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이 무너뜨린 신뢰.

결국, 금요일이 되었다. 두려웠다.

by LC

그저 묵묵히 두드리는 것 말곤,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내가 아무리 간절히 원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었다. 나 말고도 간절한 사람은 셀 수 없이 많았다.

이른 아침, 백팩커스의 주방에는 아무도 없었고, 텅 빈 주방에 홀로 선 나는 식빵에 잼을 발랐다. 혹여나, 누군가에게 내 모습을 들킬까 봐 조마조마했다. 잘못한 것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나는 점점 불안과 초조에 휩싸여 갔다. 불행하게도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매일 아침, 잡 에이전시가 문을 열자마자 나는 그곳에 들어갔다. 잡 에이전시의 그녀와 나 사이에 별다른 대화는 없었다. 그녀는 항상 "일거리가 생기면 연락 줄게"라는 말만 반복했다. 나는 웃음 지을 뿐이었다. 언제나 여유가 넘치는 것처럼 행동하며 문을 나서는 일,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공장에 지원서를 쓸 때마다, 나의 능력은 조금씩 과장 되어 적혔고 잡 에이전시에서는 무엇이든 할 줄 아는 만능인으로 둔갑되어 있었다. 1종 보통 운전 면허증 하나밖에 없었지만 트랙터와 버스도 운전할 수 있는 사람이었고, 소싯적 페인트칠을 해 본 걸 밑천 삼아 페인트칠과 용접까지 할 수 있는 사람으로 둔갑시켰다. 조급한 마음에 블루카드(Blue Card, 건설계통의 일자리를 얻기 위해서 취득해야 하는 허가증. 소정의 안전 교육을 받고 시험을 치러야 취득할 수 있다)를 취득한 나는 벽돌공, 배관공, 수리공 등 못하는 일이 없는 사람처럼 행동했다.


매일 눈도장을 찍던 잡 에이전시 'the job shop'에 농장 일 하나가 들어왔고, 농장주가 경력자를 원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집요하게 매달렸다. 워킹 세컨드 비자가 필요하고, 일을 정말 잘할 수 있다고 하며 그곳에 나를 보내줄 것을 부탁했다. 결국 그녀의 승낙을 받아 냈지만, 잠시 후 더 괜찮은 조건의 일자리가 등록된 것을 보고 그곳으로 나를 보내달라고 했더니, 그녀는 정색하며 말했다.


"너 워킹 세컨드 비자 필요해서 농장에 가야 한다며?"
"내 세컨드 비자는 걱정 안 해도 돼. 농장도 괜찮지만 나 벌 치는 일(bee keeping)도 좋아해"


아뿔싸. 뭔가 크게 잘못된 느낌이었다. 잠시 기다리라는 말. 그것이 그녀로부터 들을 수 있는 마지막 말이었다. 일을 구해야 된다는 강박. 조급한 마음과 욕심 때문에 이 일도 할 수 있고 저 일도 할 수 있다는 나의 말이 결국은 독이 되었고, 호주에서 맞이한 두 번째 월요일에 어렵사리 제의받은 일자리마저 놓쳐버리는 결과를 낳았다. 그 이후, 그녀는 내게 항상 "일자리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내가 왜 이리도 이러석었는지. 끝없이 밀려오는 자괴감은 나를 더욱 힘들게 했다.


내가 일 할 수 있는 곳은 없었다. 하루 이틀, 시간은 흘러갔고 결국 금요일이 다가왔다. 금요일마저 지나면 구직 활동 조차 할 수 없는 주말이었다. 토요일과 일요일엔 무언가를 찾아 헤맬 수도 없었고 아무런 희망을 가질 수 없었다. 그랬기에 금요일이 두려웠다. 희망마저 사그라들어버리는 주말.

그저 시간만 흘려보내야 한다는 두려움.





앞 이야기

- 외국인 노동자로 가는 길.

- 첫 월요일의 희망은 곧 절망

- 구직자, 호주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되고 싶었다.

- 호주, 그곳에 발을 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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