이면 충분한가.

- 별미, 자연산 전복 라면.

- 셰어 하우스.

- 호주, 공장으로의 출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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